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4. 정재와 묘심②
인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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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08:07 | 최종 수정 2024.01.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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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4-2.유능한 통역자가 된 묘심
내가 팔려간 곳에선 내가 쓰는 말이란 다른 말을 하고 있었어.처음엔 말이 서로 다른 게 이상했는데 나는 언어의 차이라는 걸 금방 알았어.언어에 소질이 있었는지 나는 다른 언어를 금방 배웠어.그렇게 배우고 익힌 나의 언어 실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게 되지.
처음 볼 때부터 묘심이는 똘똘해 보였어.기품있게도 보였어.언어 실력이 인생의 삶을 바꾸었다니 궁금한데?
어느날 우리랑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났어.큰 배를 타고 왔다는데 다 합하면 수백 명 정도가 되었어.다 남자들이었어.피부가 희고 우리네 남자들보다 덩치가 훨씬 컸어.그들은 무슨 동물을 등에 타고 다녔는데 그렇게 큰 동물은 처음 봤어.우리가 기르던 작은 동물들보다 서너 배 이상 컸으니 처음엔 엄청 무섭게 보였지.힝힝 울음소리를 내면 사람들이 다 도망가고 그랬어.나중에 알았지.그게 말이라는 걸.그리고 그들은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는 길다란 웬 막대기 같은 걸 가지고 다녔어.그걸로 저 멀리 있는 것을 때려 맞추더군.나중에 알았지.그게 총이라는 걸.
아~감이 좀 잡히네.네가 어디에서 온 여인인지 짐작이 되네
짐작은 대충 할 수 있어도 내 삶은 상상초월이야.함부로 짐작하지마.놀랄 만한 일들이 아직 많아.내가 그들을 처음 본 건 그들이 우리네 땅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서였어.그들은 어느 부족 추장을 만나 점잖게 협상을 했다더군.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 그랬나봐.그래서 내가 살던 곳의 여자노예20명을 그들한테 보내게 되었나봐.나는20명 안에 뽑혀서 그들한테 가게 되었어.그들이 사는 곳에 갔는데 그들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대장이 나를 눈여겨 보더군.나도 그의 눈길이 왠지 싫지는 않았어.그렇게 나는 대장의 여자가 되었어.이후 노예생활 할 때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주로 한 군데 붙어 살다가 늘 옮겨 다니며 살게 되었어.대장은 자기가 부하들을 거느리며 다니는 곳에 날 꼭 데리고 다녔어.어느 날 내가 노예로 있던 부족 마을을 가게 되었어.그런데 그 부족이 쓰는 말은 다른 부족들 쓰는 말과 많이 달랐어.같은 나라 사람이더라도 그 말을 알아 듣는 사람들은 드물었어.이때 내가 통역을 했지.내가 그 부족말을 알아듣고 우리나라 표준어로 통역을 하면 또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대장이 쓰는 말로 통역했지.두 단계로 복잡하게 이루어지는 통역이었어.처음엔 그렇게 했는데 나중엔 그냥 한 단계 통역을 했어.대장과 같이 다니며 살면서 대장이 쓰는 말을 금방 익혔거든.소수 부족 말을 알아듣고 직접 대장이 쓰는 말로 통역했어.그러니 나는 유일무이한 능력의 통역자가 된 거지.대장이 그렇게 통역할 수 있는 똑똑한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지.
대단하다.역시나 엄청난 능력자야.묘심이는…
맞아.나는 나중에 통역자 이외의 일까지 하게 되지.대장에게 유익한 조언자가 되었지.이 때부터가 본격적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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