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본다. 그의 핵심 참모진이 좌천성 인사를 당해 홀로 남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검사는 수사의 결과로 존재증명을 한다. 윤 총장의 취임 후 야심차게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는 이제는 누구나 다 알게 되었듯이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다’. 국정농단에 투입한 검찰력보다 더 많은 수사 인력을 동원해, 더 오래 수사하게 한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귀중한 공권력을 심대하게 낭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먼 한 가족을 파탄지경에 빠뜨렸다. 국가를 분열시켜 국가적 에너지를 막대하게 소모시켰다. 귀책사유 있는 자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장삼이사들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1차적으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수사 결과에 대한 문책성 전보를 당했다. 전쟁에서 패하여 사단장이 책임을 지는데, 사령관은 멀쩡한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참모는 실패한 업무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것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수뇌, 곧 검찰총장은 전보할 데가 없다. 사퇴뿐이다. 강단 있는 수장이라면 응당 참모보다 먼저 구차한 변명 없이 용퇴로 책임을 가름할 것이다. 윤 총장도 그 정도의 강골은 되리라고 믿는다.
혹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한직인 대구고검 검사로,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했는데도 꿋꿋이 버틴 예를 들며 자진 사태는 없으리라고 추단한다. 그러나 경우가 다르다. 윤 총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정치 개입 의혹 수사의 특별수사팀장이었다. 곧, 정당한 수사에 대한 부당한 좌천성 인사였기에 버틸 수 있었고, 또 버텨야 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참모들이 부당한 수사에 대한 적법한 인사 조치를 당했다. 참모들의 수사를 총괄한 수장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혹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과감한 인사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규정한다. 하여 검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징벌”이라며 “검찰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맞서 수사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총장밖에 없다”고 한다. 곧,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팀의 지휘부를 바꾼 것은 일종의 수사방해이니, 총장이 굳건히 버텨서 수사방해를 막아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까? 이런 식의 주장은 차라리 검찰의 ‘자기 모독’이다. 지휘부가 바뀐다고 수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면 이거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지휘부가 바뀌어도, 총장이 사퇴해도 청와대든 어디든 검찰은 얼마든지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수사도 방해하지 않는다. 왜?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이라서가 아니다. 언젠가는 ‘죽은 권력’이 된다. 그때 언제든 검찰은 칼을 휘두를 수 있다. 청와대를 향해 들이미는 칼날을 2~3년 막아보자고 ‘보복성 인사’를 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근시안일까? 절대로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힘이 있기 때문이며, 그 힘은 다름 아닌 ‘정치적, 법적, 도덕적’ 정당성이다. 한마디로 뒤가 구린 일 없이 깨끗하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는 자신감인 것이다.
흔히 정치가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검찰은 악인들만 상대하다보니 ‘정치가는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게 되어 있다’는 확증편향이 직업병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수구기득권 세력들에게는 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검찰은 과거 학습효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새로운 정치 환경임을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힘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인사를 앞두고 대검찰청과 충돌한 이유와 관련해서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인사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추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인사명령에 대한 복종은 공직자의 기본적인 의무로, 검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윤 총장은 본인의 신분과 위치를 자각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스스럼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인식과 행태를 사죄하라”고 했다.
뒤가 구린 게 없는 사람은 힘이 세다. 법에 정해진 모든 권한을 다 사용할 수 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로 마음껏 괴롭혔다. 이제 공수처의 신설로 이런 행태는 불가능하다. 나아가 검찰은 법적으로 오점이 있는 정치가한테만 칼을 휘두를 수 있다. 깨끗한 사람에게 검찰의 칼은 막대 풍선만한 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힘이 세다. 정치적, 법적, 도덕적으로 정당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 추미애 장관, 이인영 원내대표, 홍익표 수석대변, 또한 그러하다. 얼마나 가슴 벅찬 현실인가.
굳이 뱀다리를 그려 넣자면, 임기가 보장돼 있는 윤 총장이 안면몰수하고 버틴다면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김남국 변호사에 따르면, 용퇴시킬 간단한 해법이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개별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다. 추 장관이 대표적인 검찰비위 사건인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을 윤 총장에게 수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윤 총장이 이런 지시를 받고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장관의 정당한 수사지휘를 총장은 치욕으로 치부해 왔다.
‘추다르크’는 이런 지시를 분연히 내릴 수 있는, 뒤가 깨끗한 강골 중의 강골인 정치가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치욕’을 당하기 전에 아마 윤 총장은 사표를 던질 것이다.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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