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45), 우로보로스의 환幻 - 주경림
조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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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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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보로스의 환幻
주 경 림
뱀은 한 해에도 여러 차례 허물을 벗는다
나무껍질이나 거친 바위에 머리와 몸을 비벼
입술부터 벗는다
그런데 비단뱀 한 마리가
자신이 벗어 놓은 허물 속에서 빙빙 돈다
길을 잃었나
망사스타킹이 움찔움찔 살아 움직인다
고무줄 꿸 때, 바지허리춤을 폈다 오므렸다 하던 모습이다
“꼬리를 삼키는 자”, 우로보로스의 신화 그대로이다
서너 시간 헤매다가 드디어 고개를 밖으로 내민다
아, 살았다!
쑥쑥 허물을 벗으며 나무를 타고 오른다
동그랗게 출구를 다시 봉한 그물망사 스타킹,
후줄근해진 그 안에서
내가 지칠 줄 모르고 온몸으로 빙빙돈다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려 그 해의 허물을 벗지 못하면
뱀은 죽는다.
- 『시와 소금』, 2022년 봄호
시 해설
우로보로스(그리스어: ουροβóρος)는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이다. 고대의 상징으로 커다란 뱀 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형상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주로 나타난다. 수세기에 걸쳐서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이 상징은 시작이 곧 끝이라는 의미를 지녀 윤회사상 또는 영원성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왔다. 시대가 바뀌면서 우로보로스는 점차 많은 개념을 함께 지니게 되었는데, 특히 종교적·미신적 상징으로 중요한 상징의 하나로 특히 중세 연금술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었고 현대에서도 칼 융과 같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인간의 심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어느 특정한 종류의 생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념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늙은 육체를 버리고 젊어진다는 것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죽음을 당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죽지 않는 불사신이라는 것을 가리켰다. 이 생각이 발전하여 우로보로스가 생겨난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우로보로스가 자신의 입(몸의 시작)으로 자신의 꼬리(몸의 끝)을 묾으로써 처음과 마지막이 묶인 원이 되어 탄생과 죽음의 결합을 상징한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원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다 보면 끝을 찾지 못하고 무한하게 회전을 되풀이한다는 점 때문에 우로보로스에게도 ‘불사’ 또는 ‘무한’ 등과 같은 의미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는 탄생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반대로 자기가 자기의 꼬리부터 먹기 시작했을 경우,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유머러스한 상상 때문에 우로보로스를 ‘무(無)’라고 여기는 생각도 있었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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