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프라하의 도쿄바나나 : 오미야게 과자로 일본을 선물하다

김종규 승인 2019.01.12 17:24 | 최종 수정 2019.01.12 17:36 의견 0

프라하의 도쿄 바나나 : 오미야게 과자로 일본을 선물하다
지은이 : 남원상(UCI 코리아 소장)
서평자 : 김종규(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소설가, 쓰쿠바 대학원 정치학 석사) [sangbul@na.go.kr]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생전에 만주를 참 좋아하셨다. 끼니마다 밥 반 공기만 비우며 아랫배 한번 나오는 일 없이 평생 소식가로 사셨던 분이, “늙으면 혀가 굳어 맛을 모른다”면서 달콤한 과자만큼은 즐겨 드셨다. 만주를 한입 베어물곤 “아주 달아서 맛있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355p.)

일본의 지역특산물(오미야게) 과자, 그 달콤한 이야기

이 책은 “아주 달아서 맛있다”고 하시던 할머니 말처럼 달콤하고 입맛 돋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찬찬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혀 밑에 침이 절로 고인다. 덕분에 지루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루하지 않은 책을 읽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특산물(오미야게: お土産) 과자 다섯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 셀 수 없이 많은 오미야게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섯 가지는 부족한 감이 있다. 대신 깊이가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 발품을 통해 취재한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럼, 어떤 오미야게를 소개했는지 잠시 들여다보자. 먼저 교토의 ‘야쓰하시 (八ツ橋)’다. 야쓰하시는 쌀 반죽에 설탕과 계핏가루를 넣어 구워 만든 과자다. 바삭한 식감에 쌉싸래한 계피 향이 일품이다. 하지만 지금은 얇은 피에 팥소를 넣고 쪄서 만든 촉촉한 식감의 ‘나마야쓰하시(生八ツ橋)’가 더 유명하다. 딱딱함에서 부드러움으로 파격적인 변화다.

두 번째는 동경의 ‘도쿄바나나(東京ばな奈)’다. 이름이 지역특산품이라는 ‘오미야게’ 특성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생김새는 이름처럼 귀엽고 통통한 노란 바나나 모양이다. 부드러운 케이크에 바나나 향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 있어 젊은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도쿄를 대표하는 오미야게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업체가 기획해서 만든 과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름도 모양도 맛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인다.

세 번째는 홋카이도의 ‘시로이 고이비토(白ぃ恋人)’다. 하얀 연인,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눈이라는 순수함과 연인이라는 낭만이 잘 어울린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판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네이밍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사각 쿠키 사이에 홋카이도산 유제품으로 만든 화이트 초콜릿 크림이 들어가 있다. 달콤해서 식후 커피와 잘 어울린다. 기내식 디저트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네 번째는 시즈오카의 ‘우나기 파이(うなぎパイ)’다. ‘우나기’란 장어를 뜻한다. 장어 파이, 언뜻 맛이 생각나지 않는다. 장어가 들어가서 비릿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된다. 페이스트리에 마늘 소스를 발라서 구워 바삭하고, 버터 향과 마늘 풍미가 난다고 하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장어와 마늘이 어우러진 과자라니,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시즈오카에 가면 꼭 한번 맛보고 싶다.

다섯 번째는 후쿠오카의 ‘히요코(ひよ子)’다. 병아리 모양의 피 안에 아주 단 콩소가 들어간 만주 과자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화과자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작고 귀여운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을 쳐다보는 형상이라 먹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귀여움에 반해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판매 전략에는 성공한 것 같다.

이 책은 단지 다섯 가지 과자를 맛집 투어하듯 소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게를 직접 방문해서 만드는 과정을 견학하고, 관계자들과 인터뷰하는 등 꼼꼼한 취재를 통해 지역특산물로서 성공에 이르게 된 과정과 요인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음식에 관련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볼 내용이 많다. 그중 몇 가지만 꼽아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맛이 없었다면 그 오랜 세월 장사를 할 수 없었겠죠.” 야쓰하시 협동조합 이사장인 니시오 요코(西尾陽子)씨의 말이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 있다. 음식 장사라면 맛이 기본이다.

두 번째는 지역화다. 오미야게가 지역특산물이라는 말처럼 지역을 중요시한다.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쓰고,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지역 주민과의 연대를 형성한다. 판매도 주로 지역에 한정하여 희소성을 높인다. 지역 주민과 업체가 협력해서 지역 브랜드를 만들고 공동의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세 번째는 변화다. 딱딱한 과자였던 야스하시는 지금은 촉촉한 나마야스하시가 더 유명하다. 히요코도 동그랗던 외형을 병아리 모양으로 변형시키면서 유명세를 타고 판매가 급증한다. 도쿄바나나 역시 디저트 접시를 판매하던 업체가 직접 접시에 담을 디저트로, 도쿄바나나를 개발하면서 주요 판매 종목이 바뀌었다.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가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는 일본 근대 문호들이 사랑한 구야 과자점, 백 년이 넘는 오타루의 쇼게쓰도 과자점, 교토의 이치몬자야 와스케 과자점 등 일본의 오래된 오미야게 과자점을 소개하고 있다.

소확행이 일상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대다. 여행과 맛을 좋아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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