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겨울 마하사에서 / 박이훈
박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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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13:11 | 최종 수정 2019.02.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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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마하사에서 / 박이훈
까마득한, 청춘의 어느 길목
각인된 흔적 마냥
차갑게 피어있는 매화를 본다
연산동 산만디
판자집에 살던 梅花 닮은 그 아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해, 마하사 대웅전에 무릎꿇고
세상의 고뇌란 고뇌
슬픔이란 슬픔
다 간직했던
그 시절의 너와, 내 안의 매화를 찾는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소크라테스도
쌩떽쥐베리도
플라톤도 모르면서 한줄의 명언을 되뇌이던
열일곱살의 매화와의 인연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을까
강산이 네번이나 바뀐 수레바퀴 속
마하사 차가운 대웅전 바닥에 앉아 눈을 감는다
들리는건 피었다 또 피어나는 적요 속
까마귀 울음같은 아픔인가
한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소리인가
<시작노트>
세상 부조리에 대한, 살고 싶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세상의 가난이란 가난을 다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다는 슬픔, 17세에 만났던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던 그 친구의 소식은 어디에서도 접할 수가 없다
그립고 또 그리운 그녀에 대한 추억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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