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10-여는 시】 나무들에 대한 묵상 - 우무석

시민시대1 승인 2022.10.12 11:42 | 최종 수정 2022.10.12 11:47 의견 0

나무들에 대한 묵상
                            우무석 시인

 

저녁 어스름 속에 동판화처럼 찍힌 오래된 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아름한 허리 둥치 따라 자잘한 슬픔들이 강물소리로 조용히 차오르는 것을 내 귀는 맑게 들을 수 있네.

저 먼 거리를 거쳐 온 한 떼의 바람만 나무 근처에 와서 쓸쓸히 어두워지고 정 깊던 추억들이 거친 껍질 사이사이 상처로 터져 반짝이는 것을 숨김없이 볼 수 있네.

뒤틀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한 세상살이 아득한 먼길 벌거벗은 마음의 빈 끝가지에 아슬한 그리움의 등불을 매어 달던 나무의 푸른 꿈이 문득, 지친 내 외로움 속으로 와닿는 것을.

 

창밖으로 보이는

내 나이 이전의 나무

한 그루

 

우무석 시인

◇ 우 무 석

▷1959년 경남 마산 출생

▷1983년 제1회 개천문학신인상

▷1985년 무크지 『지평』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

▷시집 『수평선이 있는 집』, 『10월의 구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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