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무더위를 견뎌낼 작은 실천과 AI의 신뢰성

조송원 승인 2024.08.04 10:47 의견 0
티타임즈와 인터뷰를 갖는 철학자 김재인(경희대) 교수. 김 교수는 "인공지능은 최종결정권자가 될 수 없으며, 창작은 인간으이 몫"이라고 강조했다. [티타임즈 유튜브 캡처]

극심한 더위는 정신건강에 해롭다. 7월 22일, 지구는 무서운 이정표를 달성했다. 지구 온도가 기록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여, 단 하루 전에 세운 기록을 깼다. 올해는 수 세기 만에 가장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 대부분은 극심한 더위가 건강에 좋지 않고, 심장·폐·신장 및 기타 장기를 혹사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열이 뇌에 미치는 피해를 간과해 왔다.

극심한 더위는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직장에서 명확하게 생각하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정신건강을 악화시켜 불안과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와 정신분열증과 자해와 같은 질환을 악화시킨다.

일반적으로 뇌의 시상하부라는 부분이 신체를 자연스러운 내부 온도(대부분의 경우 섭씨 37도)로 유지한다. 하지만 뇌는 거기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무더운 날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 중 하나가 고등 인지 기능’이다. 이로 인해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작동 기억(인간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추적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노인, 어린아이,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에 대한 특정 약을 복용하는 사람, 특정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체온 조절이 더 어렵다. 이들은 더운 날씨에 병원 응급실 방문 횟수가 증가했다. 더위는 자살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기온이 섭씨 32도일 때의 자살 위험이, 22도일 때보다 두 배나 더 높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 건강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면, 몇 가지 명백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곧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정책, 건강에 대한 사회적 결정 요인을 해결하는 정책, 위험한 지역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시 디자인의 개선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구조적 개선 외에도 작은 변화로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모두가 충격을 완화하는 변화에 동참할 수 있다. 극심한 더위 속에서 누군가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은 ‘사회적 고립’이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커뮤니티)에 의지할 수 있느냐가 회복력의 가장 좋은 예측 요인이다. ‘사회적 유대감은 종종 우리가 마련한 가장 보호적인 조치이다.’

친구의 안부를 묻고, 가족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혼자 사는 이웃을 살피는 것과 같은 작은 행동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은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는 이 여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만한 일이다. - Lisa Jarvis/Extreme heat hits mental health/The Korea Herald/July 30,2024 -

영문(英文)과 일문(日文)을 읽을 때, 필자는 구글번역기와 파파고 둘 다를 참고한다.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이고 최종 결정은 필자가 내린다.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AI가 학생들의 역량 개발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시키는 쪽’이 ‘실행하는 쪽’보다 더 큰 역량을 지녀야 제대로 된 생산물이 나오는 법이다. 알고 시키는 것과 모르고 시키는 것은 다르다.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목적은 시간과 비용의 단축이어야 한다” -김재인 교수/AI가 아는 것은 과거밖에 없다/<시사인>제880호/2024.7.30.-

“好信不好學 其蔽也賊의 출처와 뜻은?” 하고 뤼튼(wrtn.GPT-4와 같은 다양한 생성 형 AI를 한자리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물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첫째, 어제와 오늘, 한 시간 전과 지금 등 물을 때마다 대답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둘째, 필자가 오랜 세월 공부해서 알고 있는 뜻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1.“好信不好學其蔽也賊”은 “좋아하는 믿음이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믿음은 도둑이 된다”라는 뜻입니다. 이 구절은 중국 고전인 《맹자》(孟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

이 글을 쓰면서 오후 7시 30분경(2024.8.3.)에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며칠 전에 물었을 때는 출처는 《논어》라 했고, 그 뜻은 ‘믿음을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도적이 된다’였다.

<사실과 달라요>를 누르니, 다른 답변을 했지만, 엉뚱한 해석이 계속되었다. 하여 리셋하고, 다시 물었다(오후 7시 50분경).

2.“好信不好學其蔽也賊”은 중국 고전인 『논어』에서 유래된 문구입니다. 이 문구의 의미는 “믿음은 좋지만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릇된 믿음이 사람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즉, 학문을 통해 지식을 쌓지 않고 단순히 믿음만으로 살아가면, 그 믿음이 잘못될 경우 큰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식과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자의 본뜻에 상당히 근접했다. 그러나 이 해석은 참고로도 받아들이기에 부족하다.

GPT-4₀에서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AI가 허구적인 정보를 사실처럼 답변하는 현상)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검색’ 용도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물음에 김재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 대량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 AI들은 검색엔진이 될 수 없다. 그들의 임무는 ‘말이나 문장 생성’ 그 자체이지, ‘진실성의 보장’이 아니다. 할루시네이션 혹은 ‘아무 말 대잔치’는 일시적 결함 혹은 앞으로 해결될 문제로 보기 힘들다.

심지어 여러 개선 조치들이 할루시네이션을 더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나는 생성 AI를 ‘궁금한 것을 해소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검색은 따로 해야 한다.” -김재인/앞의 책-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결과물을 ‘생성’해 낸다. 문제는 단적인 예로 ‘好信不好學其蔽也賊’의 해석에 관한 ‘데이터’가 여럿이며,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1. 신의를 좋아하더라도 학문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해는 사람을 해치며
- 박일봉 편역/논어/육문사/1993 -

2. 믿음을 앞세우면서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이때의 단점은 상대를 다그치는 것이다. - 신정근/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2009 -

3. 믿음(信)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이 해치게 되고(賊),
- 성백효역주/논어집주/전통문화연구회/2015 -

4. 신信(신의)을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해침이요.
- 기세춘/論語강의/바이북스/2010 -

어디 이뿐이랴. 이정모 전 관장의 해석, ‘믿기만 좋아하고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사회의 적으로 나타난다’도 있다. 이외의 해석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물론 “신의를 좋아하면서도, 공부하지 않아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면, ‘조폭의 의리’만 갖게 되어 결국은 사회의 해악이 된다”는 필자의 부연 설명도 AI의 데이터로 추가될 것이다.

이러한 뭇 해석을 섭렵한 AI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정답을 ‘생성’해 낼까? 그리고 AI가 생성해낸 결과물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김재인 교수의 말대로 AI의 임무는 ‘말이나 문장 생성’ 그 자체이지, ‘진실성의 보장’이 아닌데도 말이다.

필자는 뤼튼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검색의 단서를 발견하는 용도로 사용할 때가 있기는 하다. AI와 데이터란 단어를 들으면, 불현듯 <답설야중거>가 떠오르며,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踏雪夜中去)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不須胡亂行)
오늘 내 발자국은(今日我行跡)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遂作後人程)

싫든 좋든,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 글도 AI의 데이터가 되리니.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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