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시학 창간호-특집 : 고성 장소시】 고향을 두고 살며 외(1) - 이문형

장소시학 승인 2023.01.09 15:24 | 최종 수정 2023.01.09 15:31 의견 0

고성 장소시

 

고향을 두고 살며 외 1편

이 문 형

 

일하다 
우뚝서는 
황소의 젖은 눈망울 속

빙그르
돌고 있는 
아, 그 산 들녘

오늘도
멍 해지는 버릇
날로 늘어 가누나.*

 

문수암 기행

 

보나마나 암자 찾는 
길손 몇 올라간 뒤,
놀란 다람쥐 눈
가을 단풍에 붉어라. 
발 아래 올망졸망한 마을
너부죽이 엎쳤네.

부푼 남해 물이야 
본체만체 제쳐두고 
불상에 저쑵는 시주
그 사연 알길 없고 
벼랑 끝 힐끗 굽어 보니 
오금 저려 간지럽다.**

*『소가야의 억새밭』(이문형․ 선정주 이인 사화집), 서문당, 1990, 36쪽. 
**『제일 낮은 음계』, 도서출판 춘강, 199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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