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김건희 블랙홀’

조송원 승인 2024.10.12 13:20 의견 0

나라가 온통 ‘김건희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자고 나면 추가되는 김 여사 관련 폭로와 의혹에 국민의 분노지수가 거의 임계점에 다다른 듯하다. 대통령 배우자가 국정 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초유의 사태에 민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한다.

“김 여사는 V2가 아니라 V0”(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비꼼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여 한 번은 꼭 짚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자료를 챙기다 보면 부아가 치밀어 정신건강이 심히 우려되었다.

이러던 참에 <코리아 헤럴드>에서 ‘주제 파악 못하는 영부인이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Tone-deaf first lady causes chaos/Oct.7,2024)는 칼럼을 접했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다. 이에 번역하여 독자제현과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칼럼을 쓴 이경희는 <코리아 헤럴드> 전 편집장이다.

주제 파악 못하는 영부인이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끊임없는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에 관한 흉측한 소문과 추측이 국가 통치를 붕괴시킬 정도의 수준에서 계속 끓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영부인은 자신의 행동을 억제할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다. 윤 대통령도 부인 보호에 일편단심으로 전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헌신은 검찰총장일 때 내세운 그의 대표적인 모토 ‘상식과 공정’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리더십 능력이 잠식되었으며, 야당과의 갈등을 일으켰고, 이미 훼손된 검찰 본연의 모습을 망쳤으며, 행정부를 위기의 미궁으로 몰아넣었다.

행정부의 엄청난 과제를 감안하면, 이런 혼란 상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과의 긴장 고조, 의대생 수를 늘리려는 성급한 계획으로 인한 보건 의료 위기 악화, 중산층의 쇠퇴, 경제 양극화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것도 국가가 직면한 시급한 문제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정치적 적대감을 심화시켜, 야당과의 협력과 정상적인 국정운영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이 혼란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미술 전시 기관을 운영하는 부유한 기업가로서 김 여사는 이례적인 영부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물의를 일으킨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과거 때문이었다.

그녀가 고급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유명인과 교류하고, 이력서를 부풀리고, 학술적 표절을 저지르고, 주식 거래를 조작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떠돌았다. 과거를 감추기 위해 그녀는 얼굴뿐 아니라 이름도 바꾸었다고들 한다.

대중의 당혹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녀는 언론에 나와 이력서를 부풀린 것에 대해 사과했다. “더 잘 보이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 후회를 표했고, 조용히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그녀를 그녀의 약속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곧, 영부인실(제2부속실)을 폐지하여 사실상 영부인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여사는 자신이 대통령실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자주 행동하여 언론의 관심을 끄는 데까지 나아갔다. 대중이 보기에 더욱 짜증나는 것은 그녀의 카멜레온 같은 ‘가면을 쓴 인격’(persona)이다. 그녀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면 등장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듯하다.

그녀가 등장할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다. 곧, 외국 도시의 고급 브랜드 매장을 경호원 12명 이상과 함께 방문하거나, 번잡한 퇴근 시간에 한강다리에서 경찰관에게 지시하거나, 자정이 넘은 시간에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는 것 등이다. 그녀의 미스터리한 패턴과 나이를 거스르는 외모는 그녀의 존재를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김 여사는 민간과 공공 부문에 배후에서 작용했다는 불화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의 임기 첫해에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과 관련한 거래에 손을 댄 것으로 널리 의심을 받았다. 그 다음 국가의 영부인이 비공식적인 접근과 선물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스파이 캠 영상이 나왔다.

이 영상에는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목사로부터 크리스찬 디올 가방을 받는 모습이 나와 있다. 윤 대통령 취임 4개월 후인 2022년 9월 대통령 관저 밖 개인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두 사람의 만남은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을 가져온 것이 처음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이 영상에서 김 여사는 고가의 선물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 부인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경솔한 태도와 무례한 언행을 보여줬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에 대한 관심을 제기하며, 남북 관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명한다. 그녀는 목사에게 “5년 안에 통일을 이룰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김 여사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선 기간 동안 한 유튜브 채널에서 그 채널의 기자가 53차례에 걸쳐 몰래 녹음한 7시간 분량의 전화 통화를 공개했다. 긴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 자신감, 권력과 복수에 대한 탐욕, 그리고 무당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가장 최근에는 다른 온라인 채널은 김 여사와 전화 통화를 공개한 그 기자가 전직 대통령 비서관과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여기에서 그 비서관은 김 여사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후보 공천에 간섭했다 것을 시사한다. 정치 컨설턴트로 확인된 다른 남성은 또 다른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출된 별도의 전화 통화 녹음에서, 그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문제는 앞으로 이와 유사한 당혹스러운 전화 대화와 소셜 미디어 메시지가 얼마나 많이 유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 혐의로 아내를 조사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왔듯이, 앞으로도 아내가 처벌 받지 않도록 행동하며 아내를 계속 보호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아내를 보호하는 것을 중단하고 상식과 공정에 따라 그녀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널리 알려진 소문대로 윤 대통령이 그녀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남편임과 동시에 대통령으로서 아내에 대한 충성심과 헌법에 대한 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기적이고 주제 파악을 못하는 대통령 부부의 뻔뻔함을 더 이상 용납해서 안 된다.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큰 혼란을 일으켰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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