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그리운 주막 1 - 박태일
박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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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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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주막 1
박태일
산그늘 하나 따라잡지 못하는 걸음이
느릿느릿 다가서는 거기,
주막 가까운 북망에 닿아라.
동으로 머리 누이고 한 길 깊이로 다져지는 그대
도래솔 성긴 뿌리가 새음을 가리고
나직한 물소리 고막을 채워 흐른다.
입 안 가득 머금은 어둠은 차마 눌 주랴.
마른 명주 만장 동이고 비틀비틀 찾아가거니
흐린 잔술에 깨꽃 더미처럼 흔들리는 백두.
그대의 하관을 엿보는 마음이
울음을 따라 지칠 때,
고추짱아 고추짱아 한 마리 헤젓는 가을 하늘 저 끝.
- 박태일 시선집 《용을 낚는 사람들》 중
◇ 박태일 시인은
1954년 경남 합천군 율곡면 문림리 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미성년의 강〉이 당선하여 문학사회에 나섰다.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 《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 《풀나라》,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옥비의 달》,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을 펴냈다. 연구·비평서로 『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4』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몽골에서 보낸 네 철』, 『시는 달린다』, 『지역 인문학: 경남·부산 따져 읽기』 등을 냈다. 김달진문학상·부산시인협회상·이주홍문학상·최계락문학상·편운문학상·시와시학상을 받았다. 2020년 정년을 맞아 한정호·김봉희가 엮은 박태일 관련 비평집 『박태일의 시살이 배움살이』가 나왔다. 현재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시인/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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