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51) 칠월칠석 - 신진련

조승래 승인 2024.08.08 10:36 의견 0

칠월칠석

신 진 련

솥에 밥물을 부으며 관세음보살

산 반 물 반인 절에서 왔다는 스님
길을 막고 있는 큰 바위를 치우려면
칠월칠석까지
집 안의 누런색은 잠시 부처님께 맡겨야 한다는 말에
흰죽거리마저 내어주고
밀가루 한 포대로 스무하루를 관세음보살

스님 다시 오신다는 날
치댄 반죽 홍두깨로 밀며
둥글게 펴지던 엄마

애호박 반달반달 썰고
붉은 고추 손가락 아리도록 다지며 관세음보살

멸치국물 끓는 소리
목탁 두드리는 소리로 들리는데
스님은 언제 오시나

지루한 하루처럼 육수는 땡중땡중 졸여지는데
마른 면에 칼자국 선명한
소금 간 하지 않아도 짜기만 한 칠월칠석

빌어먹을 관세음보살

- 『시와 소금』, 2021년 가을호

시 해설

시인은 엄마를 곁에서 계속 지켜본다.

엄마는 쌀을 앉힌 밥솥에 물을 부으면서도 관세음보살을 부르시네 관세음보살이 자비로 고통을 구제해 주시리라 믿고 밥을 할때에도 염을 하시네

큰물을 앞둔 산에서 기거하는 스님이 찾아와서 지금의 고민거리, ‘길을 막고 서 있는 큰 바위’를 제거하려면 일 년에 단 하루의 만남밖에 없는 ‘칠월칠석’까지 쌀이나 돈, ‘집 안의 누런색’을 ‘잠시 부처님께 맡겨’줄 것이니 시주를 하라 권유 하시네

엄마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관세음보살, ‘흰죽거리마저’ 바로 다 퍼서 드리고 끼니를 밀가루 음식으로 때우면서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기다리던 칠월칠석에, ‘스님 다시 오신다는 날’에 밀가루 반죽을 하여 ‘홍두깨로 밀며 둥글게’ 얼굴 주름도 근심도 ‘펴지던 엄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시인은 귀한 손님 대접하고자 애호박을 길이대로 자른 애호박을 반달모양으로 칼질하는 모습을 ‘반달반달’ 의태어처럼 표현했다. 엄마는 ‘손가락 아리도록’ 열심히 고추를 다지면서 또 관세음보살

다싯물 끓는 소리가 ‘목탁 두드리는 소리로’ 들릴 만큼 기다리는데 스님은 오시지 않네. 기다림에 지쳐 육수가 졸여지는 소리도 ‘땡중땡중’ 들리고 칼국수 면은 말라버렸고 그래도 귀한 음식 먹어야 하니까 웬지 눈물이 흐르네. 엄마는 그래도 관세음보살, 믿음은 깊고 반가운 사람은 아직 못 왔을 뿐. 곁에서 지켜보는 시인은 안타깝고 실망하여 ‘빌어먹을’ 관세음보살, 엄마는 시종일관 관세음보살

큰 바위는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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