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
지은이 : 박형주(아주대학교 총장, 수학자)
서평자 : 김인경(청주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inkyungkim@cju.ac.kr]
각종 전문 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연결의 시대를 개척하는 이들은 아마도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는 인재 말이다. (265~266p.)
이제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다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수학교육 목적 중의 하나는 세계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과 민주적 소통 능력의 함양이다. 수학교육으로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수학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저자는 수학을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원래 수학의 어원인 그리스어 ‘마테마mathema’는 ‘배운다’를 뜻하며, ‘수’라는 의미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중략) 그래서 고대 그리스 이후에 ‘수학적mathema/tical’이라는 형용사는 공리(기본 데이터)로부터 논리적·합리적 사유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뜻하는 것으로 쓰였다.”(p.206) 그렇다면, 수학을 어떻게 가르치고,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도록 할 것인가
저자는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인류 문명사의 쌓인 지식 중에 아이들의 미래에 꼭 필요할 만한 것을 골라서, 그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렇게 고른 것에는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다. 그중에 쉬운 것만 가르치자는 주장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아이들이 인생에서 ‘성취할 수도 있었을’ 거대한 가능성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리자는 폭력적 주장이다.”(p.217) 또한, “교육과정 내용을 축소하고, 토론과 개별 활동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교과과정은 생각의 재료임을 상기하자.”(p.98)고 한다. 그래서 수학과 교육과정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들을 풍부하게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은 재료가 풍부해야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재료만 많이 모은다고 생각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은 재료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능력을 통찰이라고 보았다. 수학적 문제 해결론의 대표학자 폴리아(Polya)는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 통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Polya가 말하는 통찰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발견술을 갖추어서, 여러 종류의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은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여 수학 문제뿐만 아니라 실생활과 다른 교과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여기서, 문제는 수학 문제뿐만 아니라, 수학 외에 다른 교과나 실생활과 연결된 문제도 말한다. 대수학과 기하학, 기하학과 해석학 등의 여러 수학 분야 간의 연결을 ‘수학 내적 연결성’, 수학과 수학 외의 분야나 실생활 등의 연결을 ‘수학 외적 연결성’이라고 부르고, 이 둘을 합쳐 ‘수학적 연결성’이라고 부른다. ‘수학적 연결성’은 NCTM(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Mathematics: 미국 수학교사협의회)에서 1989년에 제시한 4가지 공통 규준―수학적 문제해결, 수학적 의사소통, 수학적 추론, 수학적 연결성―중 하나로 현재까지도 중요한 요소이다. 요즈음은 여기서 좀 더 나아간 융합, 융복합을 강조한다. 이는 과학교과, 실과교과에서 먼저 주장한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STEAM 교육이다.
STEAM 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을 융복합하는 것을 말한다. STEAM 교육을 처음 주장한 야크만(Yakman)은 과학과 기술은 모든 수학적 요소에 근거하여 공학과 예술을 통하여 얻는 해석이라고 STEAM 교육을 정의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다섯 개의 교과목 중 2개 이상을 융복합하는 것을 말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역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이 창의융합형 인재로 잘 길러질 수 있을까? 학생들은 수학적 지식, 수학에 관한 내용을 풍부하게 잘 습득하고, 이를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수학교육에서는 이를 수학적 힘(mathematical power)이라고 부른다-을 길러서, 다른 교과와 잘 연결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연결을 바탕으로 창의융합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사회나 학교는 수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날이 갈수록 수학을 멀리하고 포기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해결책이 무엇일까? 저자는 교육과정에서 수학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수학을 배우는 즐거움을 찾아주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연결의 시대를 개척하는 이들은 아마도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 될 것”(p.266)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학 수업에 “스토리를 더하고 의미의 생명력을 부여해야 한다. 수학 개념이 탄생한 시대적 상황도 역사적으로 가르치자. 문제 수는 줄이고, 문제는 꼬지 말고 평이하게, 평가는 실수를 해도 부분 점수를 주는 서술식으로, 아이들의 좌절을 줄여줘야 한다.”(p.266)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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