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서
한분옥
꽃씨는 따서 뭘 해?
내년에 또 심어야지
꽃이 피면 또 뭘 해?
뭘 하긴 꽃이잖아
꽃일 땐 꽃이라서 꽃인 줄
너는 지금 모르고
한분옥 시인의 <꽃이라서>를 읽는다. 읽고 그냥 넘기려다 뭔가 끌리는 듯 다시 돌아보게 된 작품이다. 초장, 중장은 세대간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초장 전구의 질문이 상대방의 행위를 수긍하지 않으려는 입장인데 반해 답변은 내년을 위해 준비할 거라는 의지를 보여준다. 중장의 질문 역시 심드렁하지만 그에 대한 화자의 답변에는 흔들림이 없다.
기성세대인 화자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꽃이라는 공유 가능한 미적 가치를 추구하려 한다. 미래지향적인 화자의 꽃씨 채취가 대화 상대인 신세대에겐 무의미하게 보일 뿐이다. 상대는 현재를 중시하며 그 이후, 그 이외의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한 번뿐인 인생, 당면한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하겠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현재의 풍요로운 삶에 전력하는 소위 욜로 라이프의 가치관을 부정할 수도 없지만 미래를 위한 노력 또한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종장은 화자가 신세대인 너를 두고 속으로 하는 말이다. 꽃이 세 번 이어서 언급되지만 꽃마다 조금씩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첫 번째 꽃은 젊음이 만개를 이룬 한창때를 말한다면 두 번째 꽃은 아직 낙화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 그 자체이다. 세 번째는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존재를 뜻한다. 시인은 종장에서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 와는 다소 상반된 말을 하나 세상에 내놓았다. 꽃일 땐 꽃이라서 꽃인 줄 모른다고.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