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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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09:25 | 최종 수정 2023.03.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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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시그널은 복선이다 경계가 삼엄하다
크거나 작지 않은 꽃송이로
그녀를 장식했다 봉분에 둘러선
손바닥 위에 종이 한 장씩 놓였다 편지처럼,
유산은 과거를 상속받는 것이라
누가 말했을까, 죽은 이를
수신하는 일과는
지루해라, 바닥이 바닥을 겨냥한다
고딕체로 서명란에 서명을 한다
아무도 이기거나 지지 않았다
한때는 피의 일부였던
사생활들이 서로를 외면한다
오지 않았거나 이미 가버린
미래, 아무도 물려받지 않았다
시작메모:
집안의 어른이 돌아가시고 봉분의 흙이 마르기도 전, 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피붙이들이 갑자기 멀어지는 경험. 각자의 명확한 입장에 따라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모두가 올바르고 모두가 이상한 계산법. 잡았던 손들이 서슴없이 풀어졌다. 유산은 미래를 상속받는 것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틀렸지, 싶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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