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5. 무식과 진숙②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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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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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5-2. 대통령에서 황제가 된 무식
나를 병사로 만들며 나를 출세시켜 준 사람들은 백인들이잖아. 나한테는 은인이지. 그런데 그 백인들은 우리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기도 했어. 나는 백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품으며 살 수도 있었는데 나는 정반대로 살아왔어. 백인들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며 살았지. 백인들이 아버지를 죽일 때 나는 겨우 여섯 살이었으니 사리분별이 안 되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원래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는지도 몰라. 힘있는 걸 쫒아가는 인간! 그러니 그냥 힘있는 백인들이 좋았어. 특히 아까도 말했듯이 백인들 중에서 나폴레옹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었어. 그는 비록 말년에 불행하게 죽었지만 살아 있을 때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지. 전쟁광이기도 했지만 거의 신적인 존재였지. 나는 나폴레옹처럼 되고 싶었어. 내가 백인들 나라를 떠나 우리나라로 돌아와 쿠테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된 것은 다 나폴레옹이 했던 것을 본딴 거야. 나폴레옹도 당시의 권력을 뒤집어 엎고 제1집정관, 즉 통령이 되었지. 이때부터 나폴레옹은 엄청난 권력을 가졌지. 명실상부한 나폴레옹 독재가 시작된 거였어. 하지만 그는 임기 10년의 통령이 맘에 들지 않았어. 임기가 아예 없는 종신 통령이 되기도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어. 결국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기 위해 그는 기어코 황제가 되었지. 당시 교황은 나폴레옹 앞에서 꼼짝도 못했지. 나폴레옹은 황제대관식 때 교황이 씌워주는 황제의 관을 거부하고 자기가 직접 황제의 관을 자기 머리에 썼어. 그런 나폴레옹! 얼마나 멋있어. 그렇게 나폴레옹이 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하며 나는 시시한 대통령 자리를 스스로 걷어 치우고 나도 황제가 되었어.
요즘 세상사람들이 보는 유튜브라는 데서 어느 시커먼 사람이 황제 대관식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무식이 너였구만. 보기에 민망하더구만. 촌빨작렬이더군.
앗! 들켰네. 여기 와서 내가 봐도 좀 그래. 근데 그때는 그게 왜 그리 폼나게 보였나 몰라. 드디어 나도 나폴레옹이라도 된 것처럼 기세등등했지. 나는 대관식 때 전세계 정상들을 초대했는데 얼마 오지 않아서 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나는 아주 만족했지.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었어.
그런데 엄청난 권력자들이 욕심을 부려 황제가 되면 이후에 망쪼가 들지 않나. 내가 알기로는 그래. 나폴레옹도 잘 나가다가 황제가 된 이후 잘 나가는 듯하다가 결국 완전히 몰락하잖아. 나폴레옹의 조카도 대통령이었다가 황제가 되었는데 결국 몰락했지. 저기 얼굴 노란 나라에서는 위안스카이라는 사람도 대총통이었다가 황제가 되었는데 급격히 몰락했지.
너 지금 위안스카이라 그랬나! 금마 지금 여기 어딨나 몰라. 함 보고 싶네. 금마랑 나랑은 비슷한 데가 많아. 사실 나는 나폴레옹처럼 되고 싶었는데 위안스카이란 작자가 생긴 바람에 나는 위안스카이와 동급의 인간이 되고 말았어. 나폴레옹은 영웅으로 평가받지만 위안스카이는 꼴똥으로 전락했지. 나처럼 욕심을 부려 황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하지만 더욱 비슷한 게 또 있지. 금마는 부인 말고도 첩과 자식이 많았다지. 황제가 된 후 허망하게 몰락했지만 황제가 되기 전부터 씨를 아주 많이 뿌렸더구만. 1명의 정실부인과 11명의 첩실을 두었는데 그 사이에 17남 15녀가 있었다지. 그렇게 위안스카이 가문은 번창했다는데… 허망했던 정치권력을 떠나 생물학적 유전자 번식 차원에서는 성공한 놈이야. 그런데 내 앞에서는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꼴이지. 나로 말할 것같으면… 험! 까불지들 마! 이 방면에서는 내가 탑 권에 속해. 옛날에 청나라 어느 황제는 100명 가까이 자식을 두었다고 하는데 20세기 이후로만 따진다면 내가 1등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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