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한국의 저출산은 왜 가속도로 하락할까? ②여성의 고학력화와 남녀 간 갈등 고조

조송원 승인 2024.09.25 10:02 의견 0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학 교육 학비가 비싸다. 유럽과 달리 국가의 지원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데도 한국 여성이 고학력화를 이룬 데는 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컸다. 어머니는 딸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도록 딸의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다.

고학력화한 딸들은 좋은 배우자를 찾기보다는 경제적 자립을 추구했다. 2000년대의 한국에서는, 고학력화한 여성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되어, 한정된 안전한 자리를 둘러싼 남녀 간의 경쟁이 격화되었다.

때를 같이하여 2000년대 초두에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법 정비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이에 남성들은 여성 우대 정책에 의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과 반발이 심해졌다. ‘강남역 살인 사건’에서 보듯, 여성에의 혐오가 노골화되었다. 여성은 ‘#MeToo 운동’으로 대응하는 등, 남녀 간 갈등이 고조되었다.<편집자 주>

어머니의 희생과 딸에의 기대

그런데, 90년대 생의 남녀에게 일어난 변화를 논하기 전에, 한국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여 이 정도 단기간에 여성의 고학력화를 실현시킬 수 있었을까,에 대해 언급하여 두고 싶다.

일본도 한국도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지원이 적기 때문에, 딸의 고학력화를 위해서는 부모의 이해와 지원이 대부분의 경우 필수요건이 된다. 부모의 교육 수준과 자녀의 성별에 따라, 자식에게 기대하는 교육 수준에 차이를 보이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의 학력과 소득, 거주지에 관계없이 딸의 교육 지원에 전력을 쏟아왔다.

조선전쟁 후의 가난한 시대를 살아왔던 한국의 어머니 세대는, 가족의 생활과 형제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등교육 받는 것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일찍부터 공장에서 일하는 등, 가족을 위해서 ‘희생’이 되고, 많은 것을 체념하고 살아온 세대이다.

그 모습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에서도 묘사되어 있다. 어머니들은 딸에게는 자신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의 희생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딸의 교육에 다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정력적으로 지원하였다.

그 결과, 딸 세대에 해당하는 한국의 여성들은 실로 8할 가까이 대졸이 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90년대에 급상승한 대학진학률은, 30%에서 2005년에는 80%를 넘기에 이르렀고, 2008년 이후는 여성이 남성을 상회하고 있다. 이것은 90년대 생의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 세대의 열렬한 지원에 의해 단기간에 달성된 한국의 딸 세대의 고학력화는, 여성의 라이프 코스의 크나큰 혁신이고, 확실히 젠더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와 노동시장에서 일어난 젠더 혁명

딸 세대의 고학력화와 같은 시기에, 한국은 90년대 후반에 아시아 통화위기에 직면하여 국가 파탄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때 노동시장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고용 유연성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많은 아버지들이 직장을 잃는 가운데, 고학력화한 딸 세대의 목표는 보다 좋은 배우자를 얻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자립에로 변화하고 있었다. 동류혼(同類婚) 지향이 강한 한국에 있어서, 높은 교육 수준은 동등 수준의 배우자를 얻기 위해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경제 위기 후 고학력은 오히려 커리어(career) 형성의 자원이 되었다.

여성의 고학력화가 남성보다도 더 진행된 배경도 이 변화를 촉진시켰다. 단순히 수입을 얻기 위한 ‘<일>에서 생애고용을 노리는 <커리어> 지향으로의 변화’(from job to career)는, 여성들의 가족과의 관계와 가족주의를 재편하고,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2000년대의 한국에서는, 고학력화한 여성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되어, 한정된 안전한 자리를 둘러싼 남녀 간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었다.

때를 같이하여 2000년대 초두에 여성의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한 여성부(현 ‘여성가족부’)가 설립되어, 의회에 쿼터제가 도입되자 여성의원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법 정비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MeToo 운동과 남녀 갈등의 고조

급속히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어 가는 한편으로, 동 세대의 남성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반발이 심해지고, 여성에의 혐오감이 증대하고 있었다. 세대 간 격차만이 아니라, 세대 내 격차가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노동시장에서는 성별이 아니라 교육 이력(敎育 履歷)에 의한 선발로 전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성들은 여성 우대 정책에 의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남녀 대립은 온라인 커뮤니티(online community)상에서 전개되고, 2010년 이후 격렬함을 더해가고 있었다. 남녀 간의 대립은 2016년에 일어난 ‘강남역 무차별 살인사건’을 계기로 더욱 높아졌다.

30대의 남성이 잡거빌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의 면식 없는 여성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한 사건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좋았다”고 말한 범인의 진술은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에 의한 무차별 살인’이라고 해석된다.

이 사건 후 연일 강남역에 많은 여성들이 모여 추도와 연대의 뜻을 나타내는 무수한 스티커 메모지를 붙이고, 점차로 크나큰 여성운동으로 발전했다. 일상에서 넘쳐나는 여성의 억압을 언어화한 전술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이 사건 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성운동을 크게 뒷받침했다.

2018년에는 서지현 검사의 성피해 고백이 #MeToo 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여성 인권 문제가 격렬하게 고조되었다. 그 주체는 동세대(同世代)의 8할이 고학력자가 된 90년대 생 여성들이고, 수많은 저명인들을 고발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녀들이 내세운 슬로건이 바로 ‘#MeToo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이다. 이 운동에 대해서 당시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은 찬동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표명하며, 남녀평등을 목표로 하는 법 정비를 진전시키고 있었다.

이와 같이 남녀의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2021년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현 대통령)는 ‘여성부’의 폐지를 제언하여, 안티페미니즘(Anti-feminism)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선거결과는, 모든 세대에서 세대별로 지지 정당이 달랐지만, 20대의 남녀 간만 남성은 보수계의 국민의힘을 지지했고, 여성은 진보계의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여기서도 남녀 간의 대립이 드러난 것이다.

90년대 생이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서 분석한 조귀동은, ‘남녀의 교육 격차가 거의 없게 된 현재, 엘리트 남성에게 여성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이고, 비정규·저소득층의 남성에게 여성은 연애시장에서 자신이 약자인 현실을 까발려주는 존재’임을 지적하고 있다.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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