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師經)이란 사람이 거문고를 연주하자, 위나라 문후(文候)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이렇게 부(賦)를 지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내 말을 어기는 자가 나타나지 않게 하라!”
사경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문고를 들어 위 문후를 쳤지만, 맞지 않고 대신 면류관(冠)의 앞뒤에 드리운 주옥을 꿴 술(旒)이 맞아, 떨어졌다. 문후가 화가 나서 좌우 신하에게 물었다.
“남의 신하된 신분으로 그 임금을 치면 그 죄가 어디에 해당하는가?” 그러자 좌우 신하들이 대답했다.
“그 죄는 마땅히 팽형(烹刑·삶아 죽이는 형벌)에 해당합니다.”
그리하여 사경을 붙들어 한 칸 아래의 계단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사경이 물었다.
“한마디하고 죽을 수 있겠소?” 문후가 허락하자 사경은 이렇게 말했다.
“옛날 요·순이 임금이 되었을 때에는, 오직 자기가 말을 해놓고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였소. 그러나 걸·주가 임금이 되었을 때에는 자기가 말을 하였을 때 누구라도 반대하고 나서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였소. 나는 바로 걸·주를 친 것이지, 내가 모시고 있는 임금을 친 것이 아니오!”
이 말을 듣고 문후는 이렇게 말하였다.
“풀어 주어라. 이는 나의 잘못이다. 그리고 그 거문고를 성문에 달아매어 두어라. 나의 잘못을 고치는 부표(符標)로 삼으리라. 또 부서진 내 면류관의 술을 고치지 말아라. 나의 잘못을 고치는 계(戒)로 삼으리라!” -『설원說苑』/군도편君道篇/사경고금師經鼓琴-
윤 대통령의 별명 중의 하나가 ‘59분’이다. 1시간짜리 회의에서 59분을 혼자 이야기한다는 데서 연유한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도 이 정도는 아니다. 대체로 무능한 대통령일수록 만기친람(萬機親覽)을 유능함으로 착각한다.
‘부자는 농담을 잘 한다’는 속언(俗諺)이 있다. 이끗을 밝히는 간상배들이 콩고물을 노려 부자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맞장구치며 웃어주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59분’에는 그 이유가 분명 있다.
#1. “대통령이 기자회견하실 때도 사과하셨다. 그 정도면 국민께서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지”
한덕수 국무총리가 9월 30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발언이다. 그는 그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어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다.”, “국가냐 인기냐 했을 때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이고 국민일 것이다.”
#2.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2일 김 여사와 윤 대통령, 그리고 명품 가방을 건넨 최 목사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 결정에 관한 검찰의 변은 이렇다.
“(수사팀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민의 법 감정에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다.”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 대한민국 법률가를 이렇게 도매금으로 모독해도 된단 말인가.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분명히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3.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이 4일 국회 재의결 끝에 부결돼 자동폐기됐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4명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두 특검법 모두 국민 대다수가 입법에 찬성하고 있다.
불과 두 달여 전 전당대회에서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한동훈이 대표로 당선되었다. 그는 재의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당 내외 많은 분들 생각을 안다”면서도, “통과되면 사법시스템이 무너진다”고 반대투표를 독려했다.
특검법이 통과되면 사법시스템이 붕괴한다고? 그럼 국민들이 사법시스템 붕괴를 바란단 말인가. ‘법 앞에 평등’을 무너뜨려, 우리 사법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는 장본인이 과연 누구인가. 정말 모른단 말인가.
독재자나 폭군이나 혼군(昏君)은 결코 독불장군이 아니다. 그를 추종하는 간신과 간상배가 떠받쳐주기에 독재자로 폭군으로 암군으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훗날 성난 민심이 배를 뒤집어 우두머리를 심판하는 게 인류의 역사다.
문제는 간신이나 간상배들은 대개 심판의 칼날을 맞기는커녕, 주군에 알랑쇠 짓을 한 대가로 부와 명예를 이룬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기득권 카르텔’을 강고히 하여 그 부와 명예를 대물림하여 자자손손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게 한다.
조선조 개혁군주 정조 이후 우리 역사는 그 기득권 카르텔의 독무대였다. 지금 윤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옹위하는 호위무사들을 보라. 총리든 검찰이든 국민의힘이든 간에 모두 ‘불의’에서 이익을 보는 자들이다. 그들이 ‘옳고 그름’을 모를 리가 없다. 다만, 이익을 위해서 옳음을 버리고 그름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국민들의 지적 역량이 높아졌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현 세대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반정(反正)을 이룬 후 거기서 멈추지 않고, ‘기득권 카르텔’ 심판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불행한 역사는 또 다시 반복할 뿐이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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