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단체 교토시청광장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

'핵오염수 해양투기 STOP! 세계시민행진(GLOMA)' 8일 '교토서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선언, 도보행진

김해창 승인 2024.06.10 13:21 의견 0
교토시청 앞 세계시민행진을 앞두고 이원영 한국 실행위원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내내 일본 교토시청과 교토역 등 시내 중심가에서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시민단체 활동가·시민들의 반핵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핵오염수 해양투기 STOP! 세계시민행진(GLOMA)’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교토시청 광장에서 200여 명의 시민단체 대표 및 활동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핵오염수 해양투기 STOP! 세계시민행진’ 을 시작해 시내 약 4km를 도보행진 했다. 이들은 오후 4시 반부터 3시간에 걸쳐 교토역 인근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광장에서 ‘세계시민대회’를 갖고 세계시민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선언을 했다.

이날 GLOMA 세계시민행진은 한국 측에서 약 20명이 참가했다. 특히 GLOMA 한국 실행위원장인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대표(전 수원대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호소하며 서울~부산에서 시모노세키~도쿄까지 1,600km에 걸친 도보행진을 한일 시민들과 함께 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또한 오는 7월 6일 오후 2시~4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엔본부까지 ‘핵오염수 STOP 세계시민행진’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날 행사는 이 교수의 호소에 일본 간사이 지역 시민단체가 호응해 함께 기획된 것이다.

교토시청 앞 세계시민행진을 앞두고 이원영 한국 실행위원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이날 교토시청에서 세계시민행진의 출발을 앞두고 가진 집회에서 이원영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1년 전 1,600km의 한일 시민행진을 할 때 이곳 교토를 들러 일본 교토시민들과 함께 걸었는데 오늘 다시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일본 정부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위를 용인하는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지구생명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가질 것을 촉구하며 세계시민의 힘으로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내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오카모토 사나에(岡本早苗) 원전사고인권침해소송 아이치기후(愛知岐阜) 원고단장이자 원전사고피난자모임 아이치 공동대표는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대해 방사성물질이 얼마나 나왔는지 제대로 공개도 하지 않고 책임도 반성도 없이 핵오염수 해양투기까지 서스름 없이 하고 있다. 원전사고에 책임지지 않는 자가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책임질 리가 없다. 30년이 지나도 오염수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이를 멈추기 위해 한 목소리를 크게 내고 이러한 상황을 바꿔내야 한다.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참가 시민들은 3열로 각종 현수막을 들거나 작은 포스터 또는 딸깎이 등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홍보 도구를 갖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교토 경찰은 인도에 근접한 한 개 차로를 허용하며 시위행진이 질서 있게 이뤄지도록 도왔다.

교토시청을 출발해 교토의 중심가 도로를 행진하면서 이들은 선창자의 구호에 맞춰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로 번갈아 가며 “오염수를 흘리지마” “바다를 더럽히지마” “원전보다 생명이 소중하다” “지진대국에 원전은 필요 없다” “오염수재판을 응원한다” 등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는 곳마다 인도나 신호등에 멈춰서 있던 많은 교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거나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세계시민행진은 오후 4시 반 교토역 인근 히가시혼간지 광장에서 ‘핵오염수 해양방출 STOP! 세계시민대회-생명을 잇는 릴레이 토크 & 라이브’ 행사로 이어졌다. 재일교포인 이마리자 씨의 사회로 진행된 세계시민대회의 시작은 ‘후쿠시마로부터의 호소’로 ‘더 이상 바다를 오염시키지마!’라고 하는 포토앨범이 소개됐다. 무토 우루코(武藤類子) 도쿄전력후쿠시마원전소송단 단장과 오노 하루오(小野春雄) ALPS(다핵종제거설비)처리오염수 해양방출저지소송 원고(어민)과 가와시마 슈이치(川島秀一) 민속학자가 영상으로 후쿠시마의 상황과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해외 게스트의 발언이 소개됐다. 먼저 우리나라 추미애 국회의원이 영상으로 격려인사를 했다. 추 의원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은 원전이 인간 생명을 지키는 데 유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구생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어 실패한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거짓왜곡 투성이다. 핵발전의 허구성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의 시각에서 감시하는 세계시민행진에 큰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한국촛불행동 상임대표가 영상으로 축사를 전해왔다. 김 대표는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지구생태계위기이자 주권의 문제이다. 이는 인류 생명 전체에 대한 대학살을 초래할 수 있는 무모한 사건이자 인류적 범죄로 지구생태에 대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라 할 수 있다. 인간 본연의 양심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한국촛불행동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한글과 일본어 동시자막으로 소개됐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필자)가 세계시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필자가 무대에 올랐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로서 감사와 존경 그리고 국제연대의 인사를 전했다. 영어로 발언을 했고 모니터차량 화면엔 일본어로 자막이 나왔다. “세계시민으로서, 기후위기시대 지구시민으로서 기시다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야말로 명백한 국제환경범죄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테러임을 전 세계에 고발한다. 일본 국내에서 저장탱크 증설이나 모르타르화 지하매설 등 합리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마피아의 이익을 위해 인류의 공유자산인 바다에 투기하는 것은 반인류적 작태이며, 이를 방조한 IAEA와 미국, 그리고 가해자 일본을 두둔하는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도 세계시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나아가 세계 각국은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지는 물론 탈원전에너지전환으로 적극 나아갈 것을 촉구하며, 행동하는 세계시민이 될 것을 굳게 다짐하자”고 호소했다.

일본의 시민단체 대표도 등장해 또 다른 지구촌의 아픔에 대한 대책을 호소했다. 마스노 도루(增野徹) 씨는 “이스라엘은 대량학살을 중지하라!”라며 교토시위를 조직해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야마구치 아이(山口愛依) 씨는 ‘오사카 외국인노동자 난민과 함께 걷는 모임(오사카 TRAY)’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 난민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 일본기독교단 사카에마치(栄町)교회 가타오카 데루미(片岡輝美) 목사가 영상 인사를 했고 법연원(法然院) 가지타 마사아키(梶田眞章) 주지스님이 등단해 “바다는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종교는 자신의 욕망 실현을 위한 주술이 아니라 그러한 욕망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삶을 지향한다.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이러한 생명 자비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성찰을 통해 이러한 반생명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사치 다에코(草地妙子) 노후원전40년폐로소송시민모임 공동대표가 등장했다. ”더이상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거짓말에 속는 사람이 돼선 안 된다. 미래세대를 위해 어떠한 속임수에도 맞서 NO라고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피난자인 우노 요시코(宇野郞子) ’ALPS처리수오염수중지소송 원고이자 피난의 권리를 구하는 전국피난자모임‘ 공동대표가 등단해 ‘핵오염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2023년 이원영 교수의 도쿄 행진 때 동참했던 일본 시민단체 대표들도 단상에 올라와 인사를 했다. 구와노 야스오(鍬野保雄) ’일본과 코리아를 연결하는 모임 시모노세키‘ 대표, 미토 기요코(水戶喜世子) ’아동탈피폭재판모임‘ 공동대표, 기하라 초바야시(木原壯林) ’노후원전가동중지!실행위원회’ 공동대표, 미카타 게이코(眉形慶子) ‘녹색당 그린재팬’ 공동대표, 가와다 쇼토(河田昌東) ‘체르노빌구원(救援) 주부(中部)’ 이사, 구로다 세츠코(黑田節子) ‘원전필요없다!후쿠시마 여성과 친구들’ 공동대표 등이 각각 간단한 발언을 했다. 대만 란유섬의 해양문학작가인 샤만 라퐁간(Syaman Rapongan)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바다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핵오염수 해양투기의 폭력성을 지적했다.

세계시민행진 한국 참가자들이 세계시민대회에 앞서 행사장인근에서 히가시혼간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이원영 교수가 다시 무대에 올라 일본 실행위원장과 함께 세계시민선언을 낭독하고 선언서를 채택했다. 무대 영상에는 피터 해컴(Peter Hackham) 뉴욕주 상원의원이 교토 세계시민대회 축하 메시지와 다음달 뉴욕 세계시민행진 때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영상이 소개돼 큰 박수를 받았다.

세계시민선언문은 이렇게 호소했다. ’(전략) 하나.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트리는 일본 정부는 핵오염수 투기를 당장 중단하고 지구촌의 모든 생명에게 사죄하라. 둘. 이를 두둔하는 미국 정부 그리고 IAEA는 지지를 철회하고 안전한 대책을 강구하라. 셋.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저지하지 못한 직무유기를 반성하라. 넷. 세계시민이여, 이런 오류를 방관하면 우리 스스로 후손에게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하고, 범죄를 고의로 저지르는 국가나 세력을 적극적으로 응징하자. 다섯. 세계시민이여, 우리는 지구촌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킬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올바른 이정표를 세워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 2024년 6월 핵오염수STOP세계시민행진(GLOMA)”

이후 일본 밴드인 ’코키(KOUKI)의 ‘바다에 흘려서야 되겠나’ 연주와 박보밴드, 가와구치 마유미(川口眞由美) 가수가 나와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게 중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우리나라 촛불집회에서 익숙한 노래도 나왔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날 세계시민대회에 중국에서 온 A씨는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면서도 “중국에서 시민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일 NGO가 중심이 돼 세계시민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의 환경단체와도 네트워크를 갖고 싶다. 앞으로 인류의 자산인 바다를 오염하는 일본 정부의 잘못에 대해 세계시민들과 연대해 막아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교토 세계시민행진 중 교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며 호응하고 있다.

GLOMA 세계시민대회 한국 참가단 가운데 11명은 9일에는 오사카 우쓰보공원에서 열린 ‘멈추자! 원전의존사회로의 폭주 대집회~지진도 사고도 전혀 없게~’에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간사이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녹색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활동가, 시민 등 1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참가한 단체는 ‘원전제로 재난피해자지원 나라(奈良)집회 실행위원회’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후쿠이현민회의’ ‘노후원전 가동중지! 실행위원회’ ‘시카원전 폐로!소송 원고단’ ‘후쿠이반원전연락회’ ‘도카이 제2원전 수도권 연락회’ ‘노후원전40년폐로소송 시민모임’ ‘핵연료폐기물반입저지 실행위원회’ ‘고향을 지키는 다카하마·오이모임’ ‘원전배상교토소송 원고단’ ‘오사카평화인권센터’ ‘전국노동조합총연합 긴키지역’ ‘오사카유니온네트워크’ 등 다양했다.

이들은 참가자 일동의 이름으로 집회선언문을 낭독했다. “(전략). 오늘, 오사카 우쓰보공원에 결집한 우리들은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 바빠, 노토반도지진을 당하고서도 원전의존사회로 폭주하고 원전추진경영을 멈추려 하지 않는 정부나 전력회사를 단호히 규탄하고, 원전 전폐(全廢)의 큰바람을 이뤄내 자연에너지 이용으로 바로 세울,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구축을 위해 힘차게 전진할 것을 선언합니다.”
이들은 대열을 맞춰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오사카 중심지를 행진하면서 일본 정부와 오사카시에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호소했다.

10일 오전 10시 핵오염수STOP!세계시민행진(GLOMA) 참가자 대표들은 교토시청 관계자에게 지난 8일 세계시민대회에서 채택한 선언문을 전달하고, 오전 11시 도쿄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GLOMA 세계시민대회에 참가한 조상호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작년에 한일 1,600km 행진 때도 참여했었는데 핵오염수 해양투기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이다. 지구는 사람만이 주인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공존해야 한다. 지난해 한일 도보행진과 이번 세계시민행진을 통해 일본시민사회에 연대를 통한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일본 교토에서 글·사진 =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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