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129) 궁평항 도리섬, 정겸

손현숙 승인 2024.05.11 09:00 의견 0
도리도

궁평항 도리섬

정겸

궁평항 앞 도리섬은 우주를 품고 있다
봉곳한 섬 위에
달랑 등대 하나 있을 뿐인데

부나비로 환생한 별들이
반짝거리는 등대 속으로 쏟아진다

오늘도 안드로메다은하의 별빛이
이백만광년을 달려서 이곳으로 왔다

수많은 별빛들은 화석이 되고
퇴적층이 되어 바다 속에서
시방삼세의 섬을 만들었다

아직도 꿈틀거리는 별들의 영혼들.

정겸 시인

시집 《악어의 눈》을 읽었다. ‘2024, 디지북스 작은시집 125’

시인은 궁평항에서 나서 궁평항에서 자랐다. 그러니까 그는 바다의 사람이다. 바다가 바람 앞에서 자기를 내려놓듯 시인은 바다를 품으면서 세상과 아름다움을 배웠다. 별빛이 모여서 화석이 된 섬, 섬 하나를 바라보면서 별과 섬의 이야기를 한다. 궁평항 앞 도리섬이 별빛으로 만들어졌다는 신화를 쓴다. 그러니까 시인과 천진은 한통속이다. 시인은 “꿈틀거리는 별들의 영혼”에 관해 여전히 시를 산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발화의 힘』, 대학교재『마음 치유와 시』▷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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