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돋아나는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를 모르고(朝菌不知晦朔),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惠蛄不知春秋). -장자/소요유-
#2.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였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다. 행인을 붙잡아 그 침대에 눕혔다.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 그 침대에는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혜경 여사의 7만8000원 법카 사용에 검찰은 130회 압수수색을 했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십 수억 원의 이익을 ‘당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 압수수색은 0회였다.
아테네의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잡아서 침대에 누이고,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라서 처단했다.
#3. 고위직 검사일수록 무속과 친하다. (…) 지금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건물 옆에 조성된 작은 공원 한편에 해치상 조형물이 놓여 있다. 원래는 1999년 5월 1일 법의 날을 맞아 대검 청사 1층 로비에 설치되어 있었다.
(…) 1999년 발생한 옷로비 사건에 검찰총장이 연루되어 구속되자 “해치의 외뿔이 대검 간부들의 집무실을 들이받아 검찰이 수난을 겪는다”라는 검찰 내 여론이 일면서 건물 밖 외진 지금의 자리로 슬쩍 옮겨졌다고 한다. (…) 검찰 내부에는 그렇게 해치상을 옮기고 해치의 뿔을 대법원 중앙 쪽으로 향하게 하여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으로 구속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어느 날 점심 후 산책을 하다가 그 웅덩이 뒤 대나무 숲에서 여러 장의 부적을 보았다. 네모난 흰 종이에 검은색 붓글씨로 용(龍) 자 형상이 적혀 있었다. 그때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거나 형사 문제가 있는 사람이 미신적인 의도로 군데군데 뿌려놓은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때 용산 담벼락에 뿌려졌다는 용(龍) 자 부적과 크기와 색상, 글자체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한 우연일까?
(…) 다른 모 검사는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아내가 점집을 찾아갔는데 결과를 잘 맞히더라고 내게 말했다. 또 다른 모 검사는 풍수를 잘 보는 스님이 대검 부장실에 찾아와 책상과 집기의 방향과 배치를 봐주었다. 검찰 내부 소식통인 모 검사는 윤석열 총장이 몇 월에 사직할 것인데, 강릉에서 윤석열 총장과 가까이 지내는 유명한 심 도사가 날을 정해주었다고 내게 말했다. -한동수(전 대검찰성 감찰부장)/『검찰의 심장부에서』/검찰과 무속-사적 욕망의 늪-
#4. 국정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던 중전 민비는 노래와 주술을 좋아해, 바쁜 가운데서도 이를 취미로 가까이했다. 그 무렵 국내에서 신령스러운 무당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 하여 신령군이라 지었다.
민비는 신령군에게 나라의 안녕을 열심히 빌게 했는데, 어느 날 민비가 은밀히 신령군 집에 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비가 그 소리에 대해 물으니 신령군이 대답했다.
“시골 유생 하나가 제 집에 와서 수년 전부터 매일 여러 차례씩 축문을 암송하는데, 그 축문이 ‘민중전 만세’ 다섯 자였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그 사람은 본래 경상도 유생으로 대원군 때부터 이 축문을 경건하게 읽어 왔으며, 문필보다 점술을 열심히 공부했다기에 그 자리에서 시험해 보니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민비가 귀를 기울이고 들려오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정말 ‘민중전 만세’가 분명했다. 민비는 즉시 하인을 보내 그 유생을 오라 하여 두세 가지 일을 물어보니, 과연 제대로 맞추었다. 민비는 그 자리에서 “내일부터 대궐 안으로 들어와 있도록 하라!” 하고 분부를 내렸다.
사실 이 일은 신령군이 미리 유생과 짜고 벌인 것이었다. 이 유생이 바로 훗날 조선의 권력을 좌지우지한 천하의 간신 이유인이었다.
(…) 일단 대궐에 들어가게 된 이유인에게 곧바로 관직이 내려지자 그 권세를 이용해 높은 벼슬자리와 많은 재물을 손쉽게 얻었다. 그러나 천성이 음험하고 불량하여 임금을 속이고 백성과 아전들을 가혹하게 학대하니, 그를 아는 자와 해를 당한 자들이 모두 치를 떨었다. -윤효정지음·박광희편역/『대한제국아 망해라』-
#5. 靑春扶社稷(청춘부사직) 젊어서는 사직을 떠받쳤고
白首臥江湖(백수와강호) 늙어서는 강호에서 쉬노라
한명회(1415~1487)가 자신의 정자 압구정(狎鷗亭) 기둥에 새긴 글귀이다. 매월당 김시습이 이 정자 곁을 지나다가 이 글귀를 보았다. 하 같잖았겠는가. 하여 한 구절에 한 자씩 고쳤다. ‘扶’→‘危’, ‘臥’→‘汚’, 곧 이렇게 되었다.
靑春危社稷(청춘위사직) 젊어서는 나라를 위태롭게 했고
白首汚江湖(백수오강호)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히는구나
한국사에서 이른바 권신(權臣)의 대명사 한명회, 3대에 걸쳐 왕을 만들며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지만, 어떤 역사의 평가를 받았는가?
1504년(연산군 12년) 갑자사화 때, 정창손 등과 함께 12간(奸)의 한 사람으로 지목되어, 관작을 추탈 당하고 그의 시체는 무덤에서 꺼내져 부관참시(剖棺斬屍)되었다. 시체는 토막내졌으며, 목은 잘려 한양 네거리에 걸렸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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