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산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대 사건이다. 세계가 그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 원인을 경제적, 문화적 요인에서 찾는다. 그러나 한국과 여건이 비슷한 일본보다 한국의 저출산은 훨씬 더 심각하다.
물리 현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의 현상에는 결과가 있으면 그 결과를 낳은 원인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진 사사노 미사에 박사는 한국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 교육 수준의 폭발적 상승’과 그로 인한 여성의 가치관 변화에서 찾는다.
일본의 진보 월간지 『世界』 2024년 6월호에 사사노 미사에 박사는 ‘한국의 저출산은 왜 가속도로 하락할까’란 논문을 게재했다. 과문하고 천학비재(淺學非才) 하나, 이 글만큼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층을 파헤친 분석을 본 적이 없다. 하여 이 논문을 3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사사노 미사에 박사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바라키대학 인문사회과학부 현대사회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의 저출산은 왜 가속도로 하락할까? 일·한 저출산 배경의 「차이」를 주시한다.
2024년 2월, 일본의 2023년의 출생수가 과거 최소인 75.8만 명으로 2년 연속하여 80만 명을 밑돌고, 과거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웃나라 한국에서는 일본 이상으로 저출산이 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합계특수출생률(여성 1명이 일생 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평균치. 이하, 출생률)은 0.72를 기록하여, 2018년에 1을 밑돈 이래 6년 연속해서 과거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도시지역의 상황은 심각하다. 인구가 가장 집중된 수도 서울의 출생률은 0.5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고,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의 출생률은 0.66명으로 뒤를 이었다.
17개 광역시로 구분된 제1급 행정구역 가운데에서, 공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세종특별자치시는 한국에서 가장 출생률이 높은 지역이지만, 거기에서도 마침내 0.97까지 하락하여, 사실상 모든 광역시에서 1을 넘는 출생률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칠 줄 모르는 저출산에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380조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자하여 왔다. 그러나 그 기간에 출생자 수는 45만 명에서 23만 명으로 감소했고, 출생률도 1.13에서 0.72로 하락했다.
저출산 극복이 매우 중대한 국가과제로 되어 있는 것을 배경으로, 2024년 총선거에서도 여당 ‘국민의힘’과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모두 저출산 대책이 중심이었다.
여당은 남성의 출산휴가 의무와 육아휴가 중 급여 인상 등,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세웠다. 한편, 야당은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융자와 자녀수에 따른 융자원금의 일정액 면제, 자녀 1인당 1억 원 지원 등 ‘현금지원’ 중심의 대책을 제시했다.
왜 한국의 저출산은 일본 이상으로 가속화하는 것일까? 현재,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일본에서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제4차 저출산사회 대책 대강’을 비교하면, 양국 모두 저출산 요인을 주로 경제적 요인(젊은 세대의 고용과 경제적 불안, 자녀 양육 비용 부담)과 문화적 요인(가족문화와 노동시장에서의 젠더 불평등,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에서의 어려움, 혼인과 출산연령의 상승, 가족 가치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으로는, 일·한에 공통하는 저출산의 배경 요인은 지적할 수는 있어도, 한국의 저출산이 왜 일본 이상으로 가속하는 것일까,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본고에서는,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 몸을 두고,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관찰·분석하여 온 필자의 경험을 기초로 삼아, ‘왜 한국의 출생률은 가속도적으로 하락하는 것일까’에 대하여 고찰한다.
저출산의 요인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왜 가속하는 것일까’에 중심을 두고 논하여 갈 것이다.
2000년 이래 가속하는 저출산
한국의 출생률은, 1980년의 2.8에서 2000년에 1.5로 하락하고, 2005년에는 1.09를 기록했다. 이 시기부터 한국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었지만, 현재까지 조금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2015년까지 비교적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던 한국의 출생률이, 그 후 가속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의 가족 관련 각종 지표에서 2015년이 변화의 가속이 일어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균형을 깨뜨리는 시점)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여성고용률이 50%를 넘은 것도 2015년이고, 그 가운데서도 30대의 여성고용률은 2015년 56.9%에서 2023년에는 68.0%로 급증했다. 연간 혼인건수도 2015년(30.3만 건)을 경계로 30만 건을 밑돌기 시작하여, 2023년에는 19.4만 건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1년에 태어난 아이의 수는 어느 정도 감소했을까? 일본의 출생수가 1980년에서 2023년까지 52% 감소하여 반감했다(약 158만 명에서 약 76만 명으로). 반면에 한국은 실로 73% 감소하여 1/4 규모가 되었다(약 86만 명에서 약 23만 명으로).
더욱이 한국의 감소폭은 2000년 이후 가속하고 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는 25.8% 감소했는데, 2000년부터 2020년까지에는 57.8% 감소했다. 앞서 2015년이 중요한 티핑 포인트라고 말했는데, 여기서도 2015년 이후의 변화에 착목하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47.5% 감소했다. 같은 시기에 일본의 감소폭 24.8%와 비교하여도 한국이 2배 속도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저출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 수가 가속도적으로 감소한 2000년 이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특히 2015년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여성 교육 수준의 폭발적 상승
2000년대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성 교육 수준의 폭발적 상승’과 그에 따라 초래된 ‘젊은 여성의 급격한 가치관 변화’일 것이다. 한국의 사회학자 장경섭은 한국 사회가 경험한 근대화를 ‘압축적 근대’(compressed modernity)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그것은 구미제국(歐美諸國)이 2세기 이상에 걸쳐서 실현한 근대화 과정을 겨우 반세기 동안에 성취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 ‘압축적 근대’에 의해, 단기간에 실현한 것은 단순히 경제성장만이 아니다.
혼인과 출산이라는 가족에 관한 다양한 지표와, 교육 수준과 평균 수명의 향상이라는 라이프 코스(life course. 인생 행로)도 또한 ‘압축적’으로 변화해온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하여야 할 것은, 여성의 ‘압축적 고학력화’이다.
어머니 세대(55~64세)와 딸 세대(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履修) 수준의 차이를 보자. 한국은 이 차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중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차이는 60%에 이른다.
딸 세대의 교육 수준이 어머니 세대보다도 높다는 그 자체는 모든 국가에 공통적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OECD의 평균은 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세대마다 교육 수준이 20% 정도 상승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국가에서는 증조모에서 딸까지 4세대에 걸쳐서 경험하는 변화를, 한국은 겨우 한 세대 만에 성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간 출생수도 한 세대에 1/4 규모로 축소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경험해 온 변화의 과정을 한국은 한 세대에서 ‘압축적’으로 성취한 것이다. 이 ‘여성 교육 수준의 폭발적 상승’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가속도적인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배경 요인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남성에서는 교육 수준이 이 정도로 큰 세대차는 보이지 않는다. 2020년 현재, 25세에서 34세에 해당하는 세대는, 주로 90년대 생이다. 이제 가족을 형성하는 연령에 있는 이 세대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계속>
<작가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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