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봄 풍경 [지난해 경남 하동 횡천강변]
약 6백만 년 전에 인간은 침팬지와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하기 시작한다(모두 추정치이므로 이후로는 ‘약’을 생략한다). 400만 년 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같은 초기 인류가 등장한다. 250만 년 전에 호모 속(屬)의 초기 인류가 등장하고, 최초로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200만 년 전에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퍼지고, 다양한 인간 종으로 진화한다. 30만 년 전에 인류는 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20만 년 전에 드디어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말하자면, 케냐인이든 프랑스인이든 한국인이든 20만 년 전의 조상은 같다는 말이 된다.
7만 년 전에는 인지혁명으로 언어가 등장하고, 비로소 역사가 시작된다. 12,000년 전에 농업혁명으로 동물을 가축화하고 식물을 작물화한다. 이에 따라 영구 정착 생활을 시작한다.
정착 생활은 문명 발생의 토대가 된다. 5,500년 전에서 4,500년 전 사이에 지구의 각기 다른 네 곳에서 문명이 흥기한다. 기원전 3,5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기원전 3,000년경에 이집트 문명이, 기원전 2,500년경에 인더스 문명과 중국 황하 문명이 발흥한 것이다.
이로부터 4,000년에서 5,000년 후, 곧 500년 전에 과학혁명이 일어난다. 인류는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나자, 전대미문의 힘을 얻기 시작한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기 시작하고, 지구 전체가 단일한 역사의 무대가 된다.
200년 전에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가족과 공동체가 국가와 시장으로 대체된다. 동식물이 대량 멸종된다.
현재는?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의 경계를 초월한다. 핵무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생명체의 형태가 자연선택보다는 ‘지적설계’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미래는 어떠할까? 지적설계가 생명의 기본 원리가 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초인’에 의해 대체될 것인가?
이상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기대어 살펴본, ‘나’, ‘우리’ 더 넓게는 인류 전체의 간략한 족보이다.
‘미래는 어떠할까?’에 나오는 ‘지적설계’와 ‘초인’은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이나 AI 시스템과 관련된 언급이다.
인류의 족보는 6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간의 역사는 고작 7만 년에 불과하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고 나서, 인간 종에게 생물학적 진화가 일어나기에는 ‘진화의 시간’으로 봐 너무 짧다.
하여 7만 년 전 이후로는 가치중립적인 ‘변화’란 용어를 사용한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고 난 이후에 관심할 것은 문명의 발달이다. 그러나 굳이 ‘발달’이나 ‘발전’이란 용어를 피하는 것은, 고대인이나 중세인보다 현대인이 더 행복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편의상 단순한 산술적 계산으로 이야기하자. 600만 년 전(인간과 침팬지로 갈림)~7만 년 전(인간의 역사 시작)의 기간은 593만년이다. 7만 년 전~5,000년 전(4대문명 발생)의 기간은 6만5천년이다. 593만년 동안의 변화보다 6만5천년 동안의 변화가 더 컸다.
마찬가지로, 5,000년 전~500년 전(과학혁명)의 기간은 4,500년이다. 500년 전~200년 전(산업혁명)의 기간은 300년이다. 4,500년 동안의 변화보다 300년 동안의 변화가 더 컸다.
나아가, 200년 전~현재의 기간은 200년이다. 현재~10년 후는 어떻게 될까? 변화는 과학과 기술이 주도한다. 200년 동안의 변화보다 10년의 변화가 더 클 것이다. 특히 AI에 관련해서는 그렇다. AI의 발전 속도는 10년 단위나 1년 단위가 아니라 몇 개월 단위로 비약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과연 인간이 AI나 AI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념을 가지고 있다.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약간 회의적인 것 같다. 필자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도 지적했듯이, 역사의 물줄기는 결정론적이지 않다. 역사를 배움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방향으로 역사의 물꼬를 트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필자의 관견으로는 AI를 통해, ‘인류를 유토피아로 안내할 것이냐 디스토피아로 이끌 것이냐’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축의 시대’(Axial Age)의 지혜를 인류가 체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