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66) 아버님 오시는 날 - 배종관

손증호 승인 2024.05.29 08:00 | 최종 수정 2024.05.29 10:02 의견 0

아버님 오시는 날

배종관

음陰 이월 스무하루 아버님 오시는 날
구름 비낀 조각달이 고향집 비춥니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 들리는 듯합니다

꽃피는 봄을 두고 서둘러 가신 걸음
지게로 사신 평생 통증으로 다가와서
아련한 가슴 한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엎드려 다가서니 들리는 듯 그 목소리
술 한 잔 비우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새하얀 도포를 입고 돌아보고 가십니다.

‘꽃피는 봄을 두고 서둘러 가신’ 아버지. 그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게로 사신 평생 통증으로 다가와서’ ‘아련한 가슴 한편을 두드’립니다. 아버지는 ‘구름 비낀 조각달이 고향집 비출' 때 오셔서 '술 한 잔 비우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가시는군요. 살아생전 아들을 믿고 사랑하셨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섬긴 아들. 부자유친(父子有親)의 도리를 담담하게 그린 제삿날의 풍경이 애잔합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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