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조시인협회가 최근 출간한 '진주시조' 제22호 표지. 사진= 조해훈
진주시조시인협회(회장 신애리)가 1년에 한 차례씩 발간하는 『진주시조』 제22호가 최근에 발간됐다.
이번 호의 특집은 다섯 부류로 편집되었다. 첫 번째 특집은 ‘진주 예찬’이다. 김병선·리창근·손영희·이희규·조계자·하태무 시조시인 등 24명의 시조 시인들이 문향이자 예향인 진주를 예찬하는 시조를 실었다. 이중 조계자 시인의 시조 「월아산 청곡사- 진주지역 소재」 전문을 보자.
“회화나무 흰 꽃 피는 달음산 아랫자락/ 「파르테논」 신전에 비길만한 언덕 있다./ 푸른 골 천년 옛 절에 넋 놓은 저 보름달// 달음산 노을 보고 일 마친 초승달은/ 낯빛 고운 돌 개울의 가재 등에 업혀가고/ 북극성 부릅뜬 눈이 탱화만 읽고 있다.// 천 년 넘게 생존하는 그 이름 청곡사와/ 해설피 모여드는 퍼득대는 청학들/ 날개깃 가슴에 묻고 단꿈에 젖어든다”
진주 월아산에 있는 청곡사를 예찬하고 있다. 이처럼 시조를 통해 진주 지역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두 번째 특집은 ‘하을태 소시집’이다. 중·고등학교 교장 출신인 그의 소시집에는 시조 「호박꽃 속 작은 별」 등 7수가 실려 있다. 이중 「호박꽃 속 작은 별」 전문은 다음과 같다.
“연노란 호박꽃잎/ 겹겹이 부드러워// 포근한 이불 같은 아늑한 꽃 방 속에// 작은 별 세상 잊은 듯 꿀 따기에 빠졌다// 꽃속살 안은 몸짓/ 스치는 어릴 적 품// 입가에 젖은 그 맛 가슴 깊이 메운 온기// 그리운 어머니 내음, 갈 수 없는 내 고향”
세 번째 특집은 ‘천금태의 창작 노트’이다. 반세기가 되도록 복지 현장에 종사해 온 그는 「시조 농사를 짓다」의 창작 노트에서 2023년 등단 이후로 쓴 발표 시조 등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 창작 노트에 담긴 그의 시조 한 수를 보겠다.
“아파트 단지 후문 매주 토요 해종일/ 젊은 부부 차에서 탄환 뻥뻥 쏘는데/ 하느님,/ 저 내외 소원/ 무엇인지 아시나요?/ 저 부부, 자녀 어리면 뻥뻥하게 잘 자라고/ 셋방살이 서럽다면 집 한 칸 불리시고/ 배고픈/ 앞치마 지갑/ 뻥뻥 튀겨주소서!”( - 「뻥튀기 부부」 전문)
네 번째 특집은 「문병설 생애 첫 시조집 해설」이다. 고현숙 시조시인(계간 문학지 『춘하추동』 발행인)이 85수의 문병설 시조시인의 작품을 받고 쓴 해설이다. ‘보이는 대로 숨김없이 마음을 표현하는 시인’ 주제로 그의 작품들을 쉽게 해설했다. 그 중 ‘인연의 안타까움을 마음에 담으며’ 편에 언급된 문병설 시인의 시를 한 수 보겠다.
“심지를 돋운다면/ 불빛은 밝겠지만// 애타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 데도// 무엇이 안타까워서/ 잠 못 들고 있는가.”( - 「무엇 때문에」 전문)
네 번째 특집 다음으로 회원 27명의 작품이 실렸다. 이중 신애리 진주시조시인협회장의 시조 한 수를 보겠다.
“손에 든 유자 한 알/ 샛노란 비명이다// 시퍼런 새벽 뚫고/ 재 넘는 저 늙은이// 새콤한 향기에 취한/ 나랏님만 위한 땅// 비바람 몰아치면/ 죄인되어 엎드리고// 떨어진 황근 알을/ 어찌 다 붙여볼지// 낮아진 그 어깨 위로/ 늘어가는 유자 세”( - 「유자살이」 전문)
다섯 번째 특집은 ‘시화전 지상 갤러리’이다. 25명의 시조가 실렸다. 이중 강병선의 작품 「유등」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진주성 풍전등화/ 군관민이 지키느라// 장렬히 숨진 넋을/ 고이고이 안은 유등// 세상에/ 알리기 위해/ 머나먼 길 재촉한다”
진주시조시인협회 회원들이 지난 4월 20일 남해 노도에 문학기행을 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신애리 진주시조시인협회장 제공
다음으로 제24회 진주시조백일장 우수 작품이 실렸다.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눠 열렸다.
500수가 넘게 응모된 초등부의 ‘초등 저학년’ 부문에서 장원한 안계초등학교 2학년 하지은 양의 작품 「우산」 전문은 아래와 같다.
“비가 오면 친구랑 가까운 사이가 된다// 마음씨 착한 우산은 우정도 지켜 준다// 언제나 따라다니며 젖지 않게 막아 준다”
다음은 일반부에서 장원을 차지한 조수미 씨의 시조 「인공지능」 전문을 보겠다.
“고장 난 리모컨이 에어컨을 재워서/ 부랴부랴 내달려 대리점을 찾으니/ 여름의 한숨 소리가 내 발등을 누른다// 며칠을 기다려서 구입한 리모컨은/인공지능 들어있어 바람 힘도 굳세고/ 엄지로 부드럽게 누르면 이십사도 알린다// 잠을 자다 일어나 꺼진 것 다시 켜면/ 이전도 이십사도 이후도 이십사도/ 어떻게 생각했을까 맞춰내는 온도다”
신애리 진주시조시인협회장은 발간사에서 “진주에서 시조를 쓰고 시조를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충실히 해오신 선배님들 덕분에 애향의 도시 진주의 맥을 지키며 진주 시조가 굳건히 서 있다.”며, “진주시조는 정격을 지키는 수호자이다. 22호 진주시조를 발간하며 겨레의 시밭 시조를 계승한다는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진주시조시인협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5시 진주세무서 옆 이정식당에서 '진주시조' 제22호 출판기념회를 갖고있다. 사진 제공= 신애리 진주시조시인협회장
한편 진주시조시인협회는 지난 15일 오후 5시 진주 이정식당에서 이번 제22호 발간을 자축하하는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