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기타
기타 소리가 하이 포지션에서
벌이 웅웅대듯 버징이 심하다
게다가 상판은 길게 갈라져 있다
나는 物神을 믿지 않는다
기타는 그냥 物件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저 기타를
버리려고 하니 기분이 그렇다
십여 년 넘게 내 품에서 울었던 악기다
솔리드 원목 아닌 합판 기타였어도
울림이 괜찮은 나름 좋은 기타였다
조율 후 마지막으로 울림이 나도록 튕겼다
♬ I will meet you at midnight ♪
장 클로드와 루이지 마리의 슬픈 사랑 노래다
슬픈 울림을 낸 후 저 기타는 이 세상에 없다
파리에 살던 루이지 마리도 이 세상에 없듯이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