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41)】 구름신발 - 이나명

조승래 승인 2024.05.30 08:00 | 최종 수정 2024.05.30 10:17 의견 0

구름신발

이 나 명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만나러 오기도 하나요
한 생에 흘린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놓인 징검다리가 되나요
그렇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하나요
바알갛게 피가 도는 구름신발을 신고 겅중겅중 서쪽 하늘길을
건너서
만나고 또 헤어지나요
가슴에 고인 눈물은 하늘길에 올라 뭉게뭉게 구름이 되고
다시 유리창을 통과해 집에 돌아오나요
돌아와 잠이 들면 모두 꿈이 되나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만나는 꿈길이 되나요
잠귀에 들리는 그의 발자국 소리는 바알갛게 피가 돌고
죽어서도 살아 있나요
우리 함께 살아 있나요

- 『시와 소금』, 2023년 봄호

시 해설

전설처럼 칠월칠석 일 년에 한 번 연인이 만난다는 오작교 같은 다리가 있으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만나러” 오기도 할 것인데 그 만남을 위하여 “한 생에 흘린 눈물”이 방울방울 놓여서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면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할 것이라고 그리움을 말한다.

진정 그 만남이 가능하다면 ”바알갛게“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피“에 젖은 ”구름신발을 신고 겅중겅중“ ”서쪽 하늘길을 건너서“ 그렇게 ”만나고 또 헤어“질 수만 있다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겠는가.

시인은 생자와 사자가 만남의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하늘길이 될 것이고 그 길 위에서 “가슴에 고인 눈물”은 “뭉게뭉게 구름이” 되어 허공을 떠돌다가 두 세상의 경계 같은 “유리창”을 통과해 생자는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유리창 한 장의 거리에 있는 이별이기에 더 아쉽다.

그리움이 깊어서 “잠이 들면 모두 꿈”을 꾸고 그 꿈속에서나마 있는 길, “꿈길”이 생겨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만나”고 잠귀에도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또다시 가슴속에는 생기 가득 “바알갛게 피”가 돌 것만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시인은 “죽어서도 살아 있나요”, 나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살아 있나요”라고 그리움을 끝까지 놓지 못한다.

6세기 초 경주에 조성된 금령총에서 발견된 토기가 있다. 그 아래를 받치는 굽다리가 부서진 것으로 보아 죽은 아이가 이승에서 떠돌지 않도록 이승과 저승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끊는 의식이라고 해석한 것을 보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산 사람에게는 사별은 힘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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