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개명 改名 - 박이훈

박이훈 승인 2022.09.28 12:45 | 최종 수정 2022.10.02 11:47 의견 0

개명 改名
                     박이훈
 
 
 

한 땀씩 바느질하듯
하얀 꽃망울 단 선한 눈동자
개.망.초 꽃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길섶에서
꽃을 피우지 않았다면 잡초였을
너의 이름을
개.망.초가 아닌 망초 꽃이면 어떠랴
모든 사물에 대한 예의에
모욕인 줄 모르는지
사람들은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지
개살구, 개두릅, 개부랄 꽃
 
귀한 자식 명(命)길라고 지은
개똥이, 너도밤나무까지
 
이 봄이, 가기 전 개명을 하자
 
그 무엇이건 하나의 의미가 되는
고유의 이름으로
나는 나의 이름으로
넌 너의 이름으로

개망초[픽사베이]
개망초[픽사베이]

<시작노트>

봄부터 여름내내

길섶이든 언덕이든 가리지 않고

안개꽃모양 무리지어 피어있는

흔한 꽃이라 함부로 부르지 마라

바람 부는대로 흔들리는 애틋한 네 모습,

그냥 망초望草꽃이면 어떠랴

박이훈 시인

◇ 박이훈

▷2010년 시집 『수신두절』 로 작품활동

▷시집 『고요의 색으로』 외 2권

▷부산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