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가 복을 보는 것은, 그 악함이 아직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악함이 익음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죄의 재앙을 받는다(妖孼見福 其惡未熟 至其惡熟 自受罪虐).
작은 악을 가볍게 생각하여 재앙이 없다고 하지 말라. 물방울이 비록 작더라도, 점점 큰 그릇에 차니, 무릇 죄가 충만함은, 작음을 따라 쌓여 이루어진다(莫輕小惡 以爲無殃 水渧雖微 漸盈大器 凡罪充滿 從小積成). -법구경法句經/악행품惡行品-
마침내 윤석열이 2025년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앞으로 머리를 가지런히 손질하고 말쑥한 정장차림의 윤석열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젠 정장 대신 수용번호가 새겨진 카키색 수형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소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만 적용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하여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 불소추특권은 없어진다. 그러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된다.
이뿐 아니라 체포영장 저지를 위한 특수공부집행방해 혐의까지 덧붙여진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명태균 게이트’에서 얼마나 많은 여죄가 불거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1997년 이후로 집행된 적은 없다.
하여 윤석열은 ‘형장의 이슬’은 아니 되겠지만, 평생 ‘자유의 공기’를 마실 날은 없을 것이다. 사면?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미래에 사면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쌓은 악업이 거듭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다음, 또 다음의 대통령도 윤석열 사면으로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법 좋아하던 법 기술자의 말로이다.
이러한 판국에 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서부지법을 습격한 폭도들의 현재의 심중은 어떠할까? 구속된 그들이 과연 사면을 희망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2025년 1월 20일) 날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에 가담한 범죄자 1,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그 범죄자들은 트럼프 자신의 지지자들이다. 특히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전 대표 엔리케 타리오와 ‘오스키퍼스’ 창립자인 스튜어트 로스는 각각 징역 22년과 18년을 선고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행정명령에 따라 석방되었다.
자연 트럼프의 사면 결정은 헌정 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 받고 있다. 어느 나라든 사면권은 국가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따라서 정치적 반대자를 사면하기 위한 것이지, 대통령이나 권력자의 지지자들(또는 퇴임하는 대통령의 가족구성원들)을 사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선동·방조 혐의를 받고 있지만, 어쨌든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옳고 틀리고를 떠나, 의사당 습격 사건의 범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사면의 기회를 얻었다. 반면 서부지법 습격 폭도들은 사면을 바랄 수조차 없다.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할 가능성은 무망하며, 윤석열 자신의 사면도 언감생심인 지경이기 때문이다.
서부지법 습격 사건으로 구속된 61명 중 상당수가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날이 갈수록 자신의 행동에 대해 회한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물이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이들이 왜 이런 극단적 행동에 이르게 됐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당시 법원 내부에 피신했던 직원은 “눈빛들이 너무 정상이 아니어서 상대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무법천지처럼 돌아다니는 시위대가 너무 처참해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전국공무원노조를 통해 전했다.
분석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군중을 분노와 증오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것임을 시사한다. 이들의 구호와 주장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라볼 때 너무나 터무니없다. 그런데도 많은 군중들이 믿게 된 것은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거짓 정보를 참인 것처럼 선전·선동해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일반 민주시민은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대부분 알고 있다.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 얼마지 않아 그 ‘누군가’도 법적 응징을 받을 것이다. 권력에 기대 허세 부리던 세력은 그 권력의 붕괴와 함께 침몰하는 게 세상 이치다. 역사가 그래 왔다.
우리는 ‘시행과 착오’(trial and error)를 통해 배우고, 자칫 일탈하기 쉬운 무료한 일상을 교정하며,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춰 살아간다. 큰 틀에서 서부지법 습격 사건은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백신 처방일지도 모른다.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기어이 12·3 내란 사태 우두머리를 구속기소하면서 내란 관련 수사는 사실상 종결됐다. 표차로울 게 없지만, 자기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한 민주시민들의 작은 선업(善業)이 모여 이룬 성과가 아니겠는가. 악인악과(惡因惡果)요, 선인선과(善因善果)이다.
올바른 일에도 재앙을 보는 것은, 그 선함이 아직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선함이 익음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그 복을 받는다(貞祥見禍 其善未熟 至其善熟 必受其福).
작은 선을 가볍게 여겨 복이 없다고 하지 말라. 물방울이 비록 작더라도, 점점 더 큰 그릇에 가득 차니, 무릇 복이 충만함은, 가늘고 가늘음을 따라 쌓인다(莫輕小善 以爲無福 水滴雖微 漸盈大器 凡福充滿 從纖纖積). -법구경法句經/악행품惡行品-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