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외로움·우울증의 시대, '사회적 처방'에 길을 묻다

지속가능공동체포럼, 16일 부산YMCA 대강당서 '사회적 처방의 국내외 사례와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 개최

김해창 승인 2024.07.21 16:10 | 최종 수정 2024.07.21 16:14 의견 0
7월 16일 부산YMCA 대강당에서 열린 '사회적 처방의 국내외 사례와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 단상 왼쪽부터 발표자 남은우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원장, 좌장인 고광욱 고신대 의대 교수, 오흥숙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사진=김해창]

“사회적 처방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까"

'사회적 처방의 국내외 사례와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가 7월 16일 오후 6시 부산YMCA 17층 대강당에서 사회복지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1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발표는 남은우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원장(보건행정학과 교수·치매사회적처방융합사업단장·세계사회적처방연맹 한국대표)가 '사회적 처방의 국내외 사례와 발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고 지정토론자로 오흥숙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참여했다. 좌장은 고광욱 고신대 의대 교수가 맡았다. 이날 행사는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부산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부산광역시사회복지관협회·부산YMCA·부산YWCA가 공동주최했으며, 지속가능공동체포럼이 주관했다.

초의수 지속가능공동체포럼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문제가 대두된 지 제법 됐다. 세계경제포럼도 외로움문제를 주요의제로 다뤘고, 우리나라는 OECD 세계행복지수가 52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행복에 미치는 영향으로 사회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오늘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처방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고 계시는 남은우 연세대 교수님께서 멀리 원주에서 와주신데 감사드린다. 저희 지속가능공동체포럼도 이제 10년 됐다. 여기 와 계시는 김형기 목사님이 민주화운동보상금을 저희 포럼에 쾌척해주신 덕분이다. 앞으로 저희 포럼에 관심 있으신 분도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윤해복 부산광역시사회복지사협의회 회장도 "복지현장에 1인가구 등 외로운 가구가 많은데 오늘 이러한 문제를 포럼에서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현장과 일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함께 하신 사회복지사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류승일 부산광역시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은 "사회복지관은 평가시기로 8월 초까지는 바쁠 때다. '외로움 보고서'를 보면 젊을수록, 1인 가구일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외롭다고 한다. 지금 시대가 가장 외로운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세미나 개최를 축하드리고, 이를 계기로 외로움에 대한 인식과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축사를 했다.

남은우 원장의 발제가 시작됐다. 남 원장은 먼저 왜 사회적 처방이 대두되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영국의 경우 우울감 증대, 고립인구 증가. 지역 병의원의 긴 대기시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과 비슷한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재정적 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롯된 것이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이라고 했다. NHS 소속 일반병원 방문환자의 20%가 의료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며, 방문환자의 15%가 사회복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 방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비임상적인 문제진료에 소요되는 시간이 1/3이 넘어 GP(General Practitioner, 1차 의료기관 일반의)의 업무부담이 커지고, 통계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고독감과 외로움의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사회적 처방은 의사가 만성질환,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환자에 대해 약물 등을 비롯한 의학적 처방과 더불어 사회적 활동을 하도록 처방하는 새로운 제도를 말한다. 환자는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사회적 처방사(영어로는 링크 워커, Link Worker)를 통해 맞춤형 사회적 처방을 지원받게 된다. 링크워커는 의사에게 받은 처방을 토대로 개인에게 맞는 사회활동 처방전을 작성해 지역사회를 연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2019년 트레이시 크라우치를 고독감(Loneliness) 담당 장관으로 임명해 영국의 고독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이런 과정에서 2019년 NHS의 장기플랜은 보편적 개인관리, 즉 포괄적 모델을 구축하고 사회적 처방과 커뮤니티 기반을 지원하며 고용창출을 위한 1차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영국의 지역의사에 해당하는 일반의 약 60%가 사회적 처방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진료소는 의사 간호사 이외에 추가로 링크워커라는 직종을 채용하고 있는데 현재 3,200명, 향후 9,000명 정도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회적 처방(Soccial Prescribing Around the World)』(2024)이란 책자는 사회적 건강 결정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처방을 도입한 나라가 영국, 캐나다, 미국, 독일, 인도, 일본, 한국, 필리핀 등 2024년 현재 모두 32개국에 이른다고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사회적처방연맹(Global Social Prescribling Alliance)도 있는데 건강과 웰빙을 위해 사회변혁을 통해 사회적 처방의 인식 증진과 지식 및 혁신적 접근방법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도 사회적 처방이 이슈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영국과는 의료비의 지불체계가 다르지만 미국에서도 가령 우울감이 있는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시 의사가 약처방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추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로 우울감, 고독감을 느끼는 보훈대상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처방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인 줄리아 호츠(Julia Hots)가 2024년 『연결 치유(The Connection Cure)』를 내놓았는데 좋은 건강을 위한 사회적 처방, 좋은 보건의료를 위한 사회적 처방,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폴 한국 유럽 미국 사례 등이 소개돼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인지증(치매)에 대한 사회적 처방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의료현장에 사회경제적 문제를 반영하며 지역공동체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건강문제 해결이 의료서비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 원장은 우리나라에 왜 사회적 처방이 필요한가를 묻는다. 우리의 건강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우울감.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OECD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높은 자살률, 치매환자 증가, 최근 4~5년 사이에 증가하는 고립 청년층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2018년과 비교해 세대별 우울증 환자추이를 보면 취업 스트레스로 20대 우울증 환자가 5만2,793명에서 9만8,434명으로 6년간 87%가 늘어났는가 하면 10대(39.0%), 30대(24.9%), 40대(12.9%) 순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남 원장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처방의 사례로 현재 자신이 속한 연세대에서 2019년부터 5년간 해오고 있는 시범사업을 소개했다. 연세대 건강도시연구센터가 중심이 돼 원주시 행복가득작은도서관과 함께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상자를 발굴해 사전 사후조사(GDSK-Scale)를 통해 우울감, 행복감 등을 측정하고, 뮤직스토리텔링 등의 6-8주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때 행복가득작은도서관 직원이 링크워커 역할을 하고 있고 주로 음악치료사, 사회복지사가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이밖에 원주시 흥업면에서 '커뮤니티케어 사회적 처방 시범사업'을 면 거주 65세 이상 노인의 우울증 및 고독감 경감을 위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실시했다고 한다. 또한 문화관광부 지역문화진흥원은 2023년 사회적 처방 문화사업을 공모하기 시작해 2024년에는 '문화로 사회연대사업'을 개발하여, 7개 공모사업을 선정(과제당 1억원)해 추진중이라고 한다. 서울특별시도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복지재단과 고립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서울 광역청년센터가 센터를 중심으로 고립청년 대응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처방에 대해선 KBS가 2024년 1월 28일 '외로움도 질병, 영국의 해답은 사회적 처방'이란 프로그램을 방영한 바 있다고 한다.

남 원장은 사회적 처방의 발전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처방의 제도화를 위한 부처 간 협력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새로운 인력인 사회적 처방사(링크 워커) 양성 △사회적 처방 제도화에 따른 가능한 재원 파악 △사회적 처방을 위한 사회활동 영역에 대한 지역사회 자원조사 △사회적 기업/NGO의 역할 개발 △보건의료+복지+문화+NGO 융합형 사업에 대한 지속 연구 △활력 있는 지역공동체 문화 창조에 기여하는 방안 연구 △ 보건의료를 뛰어 넘는 즉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업으로서 웰빙의 실현 등이 그것이다.

이어 오흥숙 부산광역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지정토론에 나섰다. 오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국의 경우 6-7년 전 외로움장관이 신설되었고 사회적 처방 역시 대대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시절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더불어 이들 지역에 사회복지관이 조성되었고 이들 복지관이 사회적 처방과 관련된 중요한 일들을 해왔다. 이를 고려해 연결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문화관광부도 문화도시네트워크 등 관련 내용이 진행되고 있고 춘천, 특히 부산의 영도 모델도 여러 해 동안 진행된 바가 있다. 영국의 사회적 처방에 중요한 연결 역할은 링크워커가 수행하는데 어떤 인력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회복지사와 더불어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교사들도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행위별 수가제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사회적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들이 많은 질문과 의견을 내놓았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참석자들이 '사회적 처방' 정책 세미나 및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해창]

성화신 부산의료원 의료사회복지사=영국의 경우 링크워커를 3,200명에서 9,000명까지 둔다고 하였는데 이들의 급여, 역할이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사가 이미 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업무의 중복은 아닌가? 녹색 처방은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하고 있나?

남은우 원장=좋은 질문이다. 직업은 안정적이나 사회복지사보다 낮은 수준이고 GP에서 의사, 간호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링크워커 교육을 담당할 국가교육기관이 있고 사회적 처방에 녹색 처방(green prescribing)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우리 연세대 원주사업단에서 관련 사업을 했다. 영국에서 링크워커의 연봉은 사회복지사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다.

이현석 신라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왜 굳이 사회적 처방이란 용어를 별도로 사용하나? 기존 사회복지실천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중앙집중적 관리와 개별케어 간의 관계가 궁금하다. 생태서비스 역시 궁금하다.

초의수 신라대 교수=영국은 NHS 중심의 의료체계로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기관 중심이 아니라 공공부문 중심의 GP(일반의)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GP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사회적, 심리적 측면에 개입이 필요하면 사회적 처방을 내린다. 의료기관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사회복지 실천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회적 처방이라 부른다. 영국 링크워커의 월 평균 급여는 1,900~2,300 파운드이며 사회복지사는 2,300~3,300 파운드로 당연히 사회복지사가 높으며 사회복지사의 전문교육과정이 더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김형기 목사(지속가능공동체포럼 고문)=사회적 처방은 고립사회에서 나온 것인데 종교 또는 교회가 중요하고 중독의 문제가 관계되어 있을 터인데 이에 대해 발표 중 나오지 않은 것이 궁금하다.

남은우 원장=종교도 사회적 처방에 중요한 요소이다. 영국의 경우처럼 휴대폰, 약물 등 GP의 사례를 보면 중독도 고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발표 내용처럼 취약계층의 질병도 사회경제적 요소가 크다. 나쁜 주거여건이 건강을 나쁘게 할 터인데 사회적 처방 같은 개인적 접근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 않나. 사회문제는 사회적 처방에서 어떻게 다루나?

남은우 원장=사회적 처방 외에도 다양한 사회문제는 해당되는 정부 및 민간의 전문서비스기관으로 연계된다. 예를 들면 저소득주거문제는 주택국으로 연결되고 일자리는 고용센터, 청년문제는 교육위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조승현 사회복지사=사회적 처방은 GP 같은 의료기관에 나오는 사람 중심인데 고립, 외로움에 처한 사람은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이 더 문제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남은우 원장=정확한 지적이다.

김민정 정신건강사회복지사=영국 NHS와 사회적 처방처럼 우리나라도 치료-회복의 과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 같다.

고광욱 고신대 교수=영국은 NHS를 보면 대략 인구 2,500명당 1명씩 주치의를 선정한다. GP를 보면 우리나라의 보건소, 보건지소의 규모로 비슷하게 추정해 볼 수 있으며 1차-2차-3차 의료기관 이용규칙을 잘 준수하고 있다. 영국의 NHS는 만성의료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잘하고 있다.

배형운 사회복지사=영국의 링크워커는 사회적 처방을 직접 내리는가, 또 고용은 일용직인가? 사회적 처방에 대한 서비스에는 집단 프로그램이 있나?

남은우 원장=사회적 처방은 GP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전문가가 내린다. 계약직이 있을 수도 있다. 사회적 처방 서비스는 복지관과 달리 주로 개별적 접근을 할 것이다. 사회적 처방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 및 연결처는 사회적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이용시 5파운드 정도 자부담이 있어 우리나라 복지관과 같이 무료는 않다.

정광자 박사(신라대)=링크워커는 파트타임으로도 일할 수 있나? 수입은 어떠한가? 또 사회적 처방이 오히려 의료적 처방보다 비용이 더 소요되는 것은 아닌가?

남은우 원장=질문이 매우 날카로운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영국 고용관행을 생각해볼 때 파트타임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 사회적 처방의 비용이 의료적 처방보다 더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약을 더 많이 복용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처방은 행복을 증진시켜 줄 수 있으므로 의료처방보다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연희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사회적 처방은 사회적 기업과 관련이 깊나?

남은우 원장=그렇다. 영국은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기업이 매우 발전해있다. 사회적 처방의 서비스 공급도 사회적 기업에서 많이 접근하고 있다.

이유정 가야대 교수=링크 워커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어있나?

남은우 원장=영국 링크워커의 교육은 전국 네트워크와 사회적처방아카데미 등에서 다루고 있다. 현재 국제연맹도 결성되어 있어 사회적 처방을 담당하는 링크워커의 직업군에 대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확대될 것이다. 오늘 좋은 질문과 의견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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