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서상균]

21. 교장선생님의 욕심과 의심치매(10)

다음 둘째 누님은 자신이 잔다크나 유관순이 조국을 지키듯 집안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서슴없이 실천한 열형여성이지. 국민학교도 안 나온 사람이 말이 청산유수에다 기도를 그렇게 잘 하는 것으로 보아 머리가 아주 좋은 것 같아. 그러나 너무나 무능한 부모와 지독한 가난, 강돌에 붙은 다슬기처럼 다닥다닥한 동생들의 건사와 천재로 알려진 장남이자 아시동생인 영주형님의 정신분열에 충격을 받은 데다 일자무식 매형과의 결혼에 적응을 못 해 자신도 한 때 조현병에 걸려 방황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살았지만 농사밖에 모르는 무능한 남편대신 장사도 하고 공장에도 다니며 아이들의 학비를 벌었고 정이 많아 고등고시를 한다는 시동생에게 논밭을 팔아주어 알거지가 되기도 했어. 아무튼 모든 형제들에게 최선을 다 하지만 교회에 나간다고 약속하고 시집와 이를 어긴 영주형수와 독선이 심한 형님에게는 호랑이보다도 더 사납게 공격을 퍼부었지. 그리고 첫째, 셋째를 기독교인으로 전도한 점, 그리고 자기가 받아 키운 나에게 너무 집착한 점 등이 특색이지.

다음 영주의 형님인데 고독한 천재답게 가난한 집 7남매의 장손이라는 점이 너무나 부담스러웠고 무능한 부모, 특히 잔정이 없고 차분하지가 못 해 마을사람들이 찔뚝없다고 하던 어머니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나 봐. 어릴 때, 특히 서울의 체신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집안의 원질이라고 김해, 명촌 두 두 누님이 무얼 해서 벌어오든 다 형님에게 들어갔고 다른 형제들은 무엇이든 형님에게 양보할 정도로 형님중심으로 살았지만 저 어두운 불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분열을 겪고 나서는 외부와의 소통을 끊다시피 하며 관료적인 교직생활과 속물적인 아내에게 절망했고 형제들에 대한 관심이나 소통도 거부하고 낚시나 즐기며 고독하게 살다 돌아가셨지. 어떻게 보면 머릿속에 가장 많은 지식을 쌓아놓고 가장이성적으로 판단하지만 가장 폐쇄적이고 비능률적인 삶을 살고 간 분이지.

다음 명촌 셋째 누님인데 가장 야무진데 비해 가장 고달프게 살았어. 어렸을 때는 집을 떠나 배도 많이 곯고 설움도 많이 받은 데다 결혼 후에는 층층시하에서 술고래 남편, 그것도 아이를 둘이나 두고 군에 간 남편으로 엄청 고생을 하면 다섯 자식을 낳아 쉰이 되기 전에 남편이 죽고 넷째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외동딸이 이혼의 아픔을 겪는 등 가장 한 많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지. 7남매 중에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어렵게 번 돈을 오빠에게 다 쏟아 부었지만 어떤 보상도 없고 아무 생각 없이 자랐어도 시집가서 큰 부자가 된 막내누님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어 늘 지청구를 달고 사는 좀 단순하면서도 이기적인 성격이지. 김해 누님의 전도로 교인이 되어 자식들까지 대부분 기독교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형제들을 대하는 마음이 편안하기보다는 공격적이고 자신이 고생했다, 자신은 가난하다는 잠재의식을 벗어나지 못 해 다른 형제들은 자신에게 무언가 배려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눔을 해야 된다는 발상도 못 하는 편이라 심리적으로는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편이지.

다음 장촌의 막내누님인데 답답한 것도 없고 급한 것도 없지만 야무진 남편을 만나 시골부자가 된 데는 매형의 부지런하고 검소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님역시 엔간한 중노동이나 고생쯤은 잘 견디고 절대로 허례허식이나 낭비를 않는 알뜰함 때문이기도 하겠지. 잘 생기고 부지런한 남편을 만나 열심히 살았고 살림도 이루었지만 아들이 없고 딸 미진이 하나뿐인 게 유일한 콤플렉스지만 대신 키가 장승같은 사위와 세 외손자에게 모든 걸 걸고 사는데 제사지낼 아들도 없는 판에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 할 돈을 모아놓기만 하고 형제들한테 좀 안 쓴다고 늘 지청구를 하고 돼지고기든 아구찜이든 잘 얻어먹고는 소고기를 안 산다고 뒷 담화를 하는 명촌누님에기 아주 신경질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또 가끔 자식들 사업자금을 빌리러 와서 절대로 안 빌려준다고 원망을 하는 김해누님을 못마땅해 하는 정도지만 그냥 착한 사람에 속하며 막내 백찬이에 대해 애련한 정을 가지고 있지.

다음은 내 차롄데 아비가 어찌 자식에게 자식이야기를 하겠냐마는 형님이 영주로 도피하다시피 떠나자 남은 네 누님과 백찬이의 중심역할을 떠맡아 고생도 좀 하지만 네 누님의 고임, 특히 위에 두 누님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막내 백찬이가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몸은 괴롭지만 형제들 중에서 가장 사랑도 많이 받고 사는 것 같아.

마지막 울산동생은 어머니가 마흔넷이나 되는 나이로 노산을 해서 젖이 안 나와 암죽을 먹고 자란데다 사춘기에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두 해나 쉬었다든지 외롭고 힘들게 자라서 숫기가 없는데 야무진 제수씨를 만나 두 아들을 낳고 잘 사는 것까지는 좋은데 가족들 모두가 용맹이 없어 걱정이지. 형제들일에도 불만 없이 잘 따르고 해서 집안에서 가장 쓸모 있는 사람이지. 어렵게 들어간 현대자동차가 잘 돌아가 먹고사는 일에도 걱정이 없지만 몇 년 뒤 퇴직하기 전까지 민우, 성우가 취직도 하고 장가도 가야될 텐데 말이야.”
긴 설명이 끝날 때쯤 자동차가 주공아파트 안 3거리에 닿자 아이하나씩을 업고 안은 고부가 기다리더니
“운전한다고 욕받제? 인자 내가 하꾸마.”
아이와 자동차 키를 바꾸고 출발을 하는데 연신 영순씨의 휴대폰이 울려 열찬씨가 받으니 오늘따라 일찍 도착한 황서방이 다들 모였는데 형님이 빨리 안 와서 기다린다고 어서 오라는 전화와 함께 신평의 시가에 간 영서어미도 방금 출발했다는 이야기였다.
또 한 시간이나 걸려 오후두시 가까이 되어 구포의 현대아파트 처가에 도착하자
“가서방 오나?”
장모 순란씨의 마중과
“형부, 오셨어요?”
두 처제의 인사와 함께 모두가 인사말을 하거나 절을 하고 말이 없는 처남댁은 보일 듯 말듯 눈을 한 번 깜빡거리는 것이 인사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다. 다들 우짜든동 건강하고 복도 많이 받고.”
장모님을 앞에 앉히고 자녀들이 절을 하고 다시 장모님 좌우에 나란히 앉아 손주들의 절을 받고 나자
“자, 세뱃돈!”
열찬씨를 필두로 모두 호주머니의 봉투를 꺼내 하나씩 아이들에게 건넸다. 대학을 마치고 취직을 하기 전까지 명절마다 용돈을 주고 취직을 하면 끊는 전통인데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영신씨네 희정이는 이제 용돈이 끊어지고 공무원시험공부를 하는 교영이와 미처 내려오지는 못 했지만 재학 중인 처남네 예원이는 지급대상이었다. 용돈마저도 열찬씨네부터 황서방을 거쳐 처남 갑린씨와 막내 김서방의 순으로 나눠주자
“자, 나도!”
슬비가 용돈봉투를 들고 나서자
“아이고, 너거는 같은 항렬인데 무슨 용돈을 주노?”
장모 순란씨가 막아도
“명성만두 김사장을 무시하나?”
영서어미가 봉투하나씩을 빙 돌리자
“큰일 났네. 우리 희정이도 내려오기만 하면 거금 날아가겠네.”
영신씨가 애매한 표정으로 웃는데
“자, 이번엔 서울 돈 구경 좀 하소.”
가화애비도 웃으며 봉투를 돌렸다. 점심상을 차리기 전에 우선 남자들끼리 소주나 한잔 하라고 술상을 내어주어 한잔 씩 돌리는데 손에 봉투를 서너 개씩 든 가화, 현서 두세 살 박이가 폴짝폴짝 뛰며 거실과 부엌과 안방을 오가며 북새통인데 “와아!” 서로 마주보며 닌텐토를 조작하던 지현이와 영서도 소리를 지르는 판아 그만 두 살짜리 우화가 잠에서 깨어 울기시작하자
“술이고 뭐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황서방이 미간을 찌프리고 갑린씨도 술잔을 상위에 놓는데
“지금 장모님까지 모두 22명이 있는데 그중 열 명이 우리 식구네. 안 그래도 아까 차가 꽉 막힌 만덕터널을 넘어오면서 이미 머리가 허연 내가 며느리와 사위에 손자들까지 열 식구나 거느리고 처갓집에 가는 것이 맞는가 생각했는데 이번 추석부터는 뭘 좀 달리 연구를 해봐야겠는데...”
열찬씨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하며
“자, 어서 한잔씩 하고 술상을 내고 밥상을 차리게 하자.”
해서 맨 안쪽에 남자들, 가운데 여자들과 아기들, 식탁에는 아이들로 편을 가르고 식사를 하다
“장모님!”
명절마다 사위들과 같은 상에 앉아 가서방 좋아하는 산적과 황서방 좋아하는 민어를 챙기는 순란씨가 보이지 않아 불러도 안방에서 기척을 않는지라
“엄마가 왜 저러지?”
세 자매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더니
“아아!”
영아씨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언니 둘과 올케도 따라가 뭐라 한참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 집에 가서방이 안 오고 슬비, 정석이네도 안 오면 명절기분이 나겠나? 이기 다 내가 오래 살아서 나이 든 가서방이 고생인데 우짜겠노? 내 살았을 때까지는 오소.”
하고 열찬씨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는데
“아, 예에.”
당황한 열찬씨의 허리를 영순씨가 세게 꼬집자
“예. 알겠심더. 그렇게 하지요.”
비로소 순란씨의 표정이 풀어지자 다들 식사를 시작했다.

점심을 먹자말자 서울 식구는 제 누나 영서어미가 싣고 나갔다. 어른 넷에 아이 넷 자동차가 좀 복잡하기는 하나 좁으면 좁은 재미로 시내에 나가 아이들이랑 만화영화도 한 프로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서울식구들을 K. T. X에 태워 보내고 돌아올 것이라 했다. 갓난애 셋이 빠지자 문득 절간같이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갑린아, 니는 너거 큰 자영 모시고 훌라라도 치지.”
열찬씨의 눈치를 흘낏 살피던 영순씨가
“예원이에미 니는 어서 술상 내고.”
또 열찬씨를 바라보자 영순, 영신자매가 씨익 웃으며
“우리 엄마 인자 큰일 났다. 명절에 우리 큰형부 안 올까 싶어 안달이 났네.”
하면서 억지로 안방으로 모셔갔다.
옆에 술상을 두고 가끔 소주를 한잔씩 하면서 훌라판을 벌이는데 그날은 막내 김서방에게 셋째 황 서방이 자주 당하는 판이 많았다. 눈치 없는 김 서방이 자기가 이길 때마다
“스페이드 에이스를 쥐고 가기를 참 잘했네요. K를 안 째고 에이스를 버렸다면 역으로 형님에게 당할 번했어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띠고 말하면
“어서 패나 돌려라! 누가 해설해라 캤나?”
황 서방이 금방 성을 내자
“와? 우리 신랑이 또 돈 꼴았는가베.”
안방의 영신씨가 말하자 와아 여자들이 웃음소리가 터졌다. 분위기는 주로 김 서방이 끌고 가고 셋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데 그중에서도 열찬씨는 아직 마수걸이를 못 하고 있었다. 아무리 패가 좋거나 다행히 숫자를 줄여도 번번이 골대 앞에서 자빠지는 꼴이었다. 이번에도 어중간한 패로 K를 버리나 Q를 버리나 고민하는데
“형님, 전화나 좀 받고 하소.”
황 서방의 말과 함께 모두들 아까부터 요란하게 울리는 열찬씨의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결에
“여보세요?”
하고는 앗차, 싶었다. 수화기 저쪽에 숨을 헐떡거리면서 아직 말문을 열지 못해 끙끙거리는 사람은 보나마나 교장선생이었다.
“교장선생님, 설 잘 쐤습니까?”
“설이고 뭐고 당신네가 이 늙은이에게 그래 해서 되겠소?”
“예에?”
“그 버르장머리 없는 황 서방인가 하는 작자는 당장 밭을 빼고 당신도 훔쳐간 내 거름 다 내어놓으시오.”
“예에?”
“보름 안에 조치를 안 하면 내 세무사하는 우리 아들을 시켜 민사소송을 제기할 거요.”
“예에, 그 기 무슨 말씀? 정초부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심한 인간들이야!”
“...”
순간 황 서방이 전화기를 낚아채며
“여보세요?”
하는 순간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끼고 거실로 나온 영순씨가 전화기를 뺏고
“여보세요? 교장선생님.”
통화를 시도하다가
“아이구, 골치야!”
하고 끊자
“교장선생이 또 시작이네. 언니네를 저래 괴롭히니 우리가 농사를 포기해야 하나?”
깔끔한 성격의 영신씨가 황서방을 바라보는데
“안 돼지. 그런 경우는 없지. 가만있는 사람 억지로 끌어들여 임대료 다 받고 거름이니 뭐니 실컷 투자해서 농사지으니 바로 쫓아내는 법이 어디 있어?”
버럭 화를 내자
“남자들은 마 잊어뿌고 훌라나 치소. 우리 자매가 한번 의논을 해볼 테니.”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소주 한잔씩을 마시고 다시 판을 벌이는데 이번에는 황 서방이 끗발이 나기 시작해 얼굴이 차츰 펴지는데
“야, 오늘도 끗발 더럽게도 안 나네. 자영요, 허리도 아픈데 담배나 한대 피고 합시다.”
“안 돼! 내 마수걸이나 하고 쉬어!”
해서 판을 돌리다 마침내 열찬씨가 한판을 먹자
“아이구, 허리야!”
갑린씨가 패를 놓고 베란다로 나가고 황서방도
“형님, 저도 담배 한 대.”
하고 나가버렸다. 김서방과 둘이 소주를 한 잔 마시며
“일이든 게임이든 사내자식들이 좀 진득한 집중력이 있어야지. 아직 한참 젊은 사람들이 도무지 견딜 심이 없어.”
하며 한참이나 기다리는데
“보소. 내일이나 모래 시간 약속이 되는 데로 우리 자매가 밭에서 교장선생내외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남자들은 빠지소.”
“와?”
“가서 불룩거리고 싸움이나 벌이면 일만 더 커진다 아이요?”
“알았어.”
하고 다시 판을 돌리는데 다시 김서방이 판을 주도해 나머지는 도무지 신명이 안 나
“오늘은 일찍 저녁 먹고 가서 쉴까? 보소, 영서 할매!”
영순씨를 불러
“다섯 시 넘으면 저녁 차리소. 일찌감치 넘어가서 쉬자.”
“우짠 일로? 한 판이라도 더 칠라고 환장을 하던 사람들이...”
하며 커다란 바께스에 나물과 밥을 넣고 비벼 한 그릇씩 담고 낮에 먹다 남은 생선과 정구지찌짐을 넣어 끓인 찌짐국을 스프처럼 떠먹으며 금방 식사를 마치고
“장모님, 갑니다.”
열찬씨와 황 서방네 갑린씨 세 가족이 나서고 할머니가 섭섭할까 봐 막내 영아씨 가족은 하루를 더 자고가기로 했다.
자동차가 아파트를 벗어나자
“처제가 뭐라 안 하더나? 형부 때문에 망했다고 펄펄 안 뛰더나?”
“당신 우째 그래 잘 아는데?”
“인간세상 원리가 그렇기도 하고 처제의 성질머리고 그렇고.”
“무슨 성질머리씩이나? 우리 영신이 성질이 어때서?”
“깔끔하고 정확하지. 그러나 남을 배려하거나 후한 편은 아니지.”
“그래서?”
“형부나 언니가 밭을 얻어주거나 도움을 줄 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게 틀어지면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원망을 하는 거지.”
“그래서 내가 처음 저거 올라올라고 할 때 당신 보고 잘 생각해보라고 안 했나?”
“저놈의 성질머리! 입장이 곤란하니 지만 또 쏙 빠지네. 아니 이 사람아 그 때 이런 일이 생길 줄도 몰랐지만 황서방이 그렇게 신을 내는데 그런 말 할 분위기가 되던가?”
열찬씨가 화를 버럭 내자
“아무튼 사람 잘 믿고 잘 배신당하는 데는 뭐가 있어. 당신처럼 귀가 얇고 또 남들도 다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순진한 사람은 없을 거야.”
“무슨 소리? 오각정 물이 참 맑고 원두막이 편리하다고 같이 커피도 마시고 라면도 끓여먹으면 좋겠다고 먼저 가스렌지 들고 간 사람이 누군데?”
“...”
긴 백양터널을 빠져나오도록 영순씨가 말이 없자 매사 뾰로통하게 화가 나서 싸움닭처럼 얼굴이 벌개져 덤벼야할 사람이 저리 조용한 것은 마음도 상했지만 기가 많이 죽었다 싶어
“내일 만나러 간다니 일단 만나는 봐라만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 만나서 아무리 설명을 하고 화해를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노?”
하고 열찬씨도 입을 다물었다.

※ 이 글은 고 平里 이득수 선생의 유작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