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52) 소셜 워커 - 임혜신
조승래
승인
2024.08.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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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워커
임 혜 신
진눈깨비 오는 저녁
고개를 숙이고 맨해튼 거리를 걷다가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담요를 두르고 앉아 올려다보는
절망조차 포기한 눈은 왜
욕망이라는 말을 닮았을까
만일 인간이 쓸모없어진 세상이 오고 있다면
저 이는 한 시대를 먼저 가 있는 것인지
더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서둘러 지나쳐 가는 회전문 곁
스스로의 지능과 갈망에 지쳐 누운
검은 연못 속
문득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 같은
착각의 눈꽃 몇 송이
낯선 문자처럼 어둠을 깨워 눈 뜨게 할 때
불안의 환희에 못 이겨 눈발은 더욱 나부끼고
관음증 환자처럼 멈춰 선 당신
어찌하여 다시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있는가
- 『동행문학』, 2024년 봄호
시 해설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던 시인이 담요를 두르고 바라보는 사람을 마주친다. 진눈깨비 오는 저녁인데 시인은 그 사람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지는 못한다. 절망조차 거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눈빛은 욕망으로 가득 차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혜신 시인은 ‘만일 인간이 쓸모없어진 세상이 오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필요 없는 사람으로 느끼고 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지능과 갈망에 지쳐 누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회전문으로 들어가 봐야 나오고 말 것이며 검은 연못 속에 빠져 있기에 돌파구가 없는 것이다.
시인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구걸만 하면서 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만투성이 인간이 ‘문득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으로 착각하게 하여 차가운 ‘눈꽃 몇 송이’로 잠시 정신이 들어 어둠에서 ‘눈 뜨게 할 때’ 불안감은 더할 것이고, ‘눈발은 더욱’ 나부낄 것이다. 그런데 ‘관음증 환자처럼 멈춰 선 당신’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시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 도시에서 발견한 연민과 안타까움이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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