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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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5 10:58 | 최종 수정 2018.07.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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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건설 국민 동의부터 얻은 후 추진해야
'설마 하겠나' 생각했다. 한데 새해 벽두부터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한반도 대운하 내년 착공, 임기 내 완공' 발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온 국민이 자자손손 볼모가 될 수 있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대운하 건설을 국민적 합의 없이 이렇게 서둘러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운하 공약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얻은 뒤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이 당선인 주변의 태도는 다르다. 인수위 소속 장석효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 팀장은 최근 국내 건설업계 '빅5'를 만나 사업참여를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당내 논란에 대해 "하지도 않을 일을 인수위에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겠느냐"며 "내년 초 착공해 임기 내에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인수위 상임고문은 "운하건설을 '한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어서 운하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 수렴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인수위 측은 또 두바이 소재 펀드회사가 투자 의사를 전해와 취임식 직후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했다.
대운하 구상은 1990년대 중반 처음 제기된 이래 줄곧 찬반논란에 휩싸여 왔다. 최근 여론도 대체로 찬성과 반대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당선인이 '경제살리기' 항목에서 80~90%의 지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당선을 곧 대운하 공약 지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당선인의 측근인 인수위 박형준 의원은 "모든 일은 국민적 합의 속에서 추진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반론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제는 공약이 아니라 실천 과제가 됐다"고 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제기된 대운하에 대한 문제가 별것 아닌데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단 말인가. 착공을 전제로 타당성 검토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대운하와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는 모두 설득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오만이 느껴진다. 대운하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경제성만 봐도 그렇다. 운하 경제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운행시간이다. 이 당선인 측은 경부운하의 기술적 통과가능시간을 24시간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대운하의 모델인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의 평균 운항속도는 시속 13㎞이다. 총 171㎞인 마인-도나우 운하 통과시간은 기술적으로 18시간이며, 16개의 갑문 대기시간 등을 감안한 실제 평균통과시간은 30시간이다. 이러니 마인-도나우 운하보다 3배나 긴 총연장 553㎞인 대운하를 24시간 만에 주행한다는 데에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16조 원의 공사비를 골재채취와 민자로 충당한다는 것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지보수비는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해선 구상조차 돼있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식수와 환경 문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강을 구간별로 막아 인공수로로 만들면 그것은 이미 강이 아니다. 수천 년을 흘러온 한반도의 강들이 553㎞짜리 초대형 시멘트 건조물로 내버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물론 이 같은 문제제기가 기우일 수 있다.
대운하가 환경적 피해없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면 반대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치밀한 검토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살리기와 함께 국민통합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도 결코 빠뜨려서는 안된다. 위임받은 5년간 너무 많은 욕심을 내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영국의 국토계획 전문가인 피터 홀은 세계의 대표적인 재앙적 공공사업을 분석한 '대재앙계획(Great Planning Disasters)'란 책에서 대재앙의 요인은 '수요의 과대평가와 비용의 과소평가'라고 지적했다. 대운하 사업이 대재앙계획의 목록에 오르지 않으려면 경제성과 그에 따른 비용과 환경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국민적 신뢰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 측은 다음의 구절을 새겨보기 바란다. "그 빚이 후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갚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 개발은 무엇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이다." 바로 이 당선인의 정책 브레인으로 대운하 계획에 참여한 서울대 지리학과 유우익 교수가 과거에 쓴 '지역개발에 있어 환경 윤리의 문제'('지리학' 제27권)의 핵심이다.
<2008년 1월 3일 국제신문 kookje.co.kr, 대운하와 국민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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