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종전선언’과 ‘선 핵시설 신고’를 서로 우김으로써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흔히 협상에서 악마는 디테일 숨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디테일은 관료, 특히 미국 관료라고 지적한다.
정상들이 정치적 결단으로 총론의 방향과 흐름을 잘 잡았다. 그런데 그 아래 장관을 포함한 실무 협상 담당자들이 관료적 이해, 과거의 관성에 사로잡혀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곧 남·북·미 정상의 ‘새로운 어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협상 고위 관료들의 ‘낡은 어법’(구태·관성)에 따른 갈등 국면으로 현 정세를 진단한다.¹⁾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믿어도 좋은 것일까? <전편>에서 보았듯 ‘청년 트럼프’는 지도자상은커녕 바람직한 젊은이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다. 하여튼 대통령이 되었다. 실질적인 세계 최강의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의 트럼프’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삭스 콜롬비아 대학 지속가능 개발 센터 소장과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밴디 리가 공동으로 쓴 칼럼을 통해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악화되고 있는 트럼프의 정신병²⁾
외견상 요즘 매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그 국가 원수들,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들 그리고 이민자 가족들에 적대적인 정책과 인신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이민자 어린이를 그 부모와 떼어놓은 냉혹한 분리정책을 옹호했다. 대중의 분노가 그를 물러서게 했지만, 그의 공격성향은 곧 다른 곳에서 느껴질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감정 폭발을 정치적 기반에 따라 행동하거나 카메라를 의식해서라거나 미래의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우리의 견해는 다르다. 미국의 수많은 유명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는 트럼프가 세계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을 가져다줄 여러 가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믿는다.
트럼프는 적어도 세 가지 징후를 보이고 있다. 편집증, 공감 결핍, 그리고 가학성이다. 편집증은 개인이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을 인지하는, 일종의 현실로부터의 이탈이다. 편집증 환자는 가상의 위협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
공감 결핍은 한 개인이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과 다른 사람을 단순한 도구로 보는 시각에서 나올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행위가 자신의 목적 달성에 이롭다면 결코 양심의 가책 따위는 일으키지 않는다.
가학성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모욕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거나 자신의 약점을 일깨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는 트럼프가 이러한 특징을 가졌다고 믿는다. 우리의 결론은 그의 행동 관찰과 알려진 개인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쓴 많은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보고서는 독립적인 정신감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가 이전에 요청했고, 다시 거듭 요청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가 세계에 이미 커져가는 위험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완전한 그림이 필요치 않다. 심리학적 전문지식은 그러한 특징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권력을 쥔 개인에게는 점점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자신의 호전적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트럼프는 무자비하고 반성의 기미는 조금도 없이 거짓말을 한다. 사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 이후 3천 번 이상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이 신문은, 트럼프의 거짓말은 최근 몇 주 동안에 강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트럼프의 측근들은 트럼프가 주위의 온건한 충고는 점점 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자기 주위에 자신의 분부를 따르려는 호전적이고 부패한 무리들만 두고 있기 때문에 그를 제지할 수 있는 “방 안의 어른”이 없다. 이 모든 것은 트럼프의 심리로 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의 야단법석 떠는 과장은 증상이 점점 더 심각해짐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얻은 막연한 결과물로 북한에 의한 핵 위협은 끝났다는 그의 거듭된 주장을 생각해 보자. 또는 멕시코와의 남쪽 국경에서 이민자 어린이와 그 부모를 강제적으로 떼어놓는 정책이 자신이 아니라 민주당이 획책했다고 주장하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생각해 보자. <워싱턴포스트>가 최근에 세어보니, 트럼프는 단지 한 시간짜리 집회에서 29번이나 거짓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했다. 의도적이든 망상이든 간에, 이 정도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병적인 것이다.
트럼프는 사실상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관철시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의 접근방식은 위협, 위협에 대항한 위협, 그리고 단계적 확대를 끊임없이 장담하는 것이다. 그는 전술적인 후퇴를 하는데, 이는 공격을 다시 하기 위해서이다. 확대일로의 보복 무역 전쟁이 그러한 경우이다. 이 전쟁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과 진행 중인데,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국제 협약과 단체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파리기후협약, 이란핵협정, 그리고 최근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트럼프의 편집증으로 말미암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심각한 정신적 결함을 지닌 미국 지도자들을 상대한 적이 없는 전통적인 우방국들은 흔들리고 있는 반면, 적들은 이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파렴치한 거짓말을 대담하게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문가들과 외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폭언을 정치적 전략을 반영하는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트럼프의 행동들은 이성적이고 심지어 대담하다고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트럼프의 행동들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드러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이다.
역사에서는 구세주를 자칭하며 거대한 권력을 움켜쥔 정신 장애인이 많다. 그들은 결국 사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독재자가 되었다. 그들의 의지력과 국가를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은 대중을 추종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권력을 가진 정신병자에 대한 교훈이 하나 있다면, 장기적인 결과는 모든 사람에게 헤아릴 수 없는 큰 재난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미래의 재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서라도 꼼짝 않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재난을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 편집증과 공감 결핍 그리고 가학성이란 위험한 징후를 가진 지도자는 대통령 직에 남아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 위험을 제거하고 우리의 안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될 적절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투표함, 탄핵, 미국 헌법 25번째 수정안³⁾이다.
※1)특별대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한겨레신문』, 2018년 8월 8일. 2)Jeffrey D. Sachs/Bandy X. Lee, 「Trump's worsening psychopathology」, 『The Korea Herald』 , 2018년 7월 6일. 3)대통령의 장애(무능력) 시 대통령 직 인계에 관한 헌법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칼럼니스트·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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