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자전거
이 광
두 발에 힘을 싣고 밟아야만 움직이지
페달이 받쳐주니 발붙이고 가는 걸세
이보게, 체인 풀려봐 페달인들 별수 있나
구르는 바퀴 덕에 돌아가는 세상이야
핸들 쥔 손이 대뜸 브레이크 움켜쥐자
끼이익! 비명 삼키며 꼼짝없이 멈추는 길
손발이 잘 맞아야 일이 술술 풀린다. 팀워크의 작동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반면 손발이 맞지 않으면 협업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 입장만 내세우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선 손발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자전거에다 이러한 모습을 옮겨놓았다. 두 발은 균형을 잡아주는 양손의 존재를 무시하고 제가 밟아야만 자전거가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페달이 나서 자기한테 발붙이고 있다며 생색을 부리고, 체인 또한 맡은 역할을 강조하며 끼어든다. 종내에는 바퀴마저 제 덕분에 굴러간다고 큰소리치자 참다못한 손이 브레이크를 잡고 만다. 지난해 12월 3일의 악몽 이후 현 시국이 딱 이런 모습이다.
협력보다는 견제, 이해보다는 비방을 앞세우는 정치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그들처럼 편을 나누고 서로 적대하고 있으니,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