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언어
지은이 : 장한업 교수(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서평자 : 김미형(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 문학 박사) [mekim@smu.ac.kr]
편견이 겉으로 드러나면 차별이 됩니다. 차별은 민족,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201p.)
중심주의가 존재하지 않으면 차별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중략) 문화적 차이와 달리, 문화다양성은 수용과 존중을 내포하는 하나의 가치 개념입니다. (208p.)
상호문화성의 관점에서 본 한국 사회의 차별 인식 - 타인을 차별하는 ‘우리’가 21세기 다문화 시대의 독이 됩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닌데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언어 오용 사례가 곧 그릇된 사고로 연결됨을 지적하며 이 책은 시작된다. 저자는 이 오용은 단순한 잘못이 아니라 그 기저에 ‘우리’라는 말을 즐겨 쓰는 한국인의 민족중심주의적 사고가 깊이 뿌리박혀 있어, 울타리 안의 사람과 밖의 사람을 갈라 생각하고 자신이 속한 범위는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 사고 습관이 내재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현재 우리 사회가 다문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임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한국인들은 수많은 외국인 가정을 ‘우리’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팎으로 작용하는 우리주의와 집단주의는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계화 시대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라는 안타까움을 바탕으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자기 안의 편협한 세상만을 알면서도 다 아는 것 같이 생각함으로써 얼마나 미숙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대한, 한복, 상투, 국화꽃, 김치’ 등 많은 한국적인 것의 유래와 역사 배경을 짚어가며 이미 우리는 다문화적 공간이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배타적 차별화 습관이 세계가 개방되는 다문화 시대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겪은 외국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 이방인으로 배척당한 비인간적 현실을 소개한다. 아울러 우리 민족도 세계 곳곳에 정착하여 산 애환의 역사가 있었음을 회상하며 이 세상에는 영원한 우리도, 영원한 이방인도 없음을 일깨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인권이 존중되는 건강한 한국 사회가 되려면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 나아가 외국인 혐오증과 직결될 수 있는 단일 의식을 버려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의 역사 속에 깃들었던 인종주의, 영웅주의, 단일민족이라는 과도한 자부심이 타인을 차별하는 역기능을 하고 21세기 우리 사회를 해치는 독이 될 것임을 생활 속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렇듯 이 책은 일종의 정신문화 비평서 같은 성격을 띤다. 그간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를 되돌아보는 많은 문화 비평서가 있었는데 이 책은 최신의 책이기도 하면서 새롭게 맞이하는 다문화 시대를 준비하는 색다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복을 자신들은 안 입으면서 외국인에게 입히려 하는 모습, 명절이면 결혼이민자 여성에게 윷놀이를 시키는 것, 한글을 국경일로 정할 정도로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자와 영어의 위세에 눌려 지내게 하는 것과 같은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런데 저자는 위와 같은 문화 분석을 주제로 삼으면서 이 책의 제목을 ‘차별의 언어’라고 붙였다. 그만큼 사고는 언어와 직결되어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분석된 언어 예는 ‘다르다, 틀리다, 우리, 화냥년, 호로새끼, 양놈, 왜놈, 떼놈, 깜둥이, 여왕, 황제, 국민’과 같은 단어, “한국에 오니 좋지요”, “베트남에서도 발레를 하나요”와 같은 문장, ‘국기에 대한 맹세’와 같은 담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다문화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음도 설명한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20세기에 이루어진 국제화,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경의 개념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 간의 만남이 빈번해지며 생겨난 용어이지, 결코 외국이나 동남아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님을 지적한다. 요컨대 다문화는 우리를 포함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르는 다문화의 개념은 ‘이민자 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점도 제안한다.
‘우리’라는 단어는 참 좋은 말이다. 너와 나를 모두 포함하여 지칭하려는 마음속에는 나만 유독 내세우지 않으려는 겸손함이 들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좋은 말을 배타적 차별성을 가지고 쓴다면 매우 안 좋은 말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끼리’라고 하며 타인의 영역을 차별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라는 열린 마음으로 모두를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삶이 훨씬 더 인간답다. 급변하는 사회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우리들은 전에 당연시되었던 인식을 올바르게 바꿔야만 인간다울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다문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들 삶의 자세이다. 동족 중심의 인식은 이제 버리고 우리 사회를 이루어가는 구성원 모두를 다 포함하는 상호문화성 관점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우리 언어는 다문화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언어가 되고 말 것이다. 사람은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며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한계를 덮어주며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지극히 기본적인 도리와 상식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무심함을 파헤쳐 잘못된 인식의 핵심을 짚어준다. 미래의 발전된 한국 사회를 위해 많은 이들이 이 중요한 내용을 공유하고 실천하면 참 좋겠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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