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49) 도인스님 푸념소리 1 - 김도향
조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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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42 | 최종 수정 2024.07.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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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스님 푸념소리 1
김 도 향
뭇 중생들 숫자만큼이나 달려 있던
홍시들은 각자 저 갈 길로 가고
까치밥이나 도인스님 간식거리
될만한 것들 몇 개가 남아
여우꼬리 햇살에 무르익어 가고 있네
도인스님 만나러 먼 길 찾아온 노부부
돈푼깨나 만져 보았고
기라성 같은 자식들 장성했고
늦복이라도 터질까 해서
도인스님 앞에 절하고
노안을 살피며
낡아가는 법당 불사나 할까
초파일 대중공양 보시나 할까
어물어물 꾸물꾸물
자로 재고 무게 달고 있는 찰라
휙 지나가는 언월도에
적장 목 달아나듯
휙 지나가는 추풍에
홍시 하나 떨어지네
도인스님 달려가며
“어이쿠 내 홍시”
“어이쿠 내 홍시”
- 『시와소금』, 2024 여름호 vol. 50
* 시 읽기
감나무에 달려있는 홍시를 보고 어떤 시인은 빨간 조등弔燈이 켜져 있다고 했고 그 불빛은 멀리 여러 사람에게 비춰지는데 김도향 시인은 홍시들이 각자 저 갈 길로 간다고 했다. 따기 힘든 높은 곳의 홍시는 까치밥으로 분류했다. 절집 스님은 간식거리로 눈여겨보고 있었다.
시인이 도인스님이라 칭하는 분은 수행을 오래 하셔서 도력도 높은 듯하다. 먼 길 찾아온 노부부는 스님 앞에서 절을 한다. 돈도 좀 있어서 ’늦복이라도 터질까‘ 하는 마음으로 ’낡아가는 법당‘ 재건을 하거나 ’초파일 대중공양 보시‘를 할까, 뭐가 효과가 좋을지 가성비를 재느라 ’어물어물 꾸물꾸물‘ 하는 찰라 홍시 하나가 떨어진다. 가을바람에 홍시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청룡언월도 칼날에 댕강 적장의 목이 날아가는 것처럼 나타내었는데 더 재미있고 긴박한 것은 도인스님의 행동이다. ’도인스님 달려가며 어이쿠 내홍시 어이쿠 내 홍시‘ 하시는데 한 생명 날아가는 안타까움도 보이고 손으로 잡지 못하면 길바닥에 떨어져 터져버릴 것이니 꼭 잡고 싶어서 달려가는 형상도 있다.
겨우 손으로 잡았는데 땅에 떨어져 버렸을까, 두 번이나 소리를 내었으니 간발의 차이로 잡았을 것 같다. 구원을 한 것이고 그 성공으로 스님도 기쁨을 이어갈 수 있다. 도인스님은 이제 노부부의 소원들 들어주실 것이며 시인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합장하겠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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