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론의 우주관 : 관계망 우주관 – 양자 오디세이 20(종착역)
Q1. 지난 19개의 비디오를 통해 ‘양자론 오디세이’를 계속해왔는데, 20번째를 맞은 이번 비디오가 양자론 오디세이의 종착역이라고요? 아쉽네요.
‘양자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슈뢰딩거 고양이, 코펜하겐 해석,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등을 테마로 양자론 오디세이에 나선 지 어느덧 5개월, 마침내 종착역에 다다를 시간이 되었습니다. EPR 논쟁에 이은 아스페의 얽힌 광자 실험에서 양자 오디세이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Q2. 그렇다면 오늘 양자론 오디세이의 종착역에서는 어떤 테마를 들려줄 겁니까?
‘양자론에 담긴 우주관은 무엇인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Q3. 우주관이란 무엇인가요?
'우주관'은 과학의 입장에서 본 우주에 관한 체계적인 견해를 말합니다. 사람들이 논리적인 근거를 갖고 긴 세월 동안 '우주는 무엇이다'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그 시대의 우주관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이를테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고대와 중세 이후의 대표적인 우주관입니다.
이 우주관은 우리가 흔히 쓰는 세계관이라는 말과 비교됩니다. 세계관이 인간의 문제나 인간 존재에 관한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견해를 말한다면, 우주관은 우주에 관한 과학적 견해이죠. 세계관은 우주 속의 인간에 관한 철학적 견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주관의 변화에 따라 세계관도 바뀐다는 것입니다.
Q4. 예, 양자론의 우주관을 알아본다는 것은 이게 그 이전의 우주관과 크게 다르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먼저 이전의 우주관을 간단히 훑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예, 그게 순서이겠지요. 우주관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지만 여기서는 현대 과학의 뿌리인 유럽의 우주관으로 한정하겠습니다. 고대 우주관 중에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피타고라스의 수학적 우주관을 꼽습니다. 이 우주관은 우주가 수학적인 원리에 따라 운행된다고 합니다. 그보다 2000년 후의 인물인 갈릴레이는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고, 그 철자는 삼각형, 원, 기타 기하학적 도형들이다. 그것 없이는 인간은 단 한 글자도 이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갈릴레이 역시 수학적 우주관을 신봉한 것이죠. 오늘날 우주의 법칙, 즉 물리법칙은 예외 없이 수식으로 기술됩니다. 피타고라스의 놀라운 우주관이죠.
Q5. 우주와 수학과의 관계, 묘하네요. 2500년 전에 이를 예언했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고요. 그 이후 우주관도 소개해주시죠.
-> 피타고라스의 수학적 우주관은 서양 철학원 태조로 불리는 플라톤에게 직접 영향을 끼쳤어요. 플라톤의 우주론을 담은 대화편이 ‘티마이오스’인데, 티마이오스가 바로 피타고라스의 제자 이름이거든요. 플라톤은 자신의 아카데메이아 정문에 “수학을 모르는 자는 발을 들이지 말라”라는 문구를 내걸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죠.
Q6. 철학자로 알고 있었는데, 플라톤이 수학에 조예가 깊었다니 재밌습니다.
플라톤은 수학을 사유의 도구, 혹은 이데아 세계를 이해하는 사유의 모형으로 생각했어요. 현상의 배후에 있는 세계, 보이지 않지만 본질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수학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수학의 세계는 이상적인 세계이거든요. 플라톤이 내세운 우주관을 ‘기하학적 우주관’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과학혁명기 천문학자 케플러한테 깊은 영향을 끼쳤죠.
Q7. 플라톤 다음은 아리스토텔레스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를 부정했다고 들었는데, 우주관은 어떤가요?
맞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 즉 이 세상 넘어 이상적인 세계를 부정하고 이 세상이 실재이자 본질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플라톤을 계승했어요. 그의 우주관은 간단히 ‘생성·소멸의 지상세계 – 영원·완전성의 천계’로 요약됩니다. 이게 17세기 갈릴레이까지, 거의 2000년 이상 유럽사회의 의식을 지배했죠.
Q8.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고대 우주관에서 완전히 벗어난 때는 언제인가요? 뉴턴?
그렇습니다. 1687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에서 우주의 운행은 이렇게 한다는 걸 수식으로 표기했죠. 이건 인간이 우주를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선언인데, 엄청난 거죠. 이로부터 진정한 이성의 시대, 인간의 시대가 개막된 거죠. 특히 뉴턴의 공식은 ‘현재 상태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선언하거든요. 영국 역사학자 허버트 버터필드는 <근대과학의 기원>에서 “기독교 발생 이후의 모든 것을 무색케 하는 것이며,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을 단순한 삽화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은 위치로 끌어내린 사건”이라고 평가했어요.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기계론적 우주관, 결정론적 우주관이 탄생한 겁니다. 이게 오늘날까지 영향을 인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요.
Q9. 드디어 양자론의 우주관이 등장할 차례이네요. 양자론이 20세기 초에 등장해 중반에 이미 꽃을 피웠는데 아직까지 뉴턴의 기계론적 우주관이 지배하고 있다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수학자이자 역사가고, <인간 등정의 발자취>의 저자 제이콥 브로노우스키가 한 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일어난 제2차 과학혁명으로 인류가 획기적인 역사를 쓰고 있는데도 역사가들은 아직도 한가롭게 1차 과학혁명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과 인간의 미래>에 나오는 글입니다.
Q10. 그렇군요. 아마 양자론이 우리가 그동안 여행한 대로 ‘상식과 직관에 반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이 오늘은 ‘우주관 오디세이’를 했네요. 마지막 종착역은 양자론의 우주관이네요.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과학철학자인 최종덕은 “양자론의 우주관은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고 했어요. 현대 서양철학의 거장인 화이트헤드는 “자연은 거대한 유기체적 관계망의 총체”라고 정의한 바 있거든요.
이스라엘 과학철학자 막스 야머는 “양자론의 핵심은 관계성과 전체성”이라고 요약했어요. 또 EPR 논증의 각색본을 만든 데이비드 보옴은 “우주는 부분을 전체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망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파했죠.
이 발언들은 우리가 여행한 양자론의 본질적인 특성인 ‘양자 얽힘’과 ‘중첩’을 상기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이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우주는 분해·조립 가능한 ‘기계’가 아니라 부분과 전체를 분리할 수 없는 유기체적 관계망의 총체이다.
이런 우주관을 저는 ‘관계적 우주관’, 혹은 ‘관계망 우주관’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Cosmology of Quantum Theory : Relational Cosmology - Quantum Odyssey 20 (The Final)
Q1. You have been continuing your ‘Quantum Odyssey’ through the last 19 videos, and this 20th video, is the end of the Quantum Odyssey? That's too bad.
It has been five months since I embarked on a quantum theory odyssey with themes such as Schrödinger's Cat, the Copenhagen Interpretation, and the Bohr-Einstein Debates, starting with "What is Quantum?" It's safe to say that Aspect's entangled photon experiment following the EPR debate saw the highlights of Quantum Odyssey.
Q2. Then, what theme will you tell us at the end of today's Quantum Odyssey?
I would like to introduce ‘The cosmology contained in quantum theory’
Q3. What is cosmology?
'Cosmology' refers to a systematic view of the Universe from a scientific point of view. If people had a logical basis and thought 'what is the Universe' for a long time, it could be called the cosmology of that era. For example, Ptolemy's geocentric theory or Copernicus's heliocentric theory are representative cosmologys from ancient times and the Middle Ages. Todays, cosmology is a field of study that brings together the natural sciences, particularly astronomy and physics, in a joint effort to understand the physical universe as a unified whole.
This view of the Universe(cosmology) is compared to the word worldview we commonly use. If a worldview refers to a unified and systematic view of human problems or human existence, a cosmology is a scientific view of the Universe. A worldview can be described as a philosophical view of man in the Universe. The important thing is that as the cosmology changes, the world view also changes.
Q4. It seems that you would like to introduce the quantum theory's cosmology is because it is very different from the previous cosmology. If so, I think it would be a good idea to take a quick look at the previous cosmologys first.
Yes, that would be the order. cosmology has been everywhere in the world, but here I will limit it to the European cosmology, which is the root of modern science. Among the ancient cosmologys, the mathematical cosmology of Pythagoras is still influential to this day. This cosmology says that the Universe operates according to mathematical principles. Galileo said, “The Universe is written in the language of mathematics, and its letters are triangles, circles, and other geometric shapes. Without it, there is no way for humans to understand a single word.” Galileo also believed in the mathematical cosmology. Today, the laws of the Universe, that is, the laws of physics, are described in terms of formulas without exception. Pythagoras' amazing cosmology.
Q5. The relationship between Universe and mathematics is mysterious. It is not unusual that he prophesied this 2500 years ago. Please also introduce the cosmology after Pythagoras.
Pythagoras' mathematical cosmology directly influenced Plato, who is called the founder of Western philosophy. The dialogue containing Plato's cosmology is Timaeus, and Timaeus is the name of a disciple of Pythagoras.
Q6. I knew him as a philosopher, but it's interesting that Plato was well versed in mathematics.
Plato considered mathematics as a tool for thinking or a model for thinking to understand the world of ideas. In other words, to understand the world behind phenomena, the invisible but essential world, one need to know mathematics. The world of mathematics is an ideal world. Plato's cosmology is called the 'geometric cosmology'. This also had a profound effect on Kepler, the astronomer of the Scientific Revolution.
Q7. After Plato, Aristotle. I heard that he denied Ideas. What about his cosmology?
Aristotle denied Plato's Idea, that is, the ideal world beyond this world, and thought that this world was the real and the essence. But in many other respects he succeeded Plato. His cosmology is simply summarized as ‘the earthly world of creation and extinction – the heavenly world of eternity and perfection’. This dominated the consciousness of European society for almost 2,000 years, until Galileo in the 17th century.
Q8. It seems that Copernicus and Galileo did not completely break away from Aristotle's view of the Universe. So, when did you completely deviate from the ancient cosmology? Newton?
That's right. Newton expressed the movement of the Universe as a formula in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Principia) published in 1687. This is a declaration that humans can comprehend the entire Universe, and it's huge. From this, the era of true reason, the era of human beings, began. In particular, Newton's formula declares that 'if you know the present state, you can know the future'. British historian Herbert Butterfield, in The Origin of Modern Science, evaluated it as “an event that overshadowed everything after the emergence of Christianity, and brought down the Renaissance and the Reformation to the position of mere episodic events.” From Newton's equations of motion and the law of universal gravitation, a mechanistic and deterministic cosmology was born. It dominates the consciousness of mankind, which affects it to this day.
Q9. Finally, it is time for the cosmology of quantum theory to emerge. Quantum theory appeared in the early 20th century and already blossomed in the middle of the 20th century, but Newton's mechanistic cosmology still dominates?
That's it. There is a saying by Jacob Bronowski, a mathematician, historian, and author of The Ascent of Man. “Even though humanity is writing groundbreaking history with the second scientific revolution that took place in the early 20th century, historians are still leisurely explaining the first scientific revolution.” This is an article from A sense of the future : essays in natural philosophy.
Q10. okay. Maybe it's because quantum theory, as we've been odyssay, 'against common sense and intuition'. Come to think of it, today we did ‘Cosmology Odyssey’. The final destination is the cosmology of quantum theory. Let me briefly introduce its contents.
Choi Jong-duk, a philosopher of science, said, “The quantum theory’s cosmology is in line with Whitehead’s organism philosophy.” Whitehead, a master of modern Western philosophy, defined nature as “the totality of a vast organic relational network.”
Israeli philosopher of science Max Yammer summarized, “The core of quantum theory is relationality and Wholeness.” Also, David Bohm, who made an adaptation of the EPR argument, claimmed that “the Universe must be understood in a relational network in which the parts cannot be separated from the whole.”
These remarks can be fully understood if we recall ‘quantum entanglement’ and ‘superposition’, which are the essential characteristics of the quantum theory we have traveled through.
To summarize what they said:
The Universe is not a ‘machine’ that can be disassembled and assembled, but a Wholeness of organic relational network in which parts and whole cannot be separated.
I would like to call this view of the Universe the ‘Relational Cosmology’ or the ‘Cosmology of Relational Network’.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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