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날아갈 듯 / 조향미

조향미 승인 2019.03.09 12:16 | 최종 수정 2019.03.09 12:33 의견 0

날아갈 듯 / 조향미

 

영도 영선동 곡각지 돌아들면

푸른 바다 마주하고

오래된 집들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도로변엔 낚시가게 철물점 진돗개 파는 집

선반에 라면 몇 개 얹어놓은 구멍가게

바다 쪽으론 오밀조밀 살림집들

태풍 불 때 이 동네 어찌할까

지붕 훌렁 날아가지 않을까

어깨 넓이 좁은 골목길 들어서니

바다색 페인트 떡칠한 슬레이트 지붕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촘촘히 눌러놓았다

태풍이야 맨날 오는 것은 아니지

한 번씩 미친 비바람 몰아칠 땐

지붕에 돌멩이 몇 개를 더 얹는 거지

그러다 천연스레 맑은 날

태평양 바다 앞에 빨랫줄 치고

눅눅한 이불도 고린 양말짝도

젖은 가슴도 쨍쨍하니 말리는 것이다

바윗돌 짊어진 듯 숨찬 생애도

날아갈 듯 찬란해지는 날도 오는 것이다

조향미
조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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