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48) 꽃들의 이별법 - 문정영
조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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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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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이별법
문 정 영
네 앞에서 꽃잎 위 물방울처럼 있는다
새벽이 지나간 자리가 빨갛다
작은 무게를 버티는 것이 꽃들의 이별법
한 발로 나를 짚지 못하고 너를 짚으면 계절 하나 건너기 어렵다
너를 다 건넜다고 생각했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한 발 내밀 때마다 하늘이 수없이 파랬다 검어진다
꽃술 내려놓고 그 향기 따라 건넜다, 어두웠다
수평으로 걷지 못한 날들이
물가의 신발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해가 점점 부풀어 오르면 벌들은 일찍 떠난다
네 숨소리가 꽃잎 떨리듯
높아졌다 가라앉는 것을 내가 보고 있다
- 시집 《꽃들의 이별법》, 시맥, 감성기획시선 003
* 시 읽기
아침 햇살을 받은 주변이 붉은 시점에 시인은 꽃잎 위의 물방울 보면서 꽃이 어떻게 이별하는가를 알게 된다. 밤새 꽃잎 위에 앉은 이슬방울에 고개 꺾이지 않고 몇 날을 그렇게 ’작은 무게를 견디는 것이 꽃들의 이별법‘이다. 벌 나비 만나서 낮 동안 대화하고 밤이면 몰려드는 반복적 무게감을 참다가 한계에 도달하면 마침내 이별을 작정한다. 꼿꼿이 내 의지로 서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면, ’한 발로 나를 짚지 못하고 너를 짚으면‘ 한 계절을 지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국 시간의 무게에 쓰러지게 된다.
상대적인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에는 나라는 존재를 거쳐야 하므로 ’너를 다 건넜다고 생각‘되어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힘든 과정을 ’한 발 내밀 때마다 하늘이 수없이 파랬다 검어진다‘ 로 나타낸다. 향기를 따라 건너가도 어두움.
시간 여행을 하는 행인들은 모두 길을 걷는다. 바로 서서 ’수평으로 걷지 못한 날들이‘ 생기면 신발도 제 구실 할 수가 없어서 ’가지런히 놓여‘지는 것이다. 별들은 가야할 시간을 안다. ’해가 점점 부풀어 오르면‘ 벌들은 등불을 끄고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한 이별과 재회, 생성과 소멸의 반복을 시인은 지켜보고 있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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