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12-특집:대저대교 건설, 환경보존이냐 교통편의냐】 대저대교 영향평가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시민시대1 승인 2022.12.12 10:44 | 최종 수정 2022.12.15 14:26 의견 0
낙동강하구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이 어린 시절 각인된 믿음 또한 바뀌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 전후 가난을 겪은 세대에 굳건하게 각인된 믿음 중 하나는 우리 동네에 커다란 공사가 진행되면 마치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깨지지 않은 채, 이미 선진국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의 국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돈만 더 벌 수 있다면 그 어떤 문제도 용인되기 일쑤이다. 특히 이 돈벌이가 인간이 아닌, 토지라는 삶터를 공유하는 약자들인 자연의 동물이나 식물들과 상충이 생길 경우에는 이성적 생각이 작동하지 않으며 오직 눈앞의 금전적 이익만이 생각을 지배한다. 지구적으로 가장 약한 생명체인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호를 위해 이들의 삶터를 보호하자는 의견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믿음은 착각일 뿐이다. 약자를 무시한 공간은 최고의 강자만이 잘 살 수 있는 왜곡된 공간이 된다. 가장 약한 생명이 잘 사는 공간이 모두가 잘 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동네에 커다란 공사가 진행되어야만 잘 산다는 착각은 전후 급격한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각종 도시개발사업이 경제력 증가와 맞물려 동시대에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부산 인구, 줄어드는 시대다

전쟁 이전 부산시는 인구 50만이 채 되지 않는 도시였으나 전후, 빠른 성장기를 거치며 1980년에는 무려 316만 여 명으로, 불과 30년 만에 6배가 넘게 급증하게 된다. 부산광역시로 개편된 1995년에는 390만 명 가까운 인구를 기록했으나, 이후부터는 지금까지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여 현재는 33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인구는 198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개발사업은 더욱 커져만 가는 왜곡사회가 된 것이다.

개발이 발전이라는 인식은 90년대 중반까지 진행된 급격한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시인프라 건설이 늘 부족했기에, 거대 개발사업이 부족함을 해소해 줄 수 있었기에 대규모 개발이 마치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발전이라 여기게 된 큰 이유가 된다. 인구가 정점에서 꺾인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과밀도시의 인프라는 부족했고, 이 부족한 인프라의 확충은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음이 분명했다. 인구증가속도에 맞춰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시 인구에 맞춰 어느 정도 개발사업이 완료되고, 도시인구 증감이 크지 않으면 이후에는 대규모 개발이 대부분 사라지게 되고 도시가 안정화된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은 또 다른, 인구증가에 따른 인프라 공급부족 현상과는 전혀 다른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도시공동화나 슬럼화, 공공자산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증가로 인한 재정악화 등이 그것이다.

IT기술의 발달, 비대면 시대 안착

부산시에서 단기적 현상이 아닌 무려 30년 가까이 꾸준히 인구가 줄어드는 지금까지도 과연 대규모 개발이 도시의 발전과 연결되는가에 대한 물음은 금기시 되어왔다. 오직 더 거대한 개발만이 부산의 살 길이라며 지금도 가속페달을 떼지 않은 채 폭주를 밀어붙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인구증가를 인프라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간과 비교하면,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구조 변경은 상대적으로 그 시간이 너무나 길다. 결국 30년 가까이 인구가 줄어드는 부산시의 도시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의 거대한 개발행위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암울한 구조를 만드는 것임을 현 세대는 반드시 인식해야만 한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더해, IT기술의 빠른 발달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안착은 또 다른 사회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미 비대면 시대로 인해 소위 젊은 기업이라 표방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출근과 퇴근이라는, 일을 회사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집에서 일을 해도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3차원 교통수단으로 대체

모든 사업장의 주4일제 시대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결국 미래 도시는 개인의 이동거리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고 소위 러시아워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교통수단 또한 기존 도로나 철도의 연결통로 중심 평면형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2차원적 연결통로가 필요치 않은 3차원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드론택시가 그것이다.

드론택시는 인간이 달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화성에 인류가 안착하는 그런 먼 얘기가 아니며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이 되었다. 당장 2024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프랑스 파리는 올림픽을 위해 전통적인 도로나 철도의 확장을 최소화하고 드론택시를 도입하여 원활한 올림픽을 치르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때까지 목표는 단지 시험운영이 아닌 상용화이다. 선수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무인 항공 모빌리티를 이용할 예정인 것이다. 파리 올림픽은 먼 미래가 아니라 불과 1년 조금 더 남은 눈앞의 현실임을 주지해야만 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와 함께하기 위해 부산시는 ‘그린스마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도시를 관리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전면에 내세운 ‘그린’도 ‘스마트’도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오직 시대변화와 한참 괴리가 있는 거대 토건사업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그 중심에 대저대교 건설사업이라는 표리부동한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대저대교 건설, 시대 급변을 예상하지 못한 정책

우리나라 최대 겨울철새 서식처인 낙동강을 관통하는, 대저대교가 포함된 연장 7.6km의 식만-사상간 고속도로는 2005년에 첫 계획이 수립된다.

이 당시 부산시 인구는 360만 명이 넘는 수준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부산시의 인구감소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인프라 부족현상도 해소되지 못한 상태였다. 당연히 인구는 꾸준히 증가되거나 당시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를 가정해서 경제규모의 증가, 이동교통량의 증가를 예측하며 추가적인 도로의 건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용인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당시 계획은 시대의 급변을 예상하지 못했다. ‘스마트’라는 측면에서 ‘무인항공 모빌리티’라는 것도, IT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사회’로 이동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도, 심지어 도시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교통혼잡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도, 이 시스템을 얹은 ‘자율주행’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시대에 만들어진 계획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환경’측면에서 중요한 생물서식처지역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30×30’ [2030년까지 지구 전체면적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었으며, 2022년 10월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 이상이 계획에 동의하였고, 우리나라도 동참을 선언했다]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며, 대형 멸종위기 겨울철새인 고니류의 국내 최대 월동지인 낙동강하구에서도 가장 많은 개체가 관찰되는 지역에 대한 별다른 생각 없이 만들어진 계획이다.

이미 계획이 되었기에 만들어야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어떠한 타당성도 없다. 옛말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당장 내일,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기를 살고 있지 않은가? 이미 계획을 수립하던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세상이 우리 앞에 이미 펼쳐져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만약 이 사업이 진행되었을 경우, 사업이 완료된 시점에는 이미 있던 기존 도로의 철거가 논의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의 감소와 이동의 감소에 더해 이동수단의 혁신이 빠르게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30년을 앞둔 환경영향평가법

우리는 여기서 부산시가 추구하는 ‘그린’의 가치를 실현할 중요한 법적 수단인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이나 사업을 할 때, 해당 계획이나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평가하고 보전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은 헌법 제35조의 ‘모든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실현수단의 일환이다. 즉,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쾌적한 환경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도구이다.

이 환경영향평가법이 강력한 독립법으로 제정․시행된 지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오래된 법률이 과연 헌법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부산시는 시정 케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그린’을 실천하고 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낙동강하구는 우리나라 최대 겨울철새 월동지로서 오랫동안 겨울철새 모니터링이 진행되어온 지역이다. 그 어느 곳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진행되는 지역이며 관련 자료 또한 매우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다. 이런 곳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검토는 그간 이곳을 이끼며 사랑해 온 많은 철새 관찰자들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음은 당연하다.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일 경우 거의 모두 통과되는 기존 환경영향평가서의 과거 관례와 동일하게 부산시는 거짓과 부실로 가득 찬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우리가 하는 사업을 감히 누가 막는가? 라는 식의 안하무인, 무법행정의 민낮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이 최초 지적된 이후 무려 3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는 오만과 함께.

2019년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된 이후, 평가서의 거짓․부실문제가 제기되면서 진행된 논란은 2020년 유례없는 대대적 경찰 수사로 이어졌고, 수사결과 각종 조사자료가 거짓으로 작성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평가서의 제출자인 부산시는 사과는커녕 해당 사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오기를 부렸다. 거짓 환경영향평가서가 확인된 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평가서를 반려했지만, 평가서 반려의 취지에 무색하게도, 부산시는 재작성과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단 넉 달이 지난 후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였다.

그런데, 재작성 평가서는 어처구니없게도 이전에 거짓으로 평가서를 작성한 업체가 총괄했다. ‘그린’을 내세운 부산시는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평가서를 거짓 작성한 업체에 다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맡긴 것이다. 결국 부산시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인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개발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무시해버린 것이다.

구조가 잘못되었으면 목적이 실현될 수 없다

국가나 지방정부가 진행하는 개발사업은 각종 심각한 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숙원사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무자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유명무실화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법이 가지는 심각한 제도적 왜곡에서 기인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첫째, 환경에 대한 현재의 상태를 조사하고 둘째, 개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며 셋째, 이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을 모두 개발자가 작성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면 목적이 실현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개발로 인한 환경영향이 크다고 확인될 경우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으며 대책비용 또한 증가하게 된다. 사업의 최종목표인 이윤추구에 심각한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비용을 줄이면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대상지의 환경현황이 좋지 않다고 평가서를 작성해야 한다.

환경현황은 공공재다

여기서 환경현황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공공재에 해당한다. 사업자는 공공재인 환경현황을 축소·왜곡하여 제출함으로써 사업자의 이익은 늘릴 수 있겠지만, 공공의 이익과 권리는 현저하게 침해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왜곡된 구조의 환경영향평가법이 부산시와 같은 막무가내 환경영향평가서 제출을 허용하게 한 것이며, 거짓·부실자료의 만연화를 유도한 것이다.

이미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국내 최대 고니 월동지였던 낙동강하구에서 고니는 국지적 멸종에 다다랐으며, 큰고니 월동개체수 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민감한 각종 멸종위기 야생조류의 월동개체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멸종위기종은 환경변화에 민감한 지표종으로서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낙동강하구와 그 주변지역 환경이 점점 악화된다는 반증이 된다.

환경이 악화된다는 것은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인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왜곡된 환경영향평가법의 개선은 국민이 당연히 지녀야 할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되찾는 방법이다.

현 기성세대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가장 부자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이다. 과거 가난한 나라에 살 때 각인되었던 개발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부자나라의 국민답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꼰대’에서 탈출해보자.

 

홍석환 교수

◇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적합한 해법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Nature Based Solutions 측면에서 기존 관행적인 자연환경관리 제도나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서로는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공저로 '회복력과 전환', ‘환경과 불교’ 등 다수가 있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