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 변호사의 생활법률】 민사소송의 이해 ⑤ – 처분권주의
김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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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13:12 | 최종 수정 2024.03.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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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의 이해⑤ – 처분권주의
처분권주의는 민사소송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처분권주의란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 그리고 절차의 종결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절차의 주도권을 주어 그 처분에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私權에 관하여는 처분의 자유가 인정되어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사권을 법원을 통하여 실현할 것인가, 어떠한 사권을 실현할 것인가를 당사자의 의사에 맡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처분권주의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민사절차에 표현된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03조에서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여 명시적으로 처분권주의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절차는 당사자의 소의 제기에 의하여 개시되며 법원의 직권에 의하여 개시되지 않습니다.
심판의 대상도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특정되고 한정되기 때문에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의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원고가 1,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중 일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나, 신청한 금액을 넘어서는 금액, 가령 1,50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즉, 당사자가 신청한 것보다 적게 판결하는 것은 허용되나, 신청의 범위를 넘어서 판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과 별개의 사항을 판결하여서도 안 됩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제3자 ‘갑’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청구를 하였는데, 원고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경우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서 손해배상을 명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청구하는 원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잘 고려해서 청구하여야 합니다. 조금 더 들어가서 살펴보면, 인명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원고가 치료비(적극적 손해라고 합니다) 1,000만 원, 사고로 인하여 얻지 못하는 수입 상당의 손해(소극적 손해라고 합니다) 1,000만 원, 위자료 500만 원 합계 2,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 있어서,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청구금액인 2,500만 원을 넘어서지 않은 금액을 인정하였지만, 소극적 손해액이나 적극적 손해액을 청구금액인 1,000만 원을 넘는 금액을 인정한다든지, 위자료를 청구금액인 500만 원을 넘는 금액을 인정하는 경우도 처분권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자청구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원금, 이율, 기간 등 3개의 기준 중 어느 것이나 원고 주장의 기준보다 넘어서면 처분권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개시된 절차를 판결에 의하지 않고 종결시킬 것인가의 여부도 당사자의 의사에 일임되어 있습니다. 원고가 소를 취하한다든가, 청구를 포기한다든가, 피고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음을 자인하는 인락을 하여 절차를 종결시킬 수 있고, 양쪽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소송을 종료시키기로 하는 합의인 화해에 의하여 절차를 종결시킬 수도 있습니다. 상소(상고 및 상고)를 취하하거나 상소하지 않기로 합의하거나 상소권을 포기하는 것도 인정됩니다.
<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장 /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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