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전쟁은 돌발 사고가 아니다 ②벼랑 끝 전술과 라이벌에 물러날 명분 제공

조송원 승인 2024.11.05 08:58 의견 0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여 라이벌을 압박하는 것과 상황 악화를 제한하려는 욕구 사이의 긴장감으로 인해, 지도자들은 위기를 조심스럽게 헤쳐 나가야 하며, 상황을 통제하면서 어디까지 라이벌을 압박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여 정책입안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계산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밀고나갈 충분한 능력과 결의를 보여주는 한편, 라이벌 지도자들이 물러날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 방법은 라이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을 피하고, 라이벌의 적색선(한계선)을 예상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편집자 주-

흐릿한 선(경계)

경쟁 국가들은 위기 시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을 취하며, 일상적으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렇게 하면 라이벌이 행동을 바꾸도록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전술이 효과가 없더라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지도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공습, 공중 요격, 지상 침공과 같은 도발 행위는 지도자들이 적에 대항하여 행동할 의지를 나타내며, 적이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도발행위는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예를 들어, 중국 전투기는 미국 정찰기를 방해할 때 위험한 기동을 자주 사용하여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행동의 예측할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해, 돌발 사고나 의사소통의 오류 또는 잘못된 판단으로 사소한 사건이 더 큰 분쟁으로 이이질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진다.

위기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임계점 또는 적색선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임계점 또는 적색선의 범주가 명확히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들은 지리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의 공격은 분쟁을 확대시키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의 공격은 무시될 수 있다.

하지만 적색선(임계점)은 표적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군수 계약업체에 대한 공격은 보복의 기준치 이하에 속할 수도 있지만, 군인을 살해하는 공격은 날카로운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 적 행동의 강도 또한 임계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면적인 공격은 단 하나의 정밀 타격보다 더 강도 높은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종종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한계를 모호하게 유지한다. 관료들은 때론 명확한 한계선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명확하면 라이벌에게 도발 한계선을 알 수 있게 하여 억지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모호성을 유지하면 라이벌에게 확전의 임계점을 넘지 않기 위해 자제력 행사를 강요하기에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

필리핀이 자국 영토 주변 해역에서의 중국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계산을 했는지 생각해 보라. 필리핀 선박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대응해 필리핀이 무력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불확실하다. 중국이 필리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필리핀이, 미국이 필리핀을 방어하기로 약속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하여 미국을 분쟁에 끌어들일지도 불확실하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은 평소보다 더 신중해질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도발이 지도자의 통제를 벗어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도 커진다.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여 라이벌을 압박하는 것과 상황 악화를 제한하려는 욕구 사이의 긴장감으로 인해, 지도자들은 위기를 조심스럽게 헤쳐 나가며, 상황을 통제하면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난간 위에서

정책입안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계산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밀고나갈 충분한 능력과 결의를 보여주는 한편, 라이벌 지도자들이 물러날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은 주로 그렇게 하는데, 그 방법은 라이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을 피하고, 라이벌의 적색선을 예상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국가는 종종 강압 조치의 물리적 효과를 제한함으로써 분쟁의 확대를 통제한다. 사상자나 주요 인프라 피해를 회피하게 되면, 표적 국가가 심각한 보복을 자제하기가 더 쉬워진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이란은 미군의 정찰 임무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미군 드론은 격추했지만, 분쟁 악화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유인 항공기는 격추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4월에 있었던 이란의 공격에 대해, 더 크고 파괴적인 작전을 개시하기보다는 이란의 중요한 방공 시설 단지에 위치한 단일 레이더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공격으로 인해 물리적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란 깊숙이 숨어있는 첨단 시스템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이스라엘의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 공격은 피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란은 국내적으로 그 공격을 무시할 수 있었고 중대한 보복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목표물을 선정하고 정밀 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국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미리 경고하고 알려줌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이들 통해 목표가 된 국가는 방어력을 강화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대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이란은 보복하기 전에 미리 보복 계획을 전신으로 알려줬다.

이란 관리들은 공개적으로는 공습이 임박했다고 위협했고, 비공개적으로는 그 지역 정부에 임박한 공격에 대해 경고했으며,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는 전면적인 전쟁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주 후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개시했을 때,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은 하늘에서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을 격추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이를 통해 물리적 피해와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괴와 인명 손실을 제한하는 것은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다. 물리적 결과가 같더라도 공격의 위치, 타이밍, 방법은 분쟁 확대를 관리하는 데 똑같이 중요할 수 있다. 이란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한 사건이 테헤란이 아닌 가자에서 발생했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덜 도발적으로 여겼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러시아 군 기지에 대한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공격을 같은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보다 더 전쟁의 확대로 볼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의사결정권자들은 종종 라이벌의 영토에 직접 도전하는 행동은 피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란에 직접 공격을 감행하는 대신,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혁명 수비대 시설과 이란과 제휴한 민병대를 표적으로 삼아, 이란이 지원하는 미군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려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이란 영토를 공격하는 것은 분쟁 확대의 문지방(임계점)을 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은 부인할 수 있거나 대중의 눈에 덜 띄는 압박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1950년대에 소련과 미국은 전투기 조종사들끼리 한반도 상공에서 비밀리에 공중전을 벌였고, 미국과 소련 모두 이를 대중에게 숨겼다.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종종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에 관해 책임을 거부한다.

국가들은 또한 사이버전과 같은 “회색 지대” 전술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거나, 러시아의 바그너 준군사 회사와 같은 대리인에게 의존하여 더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정치학자 오스틴 카슨은 이런 “무대 뒤” 활동을 통해 정부는 대중의 갈등 확대 요구를 피하면서 비밀리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중은 흔히 눈에 띄는 적대국과의 대립 이후에는 매파적으로 강경해지는 경우가 많다.

국가가 압박 행동을 취하면, 정책입안자는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하겠다는 의도를 발표할 수도 있다. 이란이 2020년 1월 이라크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 테헤란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워싱턴이 이란 최고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종결”했다고 밝히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으며, “긴장 고조나 전면적인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 자바드 자리프는 비슷한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며, 이란의 군사적 행동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 공격에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고, 대신에 이란 기업과 관리들에게 추가 경제 제재를 선택했다.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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