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일본이 조선을 병탄한 것도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제국주의”란 강대국이 무력으로 외국을 점령하여 그 땅을 자기 나라의 지방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제국주의는 1945년 이후 점차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제국주의적 심성의 소유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승리한다면, 새로운 제국주의가 등장하고,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편집자 주-
가장 큰 금기를 깨뜨리기
평화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국가들은 헛간 문을 통해 전쟁으로 나아가지만, 유일한 출구는 쥐구멍이라고들 한다(전쟁의 시작은 간단할 수 있지만, 일단 시작되면 그 종결이 매우 어렵고 복잡한 과정임을 강조하는 말-역자). 주장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전쟁이 진행될수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난히 단순하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국경은 보편적으로 인정받았다. 우크라이나는 매우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러시아나 다른 강대국들에게 같은 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 대가로, 1994년 러시아(미국과 영국뿐 아니라)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하는 부다페스트 각서에 서명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일방적인 군축 조치 중 하나이다. 1994년에는 국제규칙과 협정에 대한 신뢰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핵무기를 ‘종이 약속’으로 바꾸는 것은 현명한 조치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4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리주의 운동을 조장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후 8년 동안은 소강상태였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기 위한 맹공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양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중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구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공격했다는 주장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2014년이나 2022년 모두 그러한 무력 침공에 대한 임박한 위협은 없었다. “서구 제국주의” 또는 “문화적 코카 식민주의(Coca-Colonialism·미국문화의 세계화-역자)”에 대한 모호한 이야기는 상아탑에서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모호한 이야기로 부차(Bucha·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도시-역자) 시민들을 학살하거나, 마리우폴(Maripol·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역자)을 폭격하여 잿더미를 만드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제국주의”란 용어는 로마, 영국, 황제 시대의 러시아와 같은 강력한 국가가 외국 땅을 점령하여, 그 땅을 자기 나라의 지방으로 삼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러한 종류의 제국주의는 1945년 이후 점차 금기시되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수단, 미얀마 등지에서 끔찍한 분쟁이 계속되면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국가가 강력한 정복자의 합병으로 간단히 지도에서 사라져 버리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이라크가 1990~91년에 쿠웨이트에 그러한 일을 시도했을 때, 다국적군(international coalition)은 쿠웨이트의 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2003년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이라크 전체나 그 일부를 미국 땅으로 합병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일이었다.
러시아는 이미 크림 반도뿐 아니라, 현재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 있는 모든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합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가 정복한 모든 영토는 러시아 영토에 병합된다는 제국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케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주(州)의 점령되지 않은 지역과 같이, 자국 군대가 단순히 정복하려고 의도하는 여러 지역을 합병하기까지 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제국주의적 의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2005년부터, 소련 제국의 붕괴는 “금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이 제국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나아가 푸틴은 우크라이나란 국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런 종류의 제국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부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를 정복하거나 이란이 아랍에미리트를 정복하는 것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나 카자흐스탄을 정복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어떤 국경이나 국가도 무기와 동맹 외에는 어떤 위협에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제국주의적 정복에 대한 금기가 깨지면, 오래 전에 독립과 국경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라도 침략을 받을 위험이 커진다. 심지어는 다시 제국의 영토로 합병될 위험도 커지게 된다.
예전에 제국의 식민지였던 국가의 관찰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놓치지 않았다. 유엔 주재 케냐 대사 마틴 키마니는 2022년 2월 연설에서, 유럽 제국이 붕괴된 후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에서 새로 해방된 사람들이 국경을 신성한 것으로 취급했는데, 그렇지 않고는 끝없는 전쟁이 벌어질 것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과거 제국주의로부터 잠재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많은 국경을 물려받았다. 카미니는 그러한 국경을 받아들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국경에 안주하기로 합의했다. 위험한 향수에 젖어 역사를 뒤돌아보는 국가를 형성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의 많은 국가들과 민족들 중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장래의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는 데 기대를 걸기로 결정했다.”
소련 제국을 재건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시도를 언급하면서, 비록 제국의 붕괴는 일반적으로 이루지 못한 많은 열망을 남기지만, 이는 결코 무력으로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키마니 대사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를 새로운 형태의 지배와 억압에 다시 빠지지 않는 방식을 통해, 죽은 제국들의 불씨로부터 회복을 완수해야 한다.”
키마니 대사가 암시했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원동력은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요구는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 물론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정당한 안보 문제를 안고 있으며, 모든 평화협정에서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세기 동안 러시아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반복적인 침략을 겪었다. 러시아인들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이웃나라 우크라이나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역시 정당한 안보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간의 사건들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각서나 2015~2015년 민스크협정보다 더 강력한 러시아의 미래 침략에 대한 보장이 분명히 필요하다.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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