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전쟁은 돌발 사고가 아니다 ③전쟁 여부는 결국 지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조송원 승인 2024.11.08 13:03 의견 0
포린 어페어스 11/12월호 커버스토리 '전쟁의 세계(World of War)' 삽화

위기가 더 일상화되고 격화됨에 따라 국가를 전쟁의 절벽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어 지도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긴장이 국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때, 의사결정권자들은 고위험 협상 게임을 하고, 전쟁을 피하면서 미래의 피해를 억지해야 한다.

고조된 긴장을 관리하여 라이벌과 합의를 통해 전쟁을 막는 일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도자는 나약하게 보여 정치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우리의 지도자와 정책입안자들은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는 것일까? -편집자 주-

(②편에 이어) 그러나 공격자가 목표를 달성하고 더 이상 나아가고 싶지 않다고 제안한 후에도, 라이벌은 억지력을 재확립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리들은 교전규칙을 다시 작성하여 미래의 공격이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새로운 한계선(redline)을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대사관 공격에 대한 이란의 대응은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할 의지를 보임으로써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알렸다. 직접 공격은 이란이 이전에는 지역 대리인에게 위임했던 임무였다. 이런 새로운 불문율과 기준은 이미 위태로운 관계를 더욱 격화 사다리를 위로 밀어 올려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조성하여, 지도자들이 더 큰 자제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분쟁 악화를 통제하는 데에는 (서로 상충되는 요소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너무 절제된 행동은 라이벌의 행동을 바꾸게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예멘의 드론 및 미사일 기지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홍해의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전술적 문제이지만(후티는 발사대를 숨기고 옮기는 데 능숙하다), 미국도 후티와 이란 후원자들이 물러나도록 강요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큰 비용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미국의 더 공격적인 행동은 후티를 더 효과적으로 억지할 수 있겠지만, 이란의 긴장 고조를 유발할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무력을 통해 후티를 후퇴시키는 것은 그 지역에서의 전반적인 긴장 고조라는 대가를 치르고, 궁극적으로 모든 관련자에 역효과를 낳는(위험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두 개가 필요하다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도 실패할 수 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라이벌의 한계선(redline)을 잘못 판단하여, 반대자들이 의도한 것보다 더 도발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대사관을 공격했을 때와 같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수백 개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아닌, 사소한 보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긴장이 고조되면, 국가는 긴장을 완화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강해진 긴장 고조에 대한 압력 때문에 이는 어려울 수 있다. 지도자들은 약해 보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손해가 되므로 당연히 두려워한다. 유권자들은 행동하지 않는 지도자를 선거에서 처벌할 수 있다.

다른 경쟁 국가들은 그 국가가 위기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면밀히 관찰하여 역량과 결의를 평가한다. 한 위기에서 약해 보이면 미래의 대립에서 그 국가의 협상력은 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후퇴가 다른 국가를 방어하기 위한 합의나 위기 상황에서 확고하게 맞서겠다는 공개적인 맹세와 같은 약속을 어기는 것을 포함하면, 특히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필리핀 국방부 장관 길베르토 테오도르는 필리핀 군가 기지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개입을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이라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 결과,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지 않고서는 조약 의무에서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기술로 인해 긴장 고조의 압력을 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상업용 영상 위성, 휴대 전화 및 기타 스마트 기기는 비밀이 적은 세상을 만든다. 이러한 투명성의 증가로 인해, 지도자들이 무대 뒤에서 덜 긴장 고조적인 대립에 자주 사용하는 은밀한, 회색 지대의 행동을 숨기기가 어렵다. 한편, 소셜 미디어는 긴장 고조를 부추길 수 있는 선동적인 콘텐츠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공격과 보복 공격에서 보듯이, 전쟁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충돌로 가는 길은 행동-반응의 과정이다. 지도자들은 라이벌의 움직임에 대응할지 여부와 대응 방법을 결정하고, 종종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낸다.

결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항상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승리는 보장되지 않으며, 전투 비용이 승리의 이득보다 더 클 수 있다. 그 결과, 국가는 전투에 나가지 않고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지도자가 정치적으로 손해를 입고, 나쁜 평판을 받더라도 말이다.

사다리 내려가기

국제 관계 학자 제임스 피어슨이 전쟁의 “값비싼 복권”이라고 부른 것을 피하기 위해, 지도자들은 자신의 명성을 보존하고 억지력을 보장하면서, 극심한 위기 고조에서 물러설 방법을 찾는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들이 모든 당사자가 성공을 주장할 수 있고, 체면을 살릴 수 있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봄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보복 공격의 과정에서, 테헤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되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단순히 과시만 함으로써, 국내와 국제 청중 모두에게 힘을 지킬 수 있었다. 한편 이스라엘 쪽에서는,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대규모 공격으로부터도 국가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벌 지도자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서로 공모할 수 있다. 여기에는 종종 서로의 행동을 대중에게 숨기기로 상호 결정하는 것이 포함된다. 1950년대에 소련과 미국은 모두 확전 압력을 피하기 위해 한국 상공에서의 공중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러한 무언의 협력을 넘어, 직접적으로든 중개자를 통해서든(예: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경우, 카타르) 라이벌 간의 의사소통은 지도자들이 전쟁에서 물러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리들은 사고 후 의도와 한계선을 명확히 하고 긴장을 완화하여, 잘못된 계산과 추가적인 충돌 확산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조정에는 중요한 선례가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의 긴박한 상황은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1963년에 위기 핫라인을 설치하도록 자극했고, 미국은 2007년에 베이징과 유사한 연결을 구축했다. 다른 라이벌들도 이러한 접근 방식을 모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가 더 일상화되고 격화됨에 따라 국가를 전쟁의 절벽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어 지도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긴장이 국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때, 의사 결정권자들은 고위험 협상 게임을 하고, 전쟁을 피하면서 미래의 피해를 억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의도치 않은 전쟁에 당황해 할 필요는 없다. 자제력의 도구는 지도자들 자신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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