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의 이해 ② – 처분문서의 증명력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관은 증거법칙의 제약을 받지 않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자료를 참작하여 형성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를 자유심증주의라고 합니다. 자유심증주의는 증거능력이나 증거력(증거가치)을 법률로 정해 놓아 법관이 사실인정에 당하여 반드시 이러한 증거법칙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정증거주의와 대립됩니다.
증거방법에도 제한이 없고 증거의 증거가치(증거력)의 평가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이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일임하고 있습니다. 공문서라고 하여 반드시 그 기재내용을 증거로 채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믿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자유로운 확신에 의한 판단은 형식적인 증거법칙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결코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고, 법관의 사실판단은 일반의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 따라야 하며 시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있을 것으로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처분문서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처분문서란 법률적 행위(처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의 문서를 말합니다. 계약서, 약정서, 각서, 차용증서, 합의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즉 어떤 처분이 문서에 의하여 이루어질 때 처분문서라고 합니다. 작성자가 듣고 보고 느끼고 판단한 바를 기재한 보고문서와 대비됩니다. 상업장부, 호적등본, 진단서, 영수증, 일기 등이 보고문서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의 기재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여 처분문서의 기재내용에 강한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각서, 차용증, 계약서 등의 처분문서의 경우에는 일단 그 문서에 서명이나 날인이 있었음이 인증된 경우에는 그 문서에 기재된 대로 법률적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그 문서의 기재내용과 다른 사실의 인정은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에 대한 입증이 되어야 합니다. 즉 반증이 있거나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증명력이 배척됩니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후 계약서 작성 당시 계약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거나 문서의 내용과 본인의 의도가 달랐다는 등의 주장은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반증이 있거나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없지는 아니하나, 문서 작성의 취지나 작성된 문서를 둘러싼 분쟁의 해결과 그 방법 등을 생각하면 대법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는 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계약서 등 처분문서를 잘못 작성한 후 사후 구제받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처분문서를 작성할 때에는 잘 검토하여 신중히 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중요한 법률적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문서로 분명히 작성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장 /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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