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43)】 시간 모자이크 - 전명옥
조승래
승인
2024.06.13 08:00
의견
0
시간 모자이크
전 명 옥
하루를, 모자이크하는 사람들과
모자이크 당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 틈으로
드문드문 나눠진 구름도
어디쯤엔 가서 모자이크가 된다
뿔뿔이 흩어졌던 그림자들
어둑한 저녁이면 한 가족으로
태양도 지구살이 벅차
반쪽으로 나뉘어 번갈아
지구를 비추고 있다
- 《가끔 실패하는 미래》, 현대시기획선 85, 2023
시 해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도 하고 자전도 하기에 밤이 있고 낮이 있고 이를 합쳐서 하루가 된다. 밤에는 달이 사라졌다가 보름달로 밝았다가 하면서 하루에 모자이크를 채운다.
하루의 틈새를 능동적으로 채우려는 사람들과 피동적으로 채워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빈자리가 있을 때 거기를 꼭 채워주는 사람, 세상에 필요한 사람은 환영받는다. 제자리가 안 맞는 사람은 밀리게 된다. 틈새의 텃세이다. 나눠진 구름도 어디쯤엔 가서 모자이크가 되는 것처럼 일상이 버겁고 힘들었지만 잘 견뎌낸 ‘뿔뿔이 흩어졌던’ 사람들은 ‘어둑한 저녁이면 한 가족’ 모자이크를 채우러 간다. 가족들은 다 모여서 빈자리가 없어야 더 기쁘다.
가족이 있고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지만 노숙자 같은 마음으로 배회하는 한스러운 무리들도 있다. 세상이 그렇다. 전명옥 시인은 이 아쉬움을 ‘태양도 지구살이 벅차 반쪽으로 나뉘어 번갈아 지구를 비추고 있다’ 고 표현한다. 번갈아 지구의 양지와 음지에 번갈아 빛을 쏟아주는 태양이 고맙지만 우리의 세상, 지구의 삶이 녹록치 않음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 평온하길 기원한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