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공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플라톤(왼쪽부터)

“우리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 -카렌 암스트롱-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기원전 5세기경(더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8세기~기원전 2세기)을 ‘축의 시대’라고 불렀다.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철학적·종교적·사상적 변혁이 일어난 시기로, 여러 문화권에서 위대한 현인들이 등장하여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 중심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 등이 탄생했다. 이 사상들은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축의 시대는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플라톤, 이사야(유다 왕국의 예언자), 예레미야(구약성경의 대예언자), 『우파니샤드』의 신비주의자들, 공자, 노자, 묵자, 맹자, 에우리피데스(고대 아테네의 비극 시인) 등 영적·정신적 천재들이 활동한 시대였다.

그렇다면 왜 축의 시대에 문명권을 막론하고, 하필 이 시대에 영적·정신적 천재들이 등장했을까? 좁은 식견으로 4대 문명이 형성되고 어언 3,000여 년, 기술과 문명은 발전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혜의 발달이 기술의 발전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곧, 남과 더불어 공존하는 지혜의 발전보다 남을 해치고 상처내고 파괴하는 능력이 더욱 빨리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변화한 삶의 환경에 기존 사회구조와 가치관으로서는 적응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회구조와 가치관이 정립된 것도 아니었다. 하여 사회는 지극히 혼란해졌다. 그 혼란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자.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는, 도시국가 간의 경쟁과 갈등이 빈번했으며, 이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정치적으로는 왕국의 권력 다툼의 권력 다툼으로 불안정이 지속됐다.

이집트 문명권에서는, 파라오의 권력 교체에 따라 정치적 혼란이 일어났다. 이뿐 아니라 아멘호텝 4세(아크나텐)의 종교 개혁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인더스 문명권에서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고, 인구 이동과 외부세력의 침입으로 사회가 혼란해졌다.

황화 문명권에서는, 춘추전국시대에 해당하는 시기로, 주 왕조의 쇠퇴로 중앙 권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끊임없는 정복 전쟁으로 사회가 극심한 혼란한 상태였다.

인물은 시대의 산물이다. 철학적·종교적 천재이든, 전쟁의 영웅이든 시대의 필요에 응하여 탄생한다. 지속되는 혼란한 시대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 어떤 것이든 ‘정신적 혁명’을 요구한다.

모든 문명권에서 영적·정신적 천재들, 곧 철학자, 종교가, 사상가들이 내놓는 답은 제각각이다. 교류를 하지 않아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가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축의 시대 현인들이 정신 혁명을 위해 제시한 해법에서 일치하는 가르침, 곧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황금률’(Golden Rule)이다. 이는 ‘자비’(compassion)나 ‘공감’empathy)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황금률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도덕적 원칙이다.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평한 대우를 강조한다.

자비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을 돕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능력이다. 곧,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그들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 개념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하여 이후로는 필요한 경우 외에는 황금률과 자비와 공감을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황금률은 자비와 공감의 실천적 표현이고, 자비와 공감은 황금률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 기반이다.

축의 시대 현인들은 왜 모두 이 ‘황금률’을 설파했을까? 그들은 인간 사회의 대부분의 갈등과 폭력, 그리고 전쟁의 근본 원인이 ‘자기중심주의’에 있다고 통찰했기 때문이다.

‘머리로 알고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고 손발로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의 현인들의 통찰 혹은 지혜를 아직도 머릿속에만 간직되어 전하고, 가슴 뜨겁게 느끼지도 손발로 실천하지도 못했기에 현대에도 위기의 연속이다.

이 간단한 ‘황금률’을 실천하는 지혜로 인류가 체화하지 않는 이상, ‘비유기체적 지능’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다음 글에서 ‘축의 시대’ 현인들의 통찰 혹은 지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까, 한다.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