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시편·1
-곰국
이승현
참나무 숯불덩이로 푹 고은 곰국이라도
쫄면서 떠오르는 뿌연 것쯤 있게 마련
오래된 장항아리에 곰팡이 피어오르듯
걷다 보면 뭣 모르고 곁불도 쬐게 되고
꼬인 연줄에 걸려 헛발질도 하게 되지
그러니 잉걸불인들 어찌 식지 않겠는가
뒷모습 서늘해짐은 가을 나무 보면 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국으로 남으려면
때때로 핵융합하듯 화학적 충돌하는 거다
[픽사베이]
아내는 생의 동반자로 곁을 지켜 주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오래된 장항아리에 곰팡이 피어오르듯’ 부부 사이에 오해도 생기고, ‘꼬인 연줄에 걸려 헛발질도 하’면서 서로 아웅다웅 살아갑니다. 시인은 이 모든 것도 부부가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말 부부가 ‘서로가 서로에게 진국으로 남으려면’ ‘핵융합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졸아들어야 한다는군요.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해야 더 맛있는 ‘곰국’이란 부제가 이런 부부 관계를 아주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