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세계에서, 아름다움이 곧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를 향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수학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반드시 진리다. 진리가 아닌 모든 것은 추하기 때문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폴 디랙은 자연의 법칙이 수학적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은 대표적인 물리학자입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움과 진리는 동전의 양면이었고, 수학적 아름다움은 물리학적 진실에 강력한 단서를 제공하는 ‘진리를 향한 이정표’ 같은 것으로 생각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올바른 이론에 비해 아름다운 이론을 선호하며, 단순함보다는 아름다움에 우위를 둔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디랙은 항상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자연의 근본적인 법칙들을 수학적 형식으로 표현하려 하는 사람들은 주로 그 수학적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는 또한 아름다움에 대한 부차적인 방법으로 단순함 역시 고려해야 한다.”
디랙이 남긴 위대한 업적들은 모두 수학적으로 우아하며, 그는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수학적 아름다움으로 삼았습니다. 디랙은 또 "신은 굉장히 높은 차원이 수학자이고 고등 수학을 사용해 우주를 설계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The Evolution of the Physicist's Picture of Nature,1963).
그러나 이 같은 이야기는 수학적 아름다움이 물리학적 진리와 동일하다기보다는 물리학적 진리의 필요조건임을 시사합니다.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아름다운 이론들이 실험과 상충하면서 비과학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완전히 사라져갔습니다. '불가지론'의 창안자 토머스 헉슬리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말입니다. ‘과학은 조직된 상식이며, 다수의 아름다운 이론들이 추한 사실로 인해 죽어갔다.’
그러나 자연이 근본적으로는 아름답다는 증거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대칭의 원리를 제공한 군론(group theory)과 물리학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한 수학자 헤르만 바일은 말했습니다. “나의 연구는 언제나 진실과 아름다움을 통합시키려 노력했고, 어느 한쪽을 택해야만 하는 경우에 나는 보통 아름다움을 선택했다.”
양자역학의 시조이자 그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의 창안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아인슈타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단순성과 아름다움을 말함으로써 진리에 관한 미학적 기준을 도입한다고 반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자연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수학적 체계의 단순성과 아름다움에 강하게 끌린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선생님께서도 분명히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펼쳐 보이는 그 관계의 완전함과 놀라울 정도의 단순함에 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토록 신비한 우주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신비로운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수학적 아름다움은 국소적이고 일시적인 진리만을 제공해줍니다. 그럼에도 수학적 아름다움은 인간이 진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최상의 이정표인 것입니다.
수학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원천을 통해 풍요로워졌습니다. 그 한 가지는 자연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논리적 사고의 추상적 세계입니다. 이러한 두 원천이 서로 결합하여 수학에 힘을 실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수학을 통해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디랙은 이 관계를 완벽하게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수학자는 그가 창조한 규칙 안에서 게임을 하는 반면 물리학자들은 자연이 부과한 규칙 안에서 게임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학자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규칙과 자연이 선택한 규칙은 동일하다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졌다.”
‘대칭의 역사’는 바로 수학적 대칭, 수학적 아름다움이 물리적 진리임을 확인해 나가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칭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잠정 결론을 내립니다.
‘물리학 세계에서, 아름다움이 곧 진리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진리를 향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수학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반드시 진리다. 진리가 아닌 모든 것은 추하기 때문이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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