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이태순

 

 

소태 씹은 것 같은

그런 날

그 떫은 날

그냥 꿀꺽 삼켰지

태생이 흙인지라

목구멍
비집고 피는
씀바귀 꽃 지천이라

 

이태순 시인의 <씀바귀>를 읽는다. 거짓말도 경험한 것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시인이 풀어낸 시 속에는 당연히 경험이 녹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인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산문체의 진술 형태는 설명조로 흐르기 쉽다. 많은 시인들이 비유를 통해 넌지시 드러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 작품도 씀바귀라는 풀꽃을 내세워 자신을 숨긴 경우이다.

시인은 풀꽃이나 미물을 바라보며 생의 근원적인 모습을 포착하거나 현실 속의 한 장면과 연결 짓는다. 살아가는 동안 가당찮은 일이나 낭패를 당했을 경우 ‘소태 씹은 것 같은’ 쓴맛을 겪을 때가 있다. ‘그 떫은 날’의 개운치 않은 이질감은 입안을 온통 채우고 만다. 그 이질감을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냥 꿀꺽’ 삼켜버린다. 그리고 시인은 불현듯 ‘태생이 흙’임을 고한다. 우리도 씀바귀처럼 흙에서 나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명심하란 말일까. 모든 걸 받아주고 덮어주는 흙의 모성성을 말하고자 함일까.

종장엔 ‘목구멍/비집고 피는/씀바귀 꽃 지천’이다. 꿀꺽 삼킨 결과인데 삼킨다는 것은 결국 인내하고 포용한다는 것이다. 씀바귀도 씹으면 쓴맛이 다하고 단맛이 우러나듯 고진감래의 의미를 꽃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시인은 참고 살다보면 지나간 날도 꽃으로 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